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 중에 가장 반가운 것은 바로 푸른 잎과 망울망울 피어나는 꽃이 아닐까.
집 근처 화성을 산책하다 보니 목련나무도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다. 이맘때 웅크리게 되는 추운 겨울이 자리를 내어주고 드디어 기다렸던 봄이 오는구나 실감이 난다.
식집사를 꿈꾸며 예쁜 화분을 집에 들이지만, 매번 꽃과 나무를 죽여버리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는 분 분명 계시리라. 본인 또한 여러 번 겪었던 과정이다. 예뻐서 샀는데 그 녀석이 의외로 키우기 까다로운 녀석이었다는...(꽃집에선 "얘 키우기 쉬워요?"라고 물어봤을 때 안타깝게도 "어려워요."라고 말하는 주인을 만나지 못했다. 나중에 전문적으로 배워보니 초보자들한텐 쉽지 않은 화분들만 많이 들였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었다지.)
그런데, 난이도 하에 해당하는 베란다나 집 안에서 누구나 쉽게 키울 수 있는 화분도 있다!
그것도 꽃을 피우는 예쁜 화분 세 가지를 소개해드릴 테니, (요즘 꽃집에 가면 요 세 녀석 중 하나는 있을 거예요. 수선화, 히아신스는 가격도 착해요 :) ) 이번엔 꼭 오래오래 꽃을 피워 보시기를.
천리향처럼 향이 좋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 서향동백은 겹겹으로 피는 동백꽃이 참으로 매력적인 나무다. 서향동백은 햇빛을 좋아한다. 집에서도 햇빛이 잘 드는 곳에서 충분한 일조량을 주며 키우면 꽃을 피울 수 있다. 다만, 한여름철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직사광선을 오래 받으면 고온 장애를 받을 수 있으니, 그때는 서늘한 음지로 옮기는 것이 좋다.
물 주기는? 겉 진흙이 마르면 주면 된다. 겨울에 꽃을 피우는 만큼 습한 환경보다 건조한 환경에 더 강하다. 자주 조금씩 주기보다 한 번에 많이 주고, 겉 흙이 마르면 주면 된다. 동백꽃 개화시기는 1월-4월이다. 지금 꽃 몽우리에서 꽃이 올라온 화분을 데려오면 봄까지 예쁜 꽃을 피울 수 있다. 개화기에는 3-4일에 한 번씩 물을 주는 게 좋다.
유희, 겸손한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는 히아신스. 한두 송이만 피어도 방 안에 향기가 가득해지는 히아신스는 양파같이 생긴 구근에서 꽃대가 나온다. 꽃이 져도 다음 해가 되면 또다시 파스텔톤의 화려한 꽃을 피운다.
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태양신 아폴론이 히아킨토스라는 인간 소년을 매우 사랑했는데, 어느날 둘이서 원반 던지기 놀이를 하다가 그가 원반에 머리를 맞아 죽고 말았다. 아폴론은 매우 슬퍼하며 소년을 꽃으로 다시 태어나게 했는데, 그것이 히아신스이다. 따라서 히아신스의 꽃말에는 기본적으로 죽음과 슬픔이 있다. 그래서 겸손한 사랑이라는 꽃말이 붙었는지도 모르겠다.
히아신스는 굉장히 화려학 여러가지 색깔로 꽃을 피운다. 빨강, 파랑, 보라, 다홍 등등..강렬한 색감을 자랑하며 화려하게 꽃을 피우는 히아신스를 여러개 가져다 '홈 가든'을 꾸며보는 게 어떨까.
3. 수선화
수선화 핀 언덕 _ 곽재구
내 나이 아직
스물한 살이었을 때
강가의 나무에 앉아
나를 바라보던 새
수선화 핀
언덕을 넘어가자고
수선화 핀
언덕을 차마 넘어가자고.
스물한 살과 봄 꽃 수선화, 너무 잘 어울리는 조합이지 않은가. 보는 것만으로도 싱그러운 노란색 꽃을 피우는 수선화. 꽃시장에 가면 이미 예쁘게 피어 있는 수선화 화분을 사 오면 된다. 물은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주고, 직사광선이 직접 닿지 않는 밝은 곳에 두고 환기도 잘 시켜주면 꽤 오랜 기간 예쁜 꽃을 감상할 수 있다.
수선화의 속명인 나르키수스(Narcissus)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나르시스(나르키소스)라는 청년의 이름에서 유래한다고. 나르시스는 연못 속에 비친 자기 얼굴의 아름다움에 반해서 물속에 빠져 죽었는데, 그곳에서 수선화가 피었다고 한다. 그래서 꽃말은 나르시스라는 미소년의 전설에서 '자기주의(自己主義)' 또는 '자기애(自己愛)'를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