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장벽처럼 먼 듯한 동거와 장거리 연애의 차이
함께 있어도 따로 있는 느낌. 따로 있어도 같이 있는 느낌.
시월 삼일이 우리나라에선 개천절이라면 독일에선 동독과 서독이 통일한 통일기념일이었다. 동서독을 가른 베를린 장벽처럼 따로 있어도 같이 있다가 같이 있어도 따로 있는 그 느낌. 장거리연애, 롱디에서 동거로 넘어오며 마주한, 예상했지만 그래도 당황스럽고 놀라운 느낌의 변화라고나 할까. 그렇게 오래도록 철의 장벽이라며 사람들의 소통을 막아두었던 그 장벽이 사실은 사진 속 모습처럼 종이상자를 찢어내듯 얇은 벽 하나였다니. 남북한을 가르는 민통선이 4km의 간격인 것에 반해 베를린 장벽은 정말 벽 하나였다니, 우리 사이의 거리도 사실은 저 베를린 장벽처럼 신기루는 아니었을까 싶었다.
장거리 연애를 하다보면 몸이 떨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을 무척 많이 듣고, 그래서 또 그 말에 대해 문득 문득 생각하게 되었었다. 하지만 그런 잡생각에도 장거리연애가 괜찮아진다면, 거리는 그저 숫자이고 물리적일뿐 떨어져 있어도 함께 있는 느낌에 다닫게 된다.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어도 함께 있는 느낌인데 그 힘겹던 장거리연애를 마치고 드디어 함께 있게 된다면 우리는 더 가까워지겠지 하고 나도 몰래 푸른 꿈을 꾸게 된다.
그리고 정말 시간만이 아닌 공간도 함께 보내는 시간들이 찾아오면 우리는 정말 가까워졌다는 것을 피부로, 표정으로 느끼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알게될 지도 모른다. 정말 가깝다는 것의 의미는 단순히 함께 있으면 같이 있는 느낌만이 아니라 함께 있어도 같이 있지 않는 느낌도 모두 마주하게 된다는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을때도 언제나 함께 있는 느낌이었는데 이렇게 바로 옆, 바로 앞에서 속눈썹의 길이와 눈동자의 색깔까지 바라볼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는데도 왜 우리는 가끔 멀게 느껴질까. 장거리연애만 하다가 처음 같은 시간에 잠을 자던 때, 잠이 오지 않던 나는 당황스러웠다.
우리가 멀리 떨어져 있을 때는 내가 잠이 오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잠을 잘 시간이라 연락할 사람들이 하나도 없을 때에도, 남자친구만큼은 시차 덕분에 깨어 있었다. 그렇게 계속 남자친구와 대화를 하다보면 어느새 나는 잠이 오게 되고 꿀잠을 자게 되었다. 그런데 막상 이렇게 바로 옆에서 같이 있는데도 나는 잠이 오지 않은데 남자친구는 옆에서 꿀잠을 자고 있다.
너무나 평범한 커플들의 일상이 국제연애의 장거리커플이었던 나에겐 충격적인 괴리로 다가왔다. 내가 잠이 오지 않을 때 같이 이야기 해줄 수 있는 사람은 사라진 느낌. 내가 잠이 오지 않을 때 언제나 이야기를 들어주고 대화를 나눠주던 내 남자친구는 어디간거지. 우리 다시 롱디하면 안될까?;) 함께 있어도 따로 있는 느낌의 첫 충격이 이렇게 더 가까이, 같이 있을 때 더 크게 다가온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