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접지
접지선이란 책이 접히는 부분. 책이라는 물성을 가진 존재의 숙명 같은 것인데 책이 접혀서 생기는 부분.
저는 배꼽 같은 것이라고 표현하는 부분인데요. 책이라는 형태에 작품을 하려면 반드시 유의해야 하는 부분이니 꼭 고려해요.
2쪽을 한 장면으로 연출할 것인지, 1쪽씩 나누어 연출한 것인지 아니면 만화처럼 프레임을 나누어 여러 장면으로 나눌 것인지 모두 그림작가의 권한이에요. 양 쪽을 모두 사용하는 장면을 ‘펼침면’ 혹은 ‘스프레드’라고 해요. 지금은 펼침면에 한 장면을 그릴 경우를 예로 말씀드릴게요.
위의 그림을 볼까요. 왼쪽은 접지를 생각하지 않고 레이아웃을 짠 경우예요. 이렇게 되면 오른쪽처럼 얼굴의 가운데가 접히고 안으로 말려 들어가는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이 경우 다음과 같이 수정하면 더 나은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이렇게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인물을 보내면 독자들이 인물을 잘 볼 수 있겠죠. 한가운데 중요한 것을 그려야 할 경우 좌측이든 우측이든 조금 비켜 그려야 중요한 것을 온전히 보여 줄 수있어요.
때론 이 접지를 활용해서 그림책을 만들기도 한답니다.
<파도야 놀자>에요. 그림책의 접지를 활용해 만든 작품이지요. 접지를 경계로 소녀의 세계와 파도의 세계를 나누었어요.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면 읽어보시길 바라요.
추가로 접지뿐 아니라 책의 가장자리는 종이가 잘려나가는 부분이니 이 부분에도 독자가 반드시 보아야 할 것들을 배치하시면 독자가 못 볼 수도 있으니 유의하도록 해요. 접지와 가장자리에는 중요한 요소를 피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