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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고점이라 놀릴 때 샀다
내가 씨젠에 큰돈을 투자한 이유
2020/05/20
일단 난 차트 볼 줄도 잘 모르고 분할 매수하긴 하는데 경험상 그렇게 잘 잡진 못하는 것 같아. 그래서 그냥 종목 분석을 하고 중기로 가장 오를 확률이 크고 하방으로 닫혀있을 종목을 택하려고 하고, 일단 그렇게 해서 신중하게 선택한 종목은 단기 변동에 연연하지 않고 적당히 들어가서 내 분석 결과가 깨지기 전까지는 쭉 들고 가려 노력하는데(하지만 쉽진 않음;;) 최근에 그 1순위로 택한 게 씨젠이야. 이제부터 그 이유를 얘기해볼게.
1. 1분기 실적의 구성
매출 818억, 영업익 398억 원인데 2019년 1분기는 매출 275억에 영업익 58억 원이었어. 분기 대비 매출 3배, 영업익이 7배 늘었는데 중요한 건 매출 818억 중에 코로나 진단키트 판매가 290억 밖에 안된다는 것. 즉 코로나 진단키트 빼도 매출이 528억으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성장하던 회사라는 것이고 코로나 진단키트 290억 매출에서 140억 정도 영업이익이라 가정하면 1분기 코로나 진단키트 뺀 영업이익이 약 398억 - 140억이니 260억 정도 되는데 씨젠 작년 1년 총 영업이익은 224억 원. 즉, 코로나 진단키트 빼도 이미 1분기에만 작년 1년 치 영업익을 초과한 급성장하던 회사라는 것.
2. 2분기 예상 및 연실적 예상.
최근 하나금투에서 4월 관세청 통관 데이터를 분석해서 씨젠 매출을 예상한 기사가 떴는데 4월 진단키트 매출만 655억 원이라네. 또한 밀려드는 주문에 5월엔 4월보다 생산물량을 60% 늘려서 2천만 개를 수출 예정이라고 함. 그럼 4월 대비 60% 늘어나면 5월은 대충 매출 1천억 원 되겠지?
모더나도 백신은 내년 6월이나 되어야 제품이 나올 예정이라 하니 올해는 진단키트 수요가 꾸준히 있을 거라 생각해. 여름이어도 가을 재유행 대비를 위한 수요가 있을 거고 브라질 러시아 등은 여전히 급격한 확산 추세니. 여하튼 6월이 5월과 같은 매출이라면 2분기 예상 매출은 2655억. 물론 이건 진단키트만이고 1분기 비 진단키트 매출만 500억이 넘었던걸 감안하면 3천억 도 넘을 수 있다고 생각.
참고로 하나금투에서 내놓은 씨젠 보고서 2분기 예상 매출액은 2840억에 예상 영업익은 1600억.
처음 뚫기가 어렵지 한번 공급 노선 뚫어놓으면 공급이 수월하고 가을 재유행까지 생각하면 올해 3,4분기까지는 매출이 더 늘어날 거라 생각하는데(하나금투 보고서도 그렇게 예상) 일단 2분기 매출 유지만 된다 쳐도 2,3,4 분기 매출만 9천억에 영업익이 5천억임. 1분기까지 합치면 대략 매출 1조에 영업익 5천억. 하나금투 예상은 1조 2600억 매출, 7300억 영업익.
이게 얼마나 미친 매출에 영업익이냐면 삼바가 작년 1년 동안 7천억 매출에 900억 영업익이었고, 셀트리온이 1.1조 매출에 3700억 영업익이었음.
씨젠의 저 예상 매출, 영업익이 아무리 일시적이라 할지라도 한국 대표 바이오 쌍두마차 기업들의 수배 영업익이자 코스닥에선 압도적 1위 수준인데 지금 주가가 고점일까? 참고로 삼바 시가총액이 40조, 셀트리온이 30조쯤 되는데 씨젠은 지금 주가로 3조도 안됨. 만약 영업익이 7300억인데 지금 주가면 per가 4란 얘긴데 코스피 평균 per가 11이고 바이오주 평균 per가 30을 훌쩍 넘는데 그럼 너무 싼 거잖아. 아무리 코로나 진단키트 빨 페널티 감안한다 해도 지난 3~4년간 매년 2배 넘게 성장하던 건실한 바이오 회사의 per로는.... 그런 면에서 반짝 실적 페널티를 감안해도 최소한 20만 원은 넘어야 할 거라 생각.
3. 비현실적 최악의 가정
만약 코로나 매출이 하나도 없다면? 1분기 실적에서 코로나 빼면 550억 매출 나오는데 아까 코로나 빼도 작년 대비 몇 배씩 성장하던 회사라고 했지? 올해 1년 내내 코로나도 없고 성장도 없이 1분기와 동일 실적만 찍는다 해도 2200억 매출. 영업익은 1천억쯤. 현재 주가로 대략 per 30. 참고로 우리나라 매출 1천억 이상 바이오주 평균 per가 43이야. 씨젠은 코로나 매출 다 빼고 1분기 실적 유지만 해도 타 바이오주 대비 지금 주가가 비싼 게 아니란 뜻이고 이게 결국 현재 가격 정도는 하방 지지해줄 거라 생각해. 일시적 급락이 올지언정.
4. 증권사 리포트
하나금투가 목표주가 12.6만 잡으면서 쓴 per는 4.9.
