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도 통역이 되나요?

우리의 세 번째 여행, 세 번째 만남

by 따뜻한 선인장



Welcome, 환영합니다



매해 보는 공항이었는데 이번엔 무척 달라 보였다. 처음 남자 친구라는 사람이 나를 보러 한국에 오기 때문이었다. 독일에서 재회하고 난 뒤, 졸업을 먼저 한 그가 일을 찾게 되면 휴가를 써서 한국에 방문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취업이라는 것이 우리의 바람과 현실 사이엔 독일과 한국만큼의 머나먼 간극이 존재하는 것인데, 그걸 알면서도 우리는 그 간절한 마음을 쉽사리 놓지 못했다.


생각했던 시간보다 취업기간이 길어지면서 우리 둘 다 모두 답답해하던 차에, 오히려 지금이 가장 적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을 방문할 적기. 일을 찾으면 금적적 여유는 있겠지만 시간이 부족할 것이고, 일을 찾는 것이 언제나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기에 차라리 일을 찾기 전, 졸업장 잉크가 아직 마르기 전에 가벼운 여행을 오는 건 어떤지 내가 먼저 제안했다.


마침 방학도 모두 끝난 가을 비수기라 비행기표도 한참 저렴하고 날씨도 기분 좋게 적당히 서늘한 가을날이 시작되는 9월 말. 그렇게 우리는 봄, 발리, 여름, 뮌헨, 그리고 가을 다시 한국에서 세 번째 재회를 하게 되었다. 생각지 못한 여행에서 생각지 못한 남자 친구가 생긴 나도 신기했지만 남자 친구 역시 태어나 처음 떠난 아시아 여행에서 나를 만나 다시 아시아로 여행을 오게 될 줄은 아마 몰랐을 것이다. 그렇게 그가 처음 한국에 왔다.



1. 서울



외국인 친구들이 종종 나를 방문한 적은 있었지만 남자 친구라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나도 몰래 외국인들도, 한국인들도 많이 간다지만 나는 한 번도 해보지 못한 한강 근처에서 라면 먹기를 가장 처음 시도했다. 도착하자마자 짐을 풀고 근처 한강에서 라면을 먹었는데, 한강에서 먹는 라면이 그렇게 맛있다는데 왜 나는 그냥 맨날 먹던 그저 그런 라면 맛일까. 다행히 남자 친구는 이 밤에, 이 뜬 금 없는 강 근처에 뜨거운 물과 계란과 라면은 물론 반찬까지 있는 장관이 신기한 듯했다.





서울 사는 사람들이 오히려 남산타워에 가본 적이 없다는 말처럼 나 역시 한국에 살고 있어도 가보지 못한 곳이 많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남자 친구에게 한국 문화에 대해 소개해 주고 싶어 찾았다가 내가 더 좋아하게 된 곳들이 생겼다.


처음 가본 국립국악원. 국악의 소리도 좋았지만 화려한 전통 의상과 예전에는 잘 알지 못했던 국악 악기의 다양함까지 새로운 발견이었다. 사극에서만 보고 지하철을 타며 지나가기만 했던 종묘가 이런 모습으로 이렇게 도심 한가운데 조용함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 신기했고, 말로만 듣던 왕실 사람들의 정원이라는 비원을 직접 돌아보는 것도 고즈넉하니 좋았다.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했던 곳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태권도, 국기원이었다. 어린이들을 위한 공연이 마침 한국말을 모르는 외국인들이 보기에도 좋은 공연이 되어 신청했다가 오히려 내가 더 소리치며 환호했던 공연이 되어버렸다. 어릴 적 세일러문이나 지구용사 선가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공연을 보면 마치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랄까. 남자 친구가 오히려 나를 진정시키며 돌아봤던 서울의 전통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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