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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연emi Sep 08. 2020

- 구조 만들기

구조 만들기

그림책 만들기를 결정했다면 자연스럽게 나뉘는 부분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여기서는 서사 여부로 이야기해 보려 해요. 그림책 작가는 서사가 없는 그림책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거든요. 그런 경우는 여기서는 잠시 접어 두도록 해요. 대부분 작은 아이디어로 훌륭하게 만들어 내더라고요. 지금은 서사를 가진 책을 만들고 싶은 분들을 위해 몇 가지 주의할 점들을 적어 보려 해요. 그림작가는 글쓰기로 단련된 몸이 아니다 보니 글을 쓴다는 것은 당연히 막막한 일이에요. 일단 생각나는 대로 끄적여 보는 것부터 시작하여야 할 것 같아요. 아니면 친한 친구 하나를 섭외해서 녹음하는 거죠. 제삼자를 이해시키려면 본인 머릿속에 이야기가 잘 짜여 있어야 하기 때문에 좀 더 빠르게 이야기를 정리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러면 이야기를 들은 친구는 어떤 부분에서 의문이 생기는지, 혹은 캐릭터의 행동이 납득이 안 되는지 등의 피드백을 해 줄 수 있으니 좀 빠르게 정리할 수 있어요. 시중에 나온 글을 선택하시면 아무래도 금세 시작할 수 있긴 해요. 물론 누구의 글인지 명시해야 하고 글을 변형시키실 때도 원작자에 대해 꼭 밝히셔야 해요. 어차피 편집자는 그림작가를 찾는 거지 글 작가를 찾는 건 아니니까 그 점이 흠이라고 생각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그림책의 기본 기준은 16장이라고 말씀드렸어요. 그림책에서 서사 구조를 짜는 방법은 작가마다 다 차이가 있겠지만 제가 사용하는 방법을 기준으로 말씀드릴게요.

서사는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기-승-전-결 혹은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의 양상을 가지고 있어요. 이 단계를 16장 안에 넣어야 하는 거죠. 먼저 원고를 나눠봐요. 16개보다 더 나뉠 수도 있고 적게 나뉠 수도 있어요.

이제 위의 16개로 나눈 그래프를 볼까요. 발단이 16장 중 10장일 필요가 있을까요? 위기와 절정을 한 장에 그릴 이유도 없겠지요. 막연히 16개를 나누려면 어려우실 거예요.

그래서 시퀀스를 나눠 볼 거예요. 시퀀스 sequence는 영화 용어인데요. 요즘은 영화뿐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도 통용해요. 시퀀스란 하나의 사건이 시작하고 끝나는 하나의 덩어리를 의미해요. 그림책 <지각대장 존>에서 존이 집을 나서고 어떤 사건을 거쳐 학교에 도착해요. 그리고 이 과정은 몇 차례 반복돼요. 여기서 한번 집을 나섰다가 학교에서 생긴 일을 하나의 덩어리, 즉 시퀀스라고 합니다. <지각대장 존>은 총 4개의 시퀀스로 구성된 셈이지요. 아래는 조금 더 자세히 나눈 모습이에요.

아래 그림처럼 1부터 16까지 쓰고 시퀀스를 나누어 배분하고(꼭 페이지수가 동일할 필요는 없음) 그 안에 디테일을 쓰고.... 이런 식으로 진행하는 연습을 해보면 어느 한쪽에 너무 치우쳐서 필요한 장면을 그려야 하는데 그릴 자리가 없는 불상사를 예방할 수 있어요.

이 구성 부분을 하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그림 그리기를 시작하면 기승전결에서 한 부분이 늘어지거나 상대적으로 급하게 마무리해야 하는 불상사를 피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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