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우리는 무슨 사이야?

발리 이후, 3개월 만에 독일에서 재회한 우리

by 따뜻한 선인장





친구들과의 만남, 그런데 넌?


친구를 만나는 건 즐거운 일이다. 그런데 나에게 친구들이란 조금 다양한 층위가 있었다. 해외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내가 살고 있는 해외에 같이 머물고 친구, 그리고 나는 살고 있지 않지만 제3국에 살고 있는 친구들이 그랬다.


첫 번째, 한국에서 만나는 친구들은 내가 그들을 처음 만난 그대로, 대학생 때 고등학생 때의 느낌과 기억을 갖게 해주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이제는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직장도 중간관리자급까진 갔으니 취업을 걱정하고 연애에 울고 웃는 그런 일들은 적어졌지만 그럼에도 언제나 편하고 굳이 다른 설명, 자기소개를 하지 않아도 나를 알고 있는 집같이 편안한 친구들이 한국 친구들이다.


두 번째, 내가 살고 있는 다른 나라에서 만나게 된 친구들은 보통 두 종류의 느낌이다. 한 부류는 정말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떠돌이가 떠돌이를 잠시 만났으니 시간이 맞고 같이 있는 장소가 맞아떨어져 웃고 떠들고 카톡, 페북에 친구 신청도 했지만 조용히 연락이 끊기고 기억에서 사라지는 사람들. 반면 두 번째 부류는 어찌 보면 작은 가족처럼, 그 나라에서의 기억을 떠올리면 그 사람들이 떠오를 정도로 가깝게 지내는 친구들이다. 앞에서 말한 우정의 객체가 떠돌이들이었다면 작은 가족 같은 이들은 유학이나 해외취업이나 이민으로 오랜 기간 이 낯선 공간을 집이다 생각하며 적응해야 할 이민자 혹은 같은 외국인들의 성격이 더 강하다. 가족은 없고, 우리나라도 아니지만 살고 있는 나라의 국민과 같은 서류와 세금과 집과 비자 문제를 모두 스스로 풀어가야 하는 상황에서 지금 지내고 있는 이 나라에 온갖 애증의 감정을 공유하는 것은 굳이 한국인이 아니라도 그곳에 사는 외국인이라면 금세 끈끈한 연대감을 갖게 했다.


그래서 세 번째, 해외에서 만났던 작은 가족 같던 외국인 친구들이 고국으로 돌아가면 그 친구들은 뭔가 꿈만 같은 존재들이 된다. 그 당시만 해도 정말 친구를 넘어 가족 같은 느낌이었는데 헤어지고 나면 앞으로 우리 인생에 있어 한번이나 다시 볼 수 있을까 기약할 수 없는 느낌. 그렇게 앞으로 평생 동안 한두 번이나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던 친구들을 해외에서 다시 만나는 날이라도 생기면, 그때는 고향 친구 플러서 외국인 친구를 동시에 만나는 포근한 꿈을 꾸다 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런데 지금 이 아이는 그동안 내가 만났던 어느 친구들에게도 느껴보지 못한 이상한 기분을 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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