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미국 조리기구들
내 시엄마인 뎁 (Deb)네 놀러 갔다가 이걸 보고 "도대체 이건 어디다 쓰는 거예요?"라고 물었다. 내가 너무 신기해하자 시엄마가 선물로 내게 줬다. 이건 머시룸 브러시 (Mushroom brush)다. 버섯을 손질할 때 물로 씻으면 버섯이 굉장히 금방 상하고 짓무른다. 그래서 물 대신 이런 솔로 흙과 이물질을 털어내더라. 덕분에 뎁이 준 버섯 솔을 아주 잘 사용하고 있다.
나는 빠에야를 좋아해서 뉴욕에 갈 때면 빠에야를 잘한다는 식당을 하나씩 찾아다니던 적이 있었다. 지금은 집에서 만든다. 내가 만드는 빠에야가 훨씬 맛있기 때문. 보케리아라는 식당에서 이걸 보고 "우와 이런 것도 있구나" 감명을 받아서 나도 아마존에서 주문했다. 이건 레몬 웻지 백(Lemon wedge bags)이다. 용도는? 서양에서 해산물을 먹을 때 많이들 레몬즙을 뿌린다. 식당에 가면 이렇게 레몬을 조각조각 낸 걸 주는데, 이 레몬 웻지를 그냥 짜면 씨가 빠져나와서 음식에 들어간다. 그치만 이 레몬 웻지 백을 씌우면 씨가 걸러지기 때문에 맘 놓고 레몬을 짤 수 있다. 우리 집에서 손님을 초대해 빠에야를 만들면 이걸 꼭 쓴다. 뭔가 재밌잖아요?
넷플릭스에 더 그레이트 브리티시 베이킹 쇼 (the Great British Baking Show)라는 서바이벌 쇼가 있다. 여느 서바이벌 쇼와는 매우 다르게, 참가자들이 전부 아마추어고 (직업이 따로 있고 베이킹은 취미로만 하는 사람들), 서로 전혀 경쟁적이지가 않아서 보기가 참 편하다. 난 작년 11월 즈음 이 쇼를 어쩌다 알게 돼서 정주행을 했는데, 보다 보니 나도 빵을 굽고 싶어 졌다. 제과는 몇 번 해봤지만 제빵은 처음 해봤는데, 반죽을 발효시킬 때 우리 집 부엌이 너무 추웠는지 발효가 충분히 되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좀 속상해했는데, 그걸 보고 남편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발효기 (프루퍼 Proofer & slow cooker)를 사줬다. 말 그대로 발효 (proof)를 해주는 기계인데, 반죽 안에 온도를 화씨 90도로 맞추고 싶으면, 90도로 설정할 수 있다. 온도 설정 기준이 이 기계 내부 온도가 아니라, 반죽 내의 온도를 기준으로 해서 매우 편리하다. 그리고 슬로우 쿠커로도 사용 가능하다.
빵을 발효시키는 것 이외에도 다양한 발효음식을 만들 수 있다. 집에서 요거트, 가지가지 치즈, 콤부차 (우리나라에서 배 아플 때 매실액 마시듯이 미국에서는 소화가 잘 안되면 콤부차를 마신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3편에서) 등을 집에서 직접 만들 수 있다! 남편이 이걸로 요거트를 몇 번 만들었는데, 집에서 만들면 진짜 맛있다.
참고로 왼쪽에 빵 반죽이 담긴 바구니는 바네통 (Banneton basket)이라고 하는데, 왜 굳이 저기에 넣는지는 모르겠지만 쿡북에서 저걸 쓰라고 해서 쓴다. 좋은 점은 빵에 바네통 안에 결이 찍혀서 저렇게 원형 무늬가 나온다는 것, 밀가루로 시즈닝 (그냥 밀가루 쳐덕쳐덕 해서 반죽이 안 달라붙게 하는 거)해 놓고 안 씻고 계속 쓸 수 있다는 점? 또 참고로 오른쪽 빵처럼 아티잔 브레드를 만들려면 더치오븐 (Dutch oven)이 필요하다. 이름에 오븐이 들어가니까 오븐 같지만 사실 그냥 무쇠솥이다. 더치오븐 없이 만들려고 사방팔방으로 알아봤지만 불가능하대서 하나 샀다. 아 맥시멀 라이프를 살고 싶지 않은데. 다음 편에 바네통과 더치오븐도 올리겠다.
