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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연emi Sep 07. 2020

6. 편집자가 기대하는 것

편집자가 기대하는 것

이 부분은 제가 편집자가 아니다 보니 아는 편집자들의 이야기들을 종합해 정리했다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편집자마다 원하는 바가 조금씩 다른 부분이 있었고 공통으로 원하는 부분이 있었어요.
대부분 편집자는 신인 작가들을 만날 때 무엇을 보기 기대할까요? 편집자분들이 말씀하신 것을 정리해 보면 ‘새로움’이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여기서 새롭다는 것은 단순히 그림의 새로움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에요.

여러 가지를 의미해요.

캐릭터의 새로움 일 수도 있고 표현 기법의 새로움 일 수도 있겠지요. 혹은 보여주는 방식의 새로움일 수도 있고 새로운 해석이 될 수도 있지요.

어떤 식으로든 무언가 새로움을 기대하는 점이에요.

남들과 다른 점. 새로움의 다른 말은 ‘개성’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또 다른 기대 중 하나는 일러스트레이터들이 가졌으면 하는 요소 혹은 자질이에요. 위의 기대가 그림에 대한 부분이라면 지금 말씀드릴 부분은 작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성격 같은 부분이겠지요.

그림책 작업의 시작은 일정 확인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아요.

저 역시 작품 의뢰 전화를 받으면 가장 먼저 확인하는 부분이 일정이거든요. 그림책 출간일이 결정되는 여러 요인이 있는 것 같아요.

계절감이 있는 경우나 특정한 날이 배경이 경우 그쯤 출간하는 것을 예상하는 게 어렵지 않을 것 같아요. 그렇게 되면 적어도 2-3 달 전에는 원화가 끝나야 후반 작업을 진행할 수 있겠죠.

그러면 채색에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스케치에는요?

답은 작가만이 안 다겠지요. 그런데 작가가 예상 못 한다면.... 스케치 수정이 몇 번 생기면 일정이 늦어질 수밖에 없어요. 그러면 스케치에서 시간을 너무 써버려서 채색할 때 시간이 촉박한 경우가 많더라고요.

저는 그게 싫어서 항상 일정보다 먼저 드려요. 그래서 1-2번 더 수정할 시간을 만들어요. 운 좋게 수정 거의 없이 진행하게 되면 그만큼 채색할 때 시간을 더 벌 수 있으니 좋더라고요.

그림 작가는 원고를 보고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지 예상할 수 있어야 해요.

또 가장 기본적인 거지만 의외로 잘 지켜지지 않는 부분이에요.

바로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

앞서 말씀드린 일정 확인과 비슷하지만 좀 더 기본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의욕적으로 시작했는데 나의 예술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편집자는 자꾸 태클을 걸고.... 수정하라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그럴 수 있어요. 아무리 고민해도 못하겠다 싶으면 솔직하게 말씀하시면 돼요.

편집자도 알고 있어요.

억지로 그림 그리게 할 수 없다는 걸.

절대 연락불통의 사태는 피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출판사는 회사예요. 마감기한이 있고 그 일정에 따라 다른 일정이 줄줄이 잡혀 있어요. 그림작가의 연락불통 때문에 엄청난 손해는 입게 되죠.

나랑 무슨 상관이냐고요? 출판업계는 생각보다 좁아요. 이 출판사 다니던 분이 다른 출판사로 이직하는 경우가 흔해요. 저도 자주 목격했고요.

잠수 전력이 있는 작가는 어딜 가도 환영받을 수 없답니다.

나와 안 맞는 작품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어요.

그러나 잠수는 기본적인 신용의 문제예요. 그림책을 만드는 일에서 글과 그림은 시작에 불과한 것 같아요.

글과 그림일 출판사에 넘겨주면 스캔, 디자인, 교정, 인쇄, 감리 그리고 수정 등 엄청 많은 후반 작업이 기다리고 있거든요.

무슨 소리를 하려고 이러나. 제가 말씀드리려는 건 그림책 작업에 협업이 필요하다는 뜻이에요.

그림을 그리는 행위 자체는 협업이 어려운 부분이 많아요.

그래서 협업이 쉽지 않다는 점을 잘 알고 있어요.

그러나 그림책이 독자의 손에 들어가기까지 많은 이의 수고가 들어가 있다는 사실 역시 잘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출판사는 내 책을 내주는 곳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작가가 독자와 소통하고 싶어 하는 것의 수단이 책이고 출판사는 작가가 하는 말에 공감하고 책이라는 수단을 함께 만든다고 생각해요.


오래 그림책 작업을 하신 작가님들이나 아이들을 많이 접한 작가님들은 그림책의 주요 독자층에 대해 잘 이해하고 계실 확률이 높은 것 같아요. 신인 일러스트레이터들은 상대적으로 덜 할 확률이 높은 것 같고요. 편집자분들은 여러 책을 접할 뿐 아니라 피드백도 현장에서 접하다 보니 아무래도 더 잘 알고 계신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떤 부분을 더하거나 빼거나 혹은 보완하면 독자들이 더 잘 받아들일 수 있겠다는 데이터가 있어요.

그러다 보니 작가분들께 어떤 제안을 할 수도 있어요.

제가 이렇게 뜸을 들이는 이유는... 그것을 작가님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조심스럽기 때문이에요. 신인 작가들은 대부분 을의 위치에 있어요.

작품의 전면 수정을 요구할 수도 있고 거의 그대로 출간하자고 할 수도 있지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어느 정도 수정을 해야 할 일이 생길 것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과연 나는 내 작품을 수정할 수 있을까. 진지하게 고민해 보시길 바라요.

편집자분들께서 말씀하신 부분 중 하나가 ‘유연함’이거든요.

‘유연함’인지 ‘굴욕’인지 판단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본인의 몫이에요.

편집자의 의견을 들어보니 그 의견에 동의하고 더 나은 방향이라고 생각하신다면 협의하고 수정하시면 되지만 작가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생각이 들거나 그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하지 않으시면 돼요. 그리고 나의 더미를 이해하는 편집자를 찾아다니시면 돼요. 이 출판사와 맞지 않을 뿐 저 출판사에서는 좋아할 수 있어요. 실제로 여러 출판사에서 별로라고 한 책이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되어 좋은 평가를 받기도 한답니다.

편집자분들이 말하는 유연함은 어떤 의미일까요.

소통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뭐야? 결국 출판사에서 시키는 대로 하란 뜻인가? 글쓴이는 너무 친 출판사적인 작가가 아닌가? 이런 의문이 드실 수도 있어요. 그런 것은 아니에요. 우리는 손만 빌려주는 사람이 아니니까요.

작가로서 분명한 가치관을 가지고 계셔야 해요. 책이 케이스 바이 케이스인 것처럼 출판사도, 편집자도 케이스 바이 케이스니까요.

저 역시 미팅 후 집에 와서 펑펑 울게 만든 무례한 편집자를 만난 적이 있답니다.

그때 나는 어떻게 해야 했나. 지금 생각해도 무언가 답을 내기는 어려워요.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라 분명히 제가 잘못 캐치한 부분이 있었을 테니까요. 한 가지 분명한 건 그때 내 생각을 분명히 밝히지 못했다는 점이에요.

내가 왜 이렇게 그렸는지 이야기를 했다면 최고는 아니더라도 최선의 결과를 만들 수 있었겠지요.


이 이야기 할 때 사족이 길어지는 이유는

이 부분에서 막혀 고생하는 작가님들은 많이 봤기 때문이에요.

힘든거 알아요. 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라는 것도 알아요.

하지만 이 역시 작가가 뛰어 넘어야할 단계라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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