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다시 한번 어린아이가 되기로 했다
독일에 오게 된 가장 큰 목적은 남자 친구와의 관계를 결정하기 위해서였지만, 이번 3달 동안 나는 독일이 내가 살만한 곳인지 짧게라도 느껴봐야 했다. 남자 친구와의 관계를 떠나서 인류학 공부를 했던 나로서는 어느 곳이든 해외에서 현지 사람처럼 한 곳에 나름 오랫동안 머물면서 그곳의 언어를 배워보는 것처럼 매력적인 경험도 없었으니 어찌 보면 그 매력이 나를 이곳에 조금 더 가볍게 오게 했던 것도 같다. 3 달이면 분명 짧은 시간이긴 하지만 머무는 시간 동안이라도 제대로 경험하기 위해 주 4일, 3시간씩 공부하는 독일어 인텐시브 코스를 끊었다.
내가 아무리 다양한 나라의 문화를 경험하고 현장에 눌러사는 삶을 동경해왔다고 하더라도 사실 남자 친구가 아니었다면 독일어는 내가 배우고 싶은, 혹은 배워야 하는 언어 리스트에 아마 가까운 시일 내엔 절대 없을 언어였을 것이었다. 고등학교 때나 대학시절, 제2외국어를 고를 때에도 독일어는 항상 내 위시리스트에는 없는 언어였다. 세계여행을 할 때나 국제개발 현장에 있을 때에도 가장 여러 곳에서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언어는 스페인어나 프랑스어, 러시아어, 중국어 정도였다. 나와는 전혀 상관이 없을 것 같던 이 언어를 배워야 하는 상황이 닥치고, 그제야 한번 독일어의 쓰임에 대해 굳이 생각해보니 새삼 독일은 특별한 식민지가 없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언어에 대한 쓸모가 사실 예전 식민지의 역사와 연결되는 것도 참 아이러니였다.
다만 예전에 북유럽을 여행할 때 그쪽에 취업을 하려던 친구 말에 따르면 핀란드를 제외한 북유럽, 즉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언어가 독일어를 뿌리로 한 언어라서 독일어를 해두면 나름 조금씩 연결이 된다고 했던 기억이 났다. 모든 언어들을 접해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첫인상이 가장 어려웠던 언어들이 프랑스어 중국어 그리고 독일어라서 대학 이후엔 한 번도 살펴보지 않던 언어들이었는데 독일어를 이렇게 뜬금없이 배우게 된 것이 참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