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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 Sep 11. 2020

작은 행복을 자주 느끼는 방법

남들은 유난이라 할지라도 묵묵히 행복을 느낍시다

아주 뻔하지만 중요한 질문,

‘행복이란 뭘까?'


아주 뻔하지만 소중한 대답,

‘행복 뭐 별거 있어? 이런 게 행복이지~’


이상하게 이 질문과 대답은 살아가면서 반복된다.

질문은 보통 문득 하루가 고되거나 마음이 안 좋았을 때

행복을 찾고 싶어서 나오고,


맛있는 걸 먹거나

바람 선선한 한강 공원을 산책하는 것처럼

뻔한 일상의 변주에서 소소한 기쁨을 느낄 때

나오는 대답은 감탄이나 위로의 의미를 가진다.




남들은 몰라도 혼자만 기분 좋은 때가 있다


마쓰다 미리의 <뭉클하면 안 되나요>란 책을 읽다 보니

그녀는 질문보다 대답을 많이 하는 쪽에 가까웠고,

작은 행복을 대하는 관점에 있어 나와 많이 닮았다.

바로 소소한 행복을 자주 느끼는 편이라는 거다.


그녀의 책에서는 주로 편의점, 지하철, 건물 현관 등

아주 일상적인 주변에서 만나는 사람들(남자)에게

뭉클한 순간을 위트 있게 표현했다.

아니 솔직해서 위트가 있었다.


40이 넘어서도 아주 작은 몸짓과 말투에 뭉클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데, 여기서 뭉클은 입꼬리가 아주 살짝 올라가는 기분 좋은 미소에 가깝다.


살아온 시간 속 무언가를 가만히 생각하게 하는

조금은 애잔한 뭉클 일 수도 있고.


예를 들어 이런 거다.

지하철에서 책을 끝까지 다 읽은 남자



문득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 사람이 생각나거나

아직 내 안에 식지 않은 열정이나 순수함,

때로는 꽤 분명한 취향을 가지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

나의 센스에 스스로 놀랄 때 등 어디다 말은 못 해도 혼자 뿌듯함을 느낄 때가 있다.


아니면 내가 동경,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나

상황을 볼 때의 작은 감탄도 포함된다.



작은 행복을 다시 정의하자면

남들은 몰라도 나만 아는,

나만 느낄 수 있는 행복이라 할 수 있겠다.

다른 사람도 함께 행복하면 더 땡큐.




무채색의 하루에 물감을 뿌리자

그래서일까 유독 나는 리액션이 큰 편이고,

주변에서 가끔 영혼 없다는 소리도 듣는다.


남들은 오버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내가 볼 땐 너무 재밌거나,

감동적이거나, 신기한 포인트일 때

입을 가리며 허! 하고 놀래거나 깔깔 웃어넘긴다.


물론 이렇게 행복에 가까운 감정을

작지만 크게 느끼는 만큼

슬픔도 깊게 자주 느끼는 편인건 함정이다.


뭐,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다.

내게 단 한 번뿐인 소중한 매일을

더 크게 웃고 울며 극적으로 즐기는 것만으로도

무채색이 돼버릴 수 있는 반복되는 일상이

조금은 다채로워질 수 있다고 믿는다.


내가 루틴해서 자칫하면

지루하고 행복이 없다고 느낄 수 있는 날들도

돌아보면 행복이 분명 있었다고 말할 수 있게 된 거다.




표현해야 행복이고, 의미를 부여해야 행복이다

정말 단 5초의 행복감,

예를 들어 파란 하늘을 보며 아 날씨 좋다~

하고 맘 속에서 내뱉을 때도 행복이고

일이 빨리 끝난 퇴근길에 가벼운 발걸음으로

친구에게 카톡을 연신 날릴 때도 행복인거다.


그런데 이 행복을 그냥 아 그렇구나 하고 지나치면

나중엔 기억은 휘발되고 행복으로 여겨지지도 않는다.

무조건 흔적을 남겨야 한다.


사진을 잘 못 찍더라도

기분을 조금이라도 꿈틀거리게 만든 장면을 담고

아주 사소한 기분의 변화라도 핸드폰 메모장에

이 기분을 키워드로 짧게 짧게 남기는거다.


하루가 지나기 전에 사진과 메모장을 보면서

글로 풀어쓰면 이상하게 그 짧았던 순간의 행복을

다시 불러오는 느낌이다.


가장 좋은 건 즉석에서 글로 뱉어내는 게 경험상 가장 생생하게 기록할 수 있어서 효과적이다.


글로 쓰고 끝?

아니. 그냥 가끔 일기장 들여다보면 기분이 좋아지듯이

종종 읽어보면 그때의 좋은 기분을 다시 느낄 수 있다.


기록을 하면

행복을 야금야금 꺼낼 수 있다.

행복한 과거의 기록은 오늘의 행복에도 영향을 준다.



이 두 사진은 기분이 정말 하늘을 날아다니는 아침을

맞이한 날 찍은 사진이다.


별거 아니었다. 평소보다 10분 일찍 일어났을 뿐인데,

그 날 먹을 점심을 손수 싸고, 일기를 쓰고, 나갈 준비까지 일사천리로 된 거다. 10분 그 이상의 시간을 벌어서 기분 좋게 집을 나섰던 날이다.



점심에 먹을 반쪽을 남기고, 반쪽은 아침으로 먹었던 사과다. 흠집 사과라 싸게 산 건데 못생겨도 꿀까지 들어있고

맛만 좋았던 사과.

이 모과에 가까운 사과를 보니

유럽 여행 중 햇살이 비치는 창가에 앉아 아침으로 먹었던

그 날의 사과도 똑같이 작고 못생겼는데 닮아서

마치 여행 중인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바람은 어찌나 선선하던지 오래간만에 미세먼지는 없고

파란 하늘과 빠르게 흘러가는 구름,

 그 사이를 지나는 비행기마저

 ‘그래도 너는 날고 있구나'하며

코로나 시대에 희망과 약간의 안도감을 느꼈고

건물 사이 아직 도망가지 않은 달을 보며 웃음이 났다.


마스크를 써서 망정이지

혼자 입꼬리를 씰룩씰룩거리던 나를 보면

아마 이상한 사람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모든 게 완벽한 아침이라 마치 '운수 좋은 날'처럼

좋은 느낌이 너무 갑자기 몰려오니까

안 좋은 일이 생기거나, 이런 감정이 갑자기 꿈처럼

멀어지게 될 까봐 두려움까지 들었다.



금세 찬란하게 자태를 뽐내는 무지개가

금방 사라지는 것처럼 순간의 행복도 쉽게 사라진다.

어제 본 무지개.사진 찍고 10분 있다 사라졌다

쉽게 사라지는만큼 오래 붙잡아두고 기억하기 위해

의미를 부여하고 글이나 사진으로 표현하는거다.


빨리 사라질지라도

내 작은 노력에 따라 지워지지 않을 거다.

나쁜 기운이 몰려올 때에도

대응할 수 있는 힘마저 생긴다고 믿는다.



행복이란 뭘까?라는 거창한 물음에

나는 다시 한번 대답하고 싶다.


별 거 아니라고.


지금 느끼는 티끌 같은 좋은 감정.

그게 행복이고 전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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