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친구가 남편이 되던 날, 국제연애 일기의 끝

독일에서의 시청 결혼식

by 따뜻한 선인장

당장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결혼식을 앞두고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날씨를 체크하는데 그냥 비도 아닌 뇌우가 쏟아질 예정이라고 한다. 독일 날씨는 일기예보와 상관없이 기본적으로 변덕스럽다고 했지만, 매일 같이 확인해도 변하지 않는 뇌우를 보면서 나는 오히려 결혼식 날에는 비가 올 것이라 생각해버렸다. 비가 쏟아지면 차라리 어바웃 타임 속 결혼식처럼 폭우를 즐겨야지.


결혼식 전날, 엄마께 전화가 와서 통화를 하고 끊었는데 한참 뒤에 딸이 먼 곳에서 결혼을 한다니 잠이 오지 않는다며 장문의 축복 문자를 보내셨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어쩌다 보니 당사자인 우리들도 일주일 전에 시청 결혼식 날짜를 받았기 때문에, 독일에 계시는 시부모님들도 스케줄을 변경하느라 당황스러워하셨는데 한국에 계신 우리 부모님 마음은 어떠했을까. 독일은 한국과는 달리 시청에서 결혼식을 꼭 치러야 하는 것이라서, 형식적으로 하는 것이니 너무 마음 쓰지 말라고 하셨지만, 그런 말을 하는 나도, 그리고 그런 말을 듣는 엄마의 마음도 뒤숭숭했을 것이다. 결혼 서류와 비자만 정리가 되면 한국에 들어가 모두에게 곧 인사를 드릴 거라는 말로 겨우 위로 아닌 위로를 드렸다.


결혼식 하루 전, 고향에서부터 올라오는 남자 친구의 가족들을 맞이하느라 대대적으로 집 청소를 하고 가만히 앉아 창밖을 보는데 창문 밖 나뭇가지 위에 비둘기 두 마리가 나란히 앉았다. 한참을 둘이 꼭 붙어서 머리를 부비고 깃털들을 정리해주고 부리를 비빈다. 보통은 나무 위에 비둘기 한 마리가 잠시 쉬었다가 떠나곤 하는데 오늘은 두 마리가 찾아왔다.





신기해서 가까이 다가가 사진을 찍는데도 그 둘은 한참을 그렇게 같이 앉아 있다가 남자 친구가 회사에 다녀와서 함께 인사를 나눌 때까지 시간을 보내다 갔다. 비둘기 두 마리의 다정한 애정행각을 지켜보며 신혼부터 노년의 시간까지 한 부부의 시간 여행을 다녀온 느낌. 옛날 같으면 그냥 비둘기 두 마리인가 보다 했을 텐데 오늘은 괜히 그 두 마리가 무엇을 하는지 어떻게 지내는지가 눈에 들어오는 걸 보니 내가 결혼을 하긴 하나보다.


결혼식 아침. 가족들과 평소와 다르지 않게 아침을 먹고 느긋하게 결혼 준비를 시작했다. 원피스와 구두는 미리 한국에서 가져왔고 머리 위에 면사포로 사용하려고 했던 천은 너무 짧아 머리 장식 대신 꽃집에서 꽃 한 송이를 사서 부케 장식으로 생각하던 참에, 잠시 사라지셨던 시부모님께서 커다란 꽃바구니와 우리 이름이 새겨진 원목 장식품, 그리고 가족들이 손수 적은 카드들을 한가득 안겨주셨다.


갑자기 또 한 번

가족이 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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