한화 투자가 목표주가 15만 잡으면서 쓴 per가 10. 한화는 가을 재유행 없다고 가정하고 ㅈㄹ 보수적으로 영업익 잡음.
이 비현실적 per나 가정을 한 이유는 간단함. 이전 목표가가 4만 원대였는데 갑자기 20만 원으로 올릴 순 없잖아ㅎㅎ 하지만 미친 예상 실적에 대한 내용은 모두 담고 있음.
5. 앞으로의 성장성
혹자는 진단키트는 아무나 만들 수 있고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에 레드오션이라 얘기하기도 하는데... 이번에 보면 애보트 것도 부정확하다고 빠꾸 먹고 로슈 것도 인도에 3개 제출했는데 다 빠꾸 먹음(씨젠은 통과). 물론 신약개발보다야 진입장벽이 훨씬 낮지만 그렇게 dog나 cow나 쉽게 만들 수 있는 건 아님.
그리고 원래 이 시장은 의료 쪽이다 보니 굉장히 보수적이고 로슈나 애보트 같은 기존의 네임드 독과점 사업자들이 장악하고 있던 시장이야. 성능과 무관하게 기존에 쓰던 회사 제품을 계속 사용하려는 성향이 강하고 저런 글로벌 기업들은 자본력을 이용해 진단 장비를 무료 공급하고 대신 자신들의 플랫폼에 들어오도록 하는 영업들도 많이 하거든. 한번 진단 장비가 납품되면 계속 그 회사 제품을 쓰게 되는 속성도 있고. 씨젠 천종윤 대표 과거 인터뷰를 보면 차별화된 기술을 갖고 있어도 이런 자본력과 네임밸류 부분의 진입장벽에 대한 얘기를 한 적이 있고.
난 코로나가 끝나도 급상승한 인지도와 확장된 글로벌 영업망, 이번에 납품하게 된 장비들은 남을 거고 기존 씨젠의 다른 진단키트나 진단 장비 매출 증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거라 생각해. 아예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회사가 되는 거지. 이건 2분기 실적 발표 때 코로나 진단키트 외 매출과 영업익을 보면 어느 정도 가늠할 수도 있을 것 같고. 올해 번 어마어마한 돈으로 외연을 확장하면 더 좋은 거고.
굳이 비유하자면 송가인 장민호 같은 애들이 원래도 실력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십수 년간 무명 생활하다가 트롯 방송으로 주목받고 전국구 인지도를 갖고 완전 레벨업 되었잖아? 난 가수든 회사든 성장할 땐 실력이 있고 적절한 때 모멘텀을 만나면 비로소 발현된다고 보는데 씨젠도 20년간 누적해온 실력이 이제야 제대로 모멘텀 만나서 발현 시작되는 시점이라 생각해.
그리고 찾아보니 체외진단 시장은 매년 10%씩 커지고 특히 씨젠의 주종목인 분자진단은 15% 이상씩 커지는 중이라네.
http://jmagazine.joins.com/economist/view/312861
6. 번외
진단키트 개나 소나 다 만드는 것 같지만 제품마다 정확도나 속도 차이, 변종에 대한 대응 능력은 확산세가 주춤해지면 본격적으로 드러날 거라 생각해. 지금이야 다들 급하니 적당히 성능 되면 일단 다 가져다 쓰는 것 같지만....
https://www.finddx.org/covid-19/sarscov2-eval-molecular/molecular-eval-results/
이건 스위스 제노바 대학에서 주요 코로나 진단키트들 테스트한 건데 3가지 gene을 타깃으로 해서 모두 100% 찍은 건 씨젠 것 밖에 없음.
그리고... 코로나는 RNA 계열 바이러스인데... 이쪽 바이러스는 100%짜리 백신이 나온 적이 거의 없어. 대표적인 게 에이즈랑 독감인데 에이즈는 알다시피 수십 년이 지나도 여전히 없어지지 않았고 독감도 매년 예방접종 하지만 맞아도 100% 예방이 안되잖아? 난 코로나 백신 나와도 독감처럼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함.
마지막으로 하나 더. 셀트리온 같은 데서 몇 분 만에 판별할 수 있는 키트 만들면 다 끝난다고 얘기하는 사람들 있는데 래피드 키트는 분자진단 키트 성능을 따라올 수 없고, pcr 방식만이 코로나 확정을 지을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야. 애초에 그쪽이랑은 시장이 다르단 얘기.
7. 뇌피셜
씨젠은 현 정부가 좋아할 요소를 두루두루 갖추고 있어. 질본과 함께 코로나 퇴치 1등 공신으로 총선 승리를 간접적으로 이끌었고 이번 정부가 좋아하는 중소, 강소 기업에 기술력으로 승부하고 채용인원도 늘려가고 있는 회사지. 최근에 대통령과 중기부 장관도 방문했었고.
작년에 체외진단기기법도 있었지만 이번 진단키트 폭발적인 수출을 계기로 정부가 코로나 이후에도 직간접적으로 이쪽 분야에 대한 지원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함. 씨젠은 이제 세계로 뻗어나가는 대표 한국 강소기업이 되었으니. 최소한 대한민국 정부가 바라보는 입장에선.
그리고 현재 시총이 3조쯤 되는데 이 시총만 유지해주면 8월 msci 편입 종목 선정 때 편입 가능성도 높다고 생각해. 2분기 실적 선반영 가격이란 얘기들도 하는데 그래도 저런 호재랑 겹치면 충분히 오를 여지는 많다고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