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어떤 사람과 하는걸까?

세 번의 여행과 세 달의 동거

by 따뜻한 선인장

결혼을 하기 전, 사람들은 여행을 함께 떠나보라고 조언한다. 그 여행은 그냥 고만고만한 나라나 지역이 아니라 인도나 멕시코, 남아공처럼 꽤나 어려운 나라들에 가서 극한의 상황에 마주했을 때 그와 그녀가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살펴보는 기회가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나와 남자 친구의 경우엔 정반대였다. 우리는 함께 여행만 했지 서로의 일상에 대해선 아는 것도, 본 것도 별로 없었다. 우리는 동거를 하기 전까지 2년 동안 3번을 만났고, 어느새 장거리 연애의 끝에 서있었다. 헤어질 것인가 혹은 결혼을 할 것인가,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었다.


나는 남자 친구가 나의 남자 친구가 되기 전 친구일 때부터 확실히 말해둔 것이 있었다. 나는 결혼을 전제로 연애를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결혼이라는 것이 사회적 계약일뿐이라고 할지라도 나는 그 사회적 인정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혼에 따른 제약사항들이 불편하다면,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연애를 시작하지 말자고 했었다. 그렇게 단단히 일러둔 경고에도 우리는 연애를 시작했으니 그 끝에서 마주할 질문은 결혼을 할 것인가였다.


결혼이라는 것이 근대에 들어서 로맨스, 그러니까 사랑을 전제로 한 두 사람만의 사랑의 언약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국제연애를 하는 커플들에겐 사랑 말고도 커다란 현실적인 장벽이 하나 놓여 있었다. 바로 비자였다. 내가 미리 그 나라의 비자를 가지고 있는 학생이나 직장인이었다면 일이 그렇게 복잡해지진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지에 아무런 연고 없이 어느 현지인 한 명의 남자 친구, 여자 친구라는 이유만으로 비자를 선뜻 주는 나라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옆 나라인 프랑스나 북유럽 국가들 중에는 결혼을 하지 않고도 함께 살 수 있는 파트너 비자를 허락한다고 하지만 독일은 그렇지 않았다. 쉥겐 조약에 따라 나는 독일에 방문할 경우 최대 90일 무비자 입국이 가능했고, 90일이 지나면 유럽 외의 국가에서 다시 90일을 머물러야지만 그다음 독일에서 다시 90일을 머물 수 있었다. 결혼을 전제로 한 연애이긴 했지만 국제커플이라는 특성상 어쩌다 보니 결혼이라는 제도에 들어서지 않는 이상 서로의 얼굴을 마음대로 볼 수 있는 것은 불가능했다. (직장을 찾거나 공부를 해서 다른 비자를 받지 않은 이상)


하루를 빼놓고 매일 같이 연락을 주고받고 대화를 나눴던 우리였지만 실제로 만난 것은 함께 했던 여행에서의 세 번뿐. 결혼을 결정하기엔 서로의 일상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었다. 얼마나 살아봐야 결혼을 결정할 수 있을까? 모두에게 다른 답이 있겠지만 우리에겐 90일, 약 세 달의 시간이 현실적으로 허락되었다. 장거리 연애를 했던 2년과 세 달이라는 동거의 기간이 결혼이라는 중요한 인생의 선택을 결정하기에 충분한지는 알 순 없었지만 우리는 시도했고, 어느새 결정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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