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글 자리와 레이아웃
일러스트레이터 중에 소 컷이나 광고, 게임 등 일반 일러스트레이션 위주로 한 분들이 자주 빠트리는 부분인데요.
바로 글 자리와 레이아웃입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하나의 주의사항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림책의 레이아웃에 여러 종류가 있는데요.
출판사에서 어떤 레이아웃으로 해달라는 요청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작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답니다.
어떤 기준으로 레이아웃을 나누느냐에 따라 구분법이 달라지겠지만 여기서는 크게 글 자리가 그림에 섞인 경우와 분리된 경우를 언급해 보려고 해요.(글 없는 그림책도 있지만 여기서는 그건 예외로 두도록 할게요.)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사람들은 들어본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학생들을 가르쳐본 결과 시각디자인과를 나온 친구들도 이 부분을 언급하지 않으면 간과하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그림책에서는 글자를 하나의 요소로 인식해야 해요.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오해하는 요소중 하나가 내가 그림을 다 그리고 적당한 곳에(컴퓨터로 흐리게 공간 만들어서) 글자를 얹으면 된다고 생각한다는 점이에요. 그게 아니면 글의 양이 많지 않으니 책의 귀퉁이나 모서리에 한 두 줄 적으면 된다고 생각하지요.
왼쪽 그림은 얼핏 보면 문제가 없는 것 같지만 글 자리가 없어요.어디에 글을 넣을까요? 물으면 오른쪽의 붉은 부분을 가리키며 대답하겠지요.이쯤? 어이없어하는 편집자의 웃음소리를 들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왼쪽 그림에서 오른쪽 페이지 상단이 비어 있어요.그래요. 거기가 글 자리예요.이렇게 이야기하면 싫어할 작가분들도 계시겠지만 그림책에서 그림이 완성되려면 글자가 얹어져야 완성된 그림이 된다고 생각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그림책은 제본까지 된 상태가 완성이니까요.
가끔 그림책 원화 전이나 아트 프린트 전을 가보면 위 그림이 미완성처럼 빈 곳들이 있을 거예요.
사실 그게 정상이에요. 글 자리를 확실히 한 것이지요.
그림책의 글이 한, 두 줄 뿐이면 글자의 양이 적으니까 조금만 비워도 되지 않을까요?그렇지 않아요.
글 자리는 항상 여유 있게 비워두어야 한답니다.
물론 이런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니에요.
레이아웃을 오른쪽이나 왼쪽 혹은 아래를 비워 글 자리와 그림 자리를 분리하는 방법도 있지요.
글과 그림이 어우러진 레이아웃이나 분리된 레이아웃이나 선택은 작가의 몫이에요.
다만 글 자리를 어디에 둘지 확실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지요.
저는 학생들이 하도 글 자리를 명확히 해 오지 않고 빈 곳에 포토샵으로 투명도 줘서 글자 얹겠다는 사람들이 많아 글자를 그림의 외곽에서 3cm 이상 안쪽에 배치하라는 조항까지 달았던 적이 있었어요.물론 그런 법칙 같은 것은 없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이 글 자리를 고려하지 않았는지, 그래서 얼마나 답답했으면 고육지책으로 그렇게까지 이야기했는지 생각해 주었으면 해요.
책의 흐름에서 필요 없는 글자는 없어요.필요 없었다면 이미 퇴고 단계에서 사라졌을 테니까요.
글은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아닙니다.
글 자리 꼬-옥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