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나의 삶에 다녀간 모든 사람
결혼을 결정하면서 이 선택이 하나의 문이 닫히고 또 다른 문이 열리는 내 인생의 커다란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여행과 동거, 그리고 함께한 2년여 동안의 시간을 통해 불확실하게만 느껴졌던 남자 친구와의 결혼에 대한 의문은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에는 사라진 듯했다. 그런데 남자 친구에 대한 생각이 지나가고 나니, 생각지도 못한 질문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건 바로 나 자신에 대한 질문이었다.
누군가를 제대로 사귀어본 적이 없던 나
대학시절 가장 친했던 친구들 그룹이 있었다. 어쩌다 보니 여자아이들 7명이었는데, 그중에 한 명의 친구가 대학을 졸업하고 얼마 되지 않아 결혼을 하게 되었다. 우리 중에 가장 빨리 결혼한 친구였기 때문에 그 친구의 결혼식에는 다른 많은 친구들이 참석할 수 있었다. 결혼 며칠 전, 결혼하는 친구가 대접하는 자리에서 우리는 오랜만에 다시 대학 시절의 추억들을 떠올리며 수다를 나눴다. 매번 함께 다니던 7명 중에서 결혼을 가장 빨리하는 친구였기 때문에 아직 결혼이라는 주제가 멀게만 느껴지던 다른 친구들은 결혼을 하는 기분은 어떤지, 무엇이 가장 좋고, 또 가장 아쉬운지 등 수많은 질문들을 쏟아냈다. 이제 며칠 뒤면 정말로 싱글이 아닌데 어떤 것이 제일 아쉽냐는 한 친구의 질문에 결혼을 앞둔 친구의 답은 거침이 없었다.
"더 많이 만나보지 못한 거"
나머지 친구들의 자조 섞인 폭소가 쏟아졌다. 아이러니하게도 더 많이 만나보지 못해 아쉬워하는 그 친구가 우리 중에선 그래도 남자를 가장 많이 만나본 친구였기 때문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못 만나봤길래 그렇게 마지막까지 아쉬운지를 물었더니 지금껏 7명의 남자들을 만났다고 했다. 20대 중반인 친구가 7번의 연애 끝에 결혼을 하는데, 그 7번의 연애를 많다고 해야 하는지 적다고 해야 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우리 중에서는 분명히 가장 많이 연애를 한 축에 꼽힌 것은 사실이었다. 친구의 결혼식을 보며 나는 사람들이 하는 말을 떠올렸었다.
"많이 만나라. 많이 만나볼수록 더 좋은 사람을 찾는 눈도 높아질 것이다."
사람을 많이 만날수록 사람을 보는 눈도 높아진다는 그 말도 일리가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얼마나 많이 만나야 좋은 눈을 가질 수 있는 걸까? 정말 많이 만나기만 하면 좋은 눈이 길러지는 것일까? 뭔가 맞는 말 같으면서도 마음 한편에 선 과연 그럴까라는 질문이 떠나질 않았다. 어찌 되었건 적어도 내 친구에게는 맞는 말인 듯했다. 8년이 지난 지금까지 친구는 예쁜 아들 딸을 낳고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말에 따르며 나는 절대 좋은 결혼을 할 수 없었다. 지금 결혼을 결정한 순간까지, 제대로 된 연애라고는 지금의 남자 친구가 유일하기 때문이었다. 그전에 몇몇 좋아한 친구들이 있긴 했지만 이래저래 조금은 특별한 이유들로 한 달을 넘긴 적이 없었고, 어쩌다 보니 지금의 남자 친구가 처음으로 장거리 연애를 넘어 결혼까지 눈앞에 둔 사람이 되었으니 말이다. 내가 정말 많은 남자들을 만나봤더라면 결혼이라는 결정이 조금은 익숙하고 또 쉬운 주제가 될 수 있었을까?
좋은 부모님, 순탄치 않던 부부관계
과연 내가 좋은 결혼 생활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무의식적인 두려움은 연애경험이 거의 없던 나의 과거뿐만 아니라 사실은 나고자란 가정환경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사람 좋은 엄마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결혼생활을 엄마보다 성질도 나쁘고 고집도 센 내가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우리 가족은 화목하면서도 그렇지 못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