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을 일주일 앞두고
파란 하늘이 반가운 사월, 나는 다시 베를린에 돌아와 있었다. 꽃들은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그 꽃나무들 사이사이 걸린 부활절 계란 장식. 우리나라에선 찾아보기 힘든 봄철 또 다른 크리스마스트리 같다. 부활절이 다가온다는 것은 나와 남자 친구가 처음 만났던 시간이 또 한 번 돌아온다는 뜻이었다. 부활절 연휴, 한 명은 독일에서 다른 한 명은 필리핀에서 논문을 쓰다 과부하 된 머리를 식히러 떠났던 여행에서 만난 우리. 그렇게 우리가 만나게 된 지 2년이 되어가는 4월의 첫 주, 우리는 드디어 결혼 문서들을 제출하러 암트를 방문했다.
"넌 어떤 결혼식을 꿈꿨어?"
결혼을 위한 모든 문서들을 제출한 뒤, 남자 친구가 나에게 물었다. 우리 모두 각자의 인생에 있어 결혼이라는 단어가 우리의 일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던 사람들이었다. 결혼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이고 친구들의 이야기 같던 단어라 그냥 결혼도 아닌 국제결혼을 앞둔 우리들은 무엇을 어찌해야 할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 친구는 영화를 통해서든, 주변의 여자 사람 친구들을 통해서든 여자들이라면 가지고 있을만한 결혼식에 대한 환상, 로망이 나에게도 있는지, 있다면 어떤 모습이었는지 궁금해했다.
'음... 결혼식이라...'
한참을 생각해보다가 갑자기 나도 모르게 현실 웃음이 터졌다. 영문도 모른 채 웃고 있는 나를 보고 남자 친구는 무슨 재밌는 결혼식이라도 생각했나 보다 같이 웃는데 나는 그의 기대를 충분히 저버릴 수 있었다. 웃음을 겨우 참고 나는 입을 열었다.
"나는 신기하게 내 결혼식은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대신 내 장례식을 많이 생각해봤던 것 같아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