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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이의 유럽일기 Jan 19. 2024

인생 50일 차 조카가 이모를 울리는 방법


어제 우리 아빠는 처음으로 손녀를 품에 안았다.

나에겐 조카, 아빠에겐 손녀.


조카님의 귀여운 발바닥



나는 멀리 사는 죄로 아직도 만나보지도 못하고, 우리 가족들도 여동생과는 멀리 사는지라 가족 중에 아빠가 제일 먼저 이 뉴페이스를 실물로 만났다. 그렇게 손녀를 처음 보고 기뻐하는 아빠의 모습을 동생이 영상으로 찍어 가족단톡방에 공유했다. 처음 오자마자 차가운 공기가 혹시나 가닿을까 작고 소중해 선뜻 만지지도 못하고 얼굴로 온 반가움을 표현하는 모습이 제일 먼저 담겼다.




“아빠 너무 좋아하네
진짜 아빠 저런 표정 처음 봐 ㅋㅋㅋ”




부러운 마음에 아빠를 놀리듯 톡을 보냈다.

아빠는 하룻밤을 손녀와 보내고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오늘 집으로 돌아간 아빠와 톡을 하고, 일을 하러 갔다.

퇴근을 하고 단톡방을 확인하니 동생이 짬을 내서 아빠와 아기가 담긴 영상을 몇 개 더 보내놓았다.


손 씻고 옷 갈아입고 와서는 품에 안고 눈을 떼지 못하고 교감하는 모습, 졸린 아이를 안고 거실을 서성이며 달래며 재우는 모습…


알바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 뒤늦게 동생이 보내준 이 영상들을 보는데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울 아빠가 나 어렸을 때 저렇게 안고 키웠겠구나.’



나는 어릴 적 잠을 안 자기로 유명했던 딸내미라, 아빠가 밤늦게까지 업고 안고 어르고 달래며 재웠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었다. 그러니까 머리로 몰랐던 일이 아닌데, 아빠가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도 처음 본 게 아닌데, 이상하게 조카를 안고 있는 아빠의 모습에서 나를 안고 있는 아빠의 모습이 보였다.




“아빠 너무 좋아하네
진짜 아빠 저런 표정 처음 봐 ㅋㅋㅋ”




무심코 내뱉었던 어제의 저 말도, 오늘은 거울이 되어 나를 비췄다.

아빠는 내가 태어났을 때도 저런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을까.

어쩌면 나는 아빠의 저런 표정을 처음 본 게 아니라, 삼남매 중 내가 장녀라 내가 제일 처음 봤는데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머리로는 알고 있다. 아빠가 나를, 그리고 우리 삼남매를 얼마나 사랑해왔는지를.

하지만 새로 태어난 이 작은 존재가, 아직 옹알이도 제대로 못하는 이 아가가 나에게 알려주는 것 같다.

머리로 말고, 마음으로도 기억하고 있냐고.


그리고 이건 이제 겨우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 작은 조카의 이모가 됨으로서 또 얼마나 많은 것을 배우게 될까.


태어난 지 두 달도 안 된 우리 조카가 벌써 이렇게 이모를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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