때는 2013년이었을까요. 같이 박사 하던 조지가 다른 아파트로 이사한다고 해서 아룬, 맷과 내가 이사를 도운 적이 있었다. 이삿짐을 전부 나르고 옛날 집에 물건들이 좀 남아있었는데, 조지는 다 버린다고 가져가고 싶은 것 있으면 가져가라고 했다. 헐 조지가 전동 칼갈이(Electric knife sharpner)를 버린다는 거다. 그래 냉큼 주워왔다. 집에서 아주아주아주아주 용이하게 잘 쓰고 있다. 나는 칼을 갈 줄 몰라서 내내 무뎌진 칼로 버텼는데, 이걸로 칼을 갈면 정말 날카로워진다. 이걸로 우리 집 칼은 평생 갈 듯...
그냥 전원을 키고, 칼을 1번 왼쪽-오른쪽 갈고 그다음에 2번 왼쪽-오른쪽 갈면 끝!
쿠킹클래스를 들었는데, 디저트로 레몬 젤라또를 만든 적이 있다. 이게 상당히 맛있었는데, 그에 너무 감동받은 남편이 계속 아이스크림 메이커를 사자고 졸랐고 나는 계속 반대했다. 결국 자기 돈으로 키친에이드와 아이스크림 메이커 부착품을 사 왔다. 그래 놓고 정작 본인은 아이스크림 한번 만들고 나만 계속 쓴다. 키친에이드에 이 아이스크림 메이커를 부착해서 사용할 수 있다. 키친에이드 없이 독립적인 아이스크림 메이커도 따로 있다. 아이스크림을 만들 때 공기를 많이 집어넣어야 부드럽고 얼음 같지 않은 식감이 나오는데, 공기를 넣기 위해선 아이스크림 재료를 계속해서 휘저어야 한다. 문제는 휘저을 때 온도가 차가워야 아이스크림이 얼게 되는데, 이걸 가정집에서 하긴 너무 힘들다. 하지만 아이스크림 메이커는 통 자체를 차갑게 얼려뒀다가, 그 안에 아이스크림 재료를 넣고 모터로 윙윙 돌려서 공기를 넣어준다.
이 아이스크림 메이커로 가장 간단한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만들었는데 진심 엑설런트의 초초초초초고급 맛이 난다. 쫭이다... 이때 바닐라 원액을 넣으면 약간 인공적인 맛이 나기 때문에, 바닐라 페이스트를 넣는 것이 훨씬 맛있다. 근데 비쌈. 가장 맛있었던 건 누텔라 아이스크림과 커피 아이스크림.
사용법은
1. 아이스크림 메이커를 냉동실에 최소 24시간 전에 넣어둔다. 성능이 안 좋은 냉동실은 48시간까지 걸릴 수도 있다.
2. 아이스크림 베이스를 만든다. 보통 커스터드로 만드는데, 젤라또를 만들고 싶으면 생크림의 반 정도를 마스카포네 치즈로 대체하면 된다. 나는 뉴욕타임즈 아이스크림 레시피를 많이 따라 한다. 존맛탱... 특히 누텔라 아이스크림이 진짜 죽여준다.
3. 아이스크림 베이스를 냉동실에 두어 차갑게 만든다. 이 부분이 생각보다 매우 중요하다. 아이스크림 커스터드를 만들고 나면 뜨거운데, 이걸로 바로 아이스크림을 만들면 절대 안 언다. 그래서 베이스를 최대한 차게 식혀야 한다.
4. 아이스크림 메이커에 아이스크림 베이스를 넣고 모터를 돌려 공기를 넣는다. 그럼 완성!
결혼기념일에 라비올리 해주겠다고 남편이 라비올리 스탬프 (Ravioli stamp)를 사놓고, 결국은 안 만들길래 날 잡고 같이 만들었다. 사실 그냥 쿠키 커터 써도 될 텐데 뭘 굳이 이런 걸 살 필요가 있나 싶다. 앞으로도 계속 나오겠지만, 남편은 "오? 유용한데?"하고 물건을 사고 나는 말린다. 그치만 남편은 결국 자기 돈으로 꼭 이런 걸 사는데, 문제는 정작 남편은 잘 안 쓴다. 으이그~ 그럼 난 또 그게 아까워서 내가 쓰기 시작한다. 그러면 "거봐~ 내가 유용할 거라 했잖아."라며 남편은 생색낸다. 이렇게 악순환. 난 미니멀 라이프는 평생 못하는 걸까.
사실 우리 집엔 파스타 메이커도 있는데, 이건 다음 편에 올리겠다. 이 역시 남편이 쓰겠다고 사놓고 정작 내가 다 쓰는 주방용품.
2편 이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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