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또 같이
모든 사람들의 인생사를, 모든 커플들의 러브 스토리를 듣다 보면 어느 하나 영화나 드라마 같지 않은 이야기가 없지만 특히 국제연애를 하는 커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이지 모두가 특별하고 인연인 듯했다.
커플 중 한 명은 한국인이고 파트너는 독일이나 미국, 프랑스, 호주, 영국, 이탈리아, 중국, 러시아 등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과 연애를 이어가고 결혼을 하는 이야기들도 듣고 있으면 참 매력적이고 신기했지만, 나는 그동안 조금 더 알려지지 않거나 조금 더 멀게 느껴지던 곳들을 더 좋아해서 여행도 그런 곳들을 더 많이 다니고 살아서 그런지 그곳에서 듣는, 직접 만난 국제 커플들의 이야기는 더 극적인 듯했다.
현장에 있으면 나보다 더 열악한 상황에서 연애를 그것도 국제연애를, 그것도 또 다른 열악한 상황의 현장에 있는 아프리카, 혹은 산속 소수민족과 인연을 이어가는 친구들이 있었다. 나는 멀리 있어 시차만 있다면 다른 친구는 시차에 또 둘 다 인터넷이 공기처럼 당연하지 않은 현장에 사는 지라 연락조차 하고 싶을 때 못하는 친구도 있었고, 또 누군가는 필리핀의 깊은 산속 냉장고도 없는 마을의 소수민족의 청년과 연애를 이어가는 친구도 있었다.
나는 그나마 독일이라는 나라에 어쩌다 보니 백인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이 반가워라도 하지 친구들은 남자 친구의 피부색만으로도 사는 곳만으로도 그 사람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생각하고 말하는 사람들의 시선과 편견 때문에 힘들어하는 부분들이 있었다.
국제연애와 관련된 글들을 보면 한국 여자들은 항상 서양의 백인들만 좋아한다, 왜 동남아나 아프리카의 남성들은 없는지 그런 이상한 댓글 들을 종종 발견하곤 하지만 없는 게 아니라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알기도 전에 국적에 따라, 피부색에 따라 무조건 단정 짓고 편견 짓는 사람들의 그런 말들이 너무 마음 아파서 알리고 싶지 않은 경우도 많다는 것을 꼭 말해두고 싶었다. 왜 다양성이 없냐고 물어보기 전에 다양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 줄 이해심과 경험을 가져주기를 바란다고.
우간다의 아름다운 청년과 함께 아프리카의 지역사회를 일궈가는 친구, 이스라엘 민족이 40년 동안 헤맸다던 시나이 반도 광야에서 어느 베두인족과 함께 가족을 만들어 가는 분, 현지인들도 잘 모르는 깊은 산속의 청년과 열심히 사랑을 이어가는 러브스토리들을 들으면 나는 정말이지 사랑이라는 것이 힘이 있긴 있나 보다 싶었다.
그리고 잠시나마 나의 장거리 연애는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간접적으로 볼 수 있고, 그나마도 보고 싶을 때 페이스톡으로 보고 이야기할 때 문자를 주고받을 수 있는 편리하고 수월했던 연애였구나 새삼 깨달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거리 연애, 특히 머나먼 거리를 사이에 둔 국제연애는 누구에게나 쉽지만은 않은 결정인 것 같았다. 세 달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동거를 끝낸 뒤 우리는 결혼을 약속하고 나는 한국으로 다시 돌아왔다. 결혼할 사이라고 하더라도 결혼한 사이는 아직 아니었기에 우리는 다시 법적인 의무로써 삼 개월 간 다시 장거리 연애를 해야 했다.
다시 돌아온 장거리 연애의 상황은 무척 낯설고 어려웠다. 둘 다 학생일 때는 그나마 시차가 있더라도 한 사람이 생활패턴을 바꾸면 어떻게든 연애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충분히 대화를 나눌 시간이 있었다. 그런데 남자 친구가 일을 시작하고 나니 우리는 결혼을 약속하고도 대화할 시간이 좀처럼 나질 않았다. 결혼을 장담할 정도가 되고 나니 이런 불편함도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이라 여기며 넘어갈 수 있었지, 만약 시작부터 우리 중 누구 하나 혹은 둘 모두 일을 하면서 국제 장거리 연애를 했었으면 우리가 이렇게 결혼할 사이까지 이어질 수 있었을지 의문스러운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