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꼬집는 아이
태어난 지 23개월에 접어든 나의 아이는 '싫다'라는 감정을 인식한 시기부터
엄지와 검지 끝을 모아서 꼬집거나 손톱으로 할퀴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내 새끼손가락의 절반 밖에 되지 않는 손가락을 야무지게 모아서 살갗을 비틀어 꼬집는 그 손길은
두 돌도 안된 아이의 감정표현이라고 하기엔 나도 비명이 튀어나올 만큼 아플때가 있다.
내 몸 곳곳에 심지어 얼굴까지 아이가 꼬집은 흔적과 또 꼬집다가 실패하여 할퀴기에 끝나버린
상처들은 하나가 사라지면 하나가 또 생겨나며 양지바른 곳의 잡초처럼 끝도없이 자라났다.
감정표현이 아직은 서툰 시기라 이렇게 밖에 표현을 할 수 없다고 백 번 양보해서 이해하려고 했지만,
어쩔때는 정말 내 아이지만 얄미워 보일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언제쯤이면 엄마와 아빠를 꼬집거나 할퀴지 않고, 올바른 언어를 사용하여 '싫어요'라고 예의바르게, 평화롭게 소통할 수 있는 날이 오게될까. 매주 손톱을 깎아주며 그 날이 얼른 오기를 바라고 또 바랐다.
얼마 전 주말 아침이었다.
뱃 속의 둘째는 점점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했고, 본격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것이 둔해지고 또 정신적으로도 쉽게 피로해지는 시점에 접어들면서 육체와 정신이 결합된 피로도가 내 온 몸을 지배하던 날이었다.
호르몬의 장난인지, 켜켜이 쌓이던 감정에 어느 순간 컥하고 짓눌린 탓인지 그 날 따라 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남편은 집에 없었고, 티비를 보다가 또 장난감 자동차를 가지고 혼자 놀던 아들만이 내 옆에 있었다.
전에 아들들은 딸보다 엄마의 감정을 더 깊게 공감하지 못한다는 어느 미디어를 보고 난 후, 아이 앞에서 우는 척을 해 보았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이는 실쭉실쭉 웃으며 오히려 재밌어하는 걸 보고서 역시 남자아이는 남자아이구나 하고 포기했었던 적이 있었다.
그 때가 생각이 나서인지 나는 아이를 신경쓰지않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그냥 흘려보내며 이 감정이 비워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멀리서 동요 영상을 보고있던 아이는 어느새 내 앞에서 나를 두리번 거리다 항상 그랬듯 내 앉은 자리 위에 자신의 엉덩이를 대고 앉았다.
티비를 보려나 했는데, 아이는 곧 뒤를 돌아 나를 살짝 보더니 내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본 것 같았다.
그리고 아이는 엄지와 검지 끝을 모아서 내 얼굴위의 눈물을 꼬집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우연이라기엔 눈물이 흘러내릴 때마다 아이는 손가락을 들어 내 얼굴을 할퀴었고, 꼬집었다.
표정은 딱히 아무 감정이 없는 얼굴이었지만, 아이의 손가락은 분명 '싫다'는 표현을 하고 있었다.
울다가 웃으면 큰 일이 난다는데.
아이의 행동에 나는 곧바로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 그래, 엄마 이제 그만 울게.
순수한 아이의 행동이 나를 다시금 정신차리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아이는 아직도 본인이 뭔가 마음에 안들면 꼬집으며 감정 표현을 한다.
그렇게하면 안 된다고 가르치고 있지만, 다음에 또 아이 앞에서 눈물을 보이게 되는 날이 오면 내심 그 손길이 기다려질 것 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