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그림 작가의 역할
그림책은 글과 그림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글이 없을 수는 있어도 그림이 없는 경우는 없죠. 글만 있으면 그건 소설이니까요.
그림책에서 글 작가와 그림작가가 나누어진 경우를 보면 보통 글 작가는 그림을 그리지 않아요. 너무 당연한 이야기인가요.
반면 글 그림을 한 작가가 한 경우 그림을 그리는 작가가 글도 쓴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글 작가가 그림을 배워서 자신의 글에 그림을 그리는 경우는 찾아보면 있겠지만 정말 특별한 경우예요.
지금은 한 작가가 글 그림 다 하는 것 말고 원고를 받아서 그림을 그리는 경우를 말씀드려요.
이 부분은 말씀드리기 조심스러운 부분 중 하나예요.
그래서 제 이야기에 동의하지 않으면 그냥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정도로 생각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그림책에서 그림작가는 그림만 그릴 수 있어요.
이 경우 글을 받아야 하지요.
작품의 그림을 담당할 경우 그 책의 뼈은 ‘글’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림작가들은 그 뼈에 살을 만드는 거죠.
어떤 분들은 나도 작가니 이 글을 새롭게 해석해서 그림을 그리겠다고 주장하는 분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글쎄요. 그림책에 글과 그림이 있지만 보이지 않는 요소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 디자인이지요. 그림책에 글자를 어떤 폰트로 할 것인지, 자간, 행간 등 보이지 않는 많은 요소가 집약되어 만들어지는 게 책이에요.
여기서 디자이너도 나도 책에 내 생각을 넣고 싶다며 무언가를 하면 어떻게 될까요?
책 한 권이 만들 때 오케스트라처럼 자신의 영역이 있답니다.
그러나 지휘자는 한 명이 에요.
그림작가까지 합세해서 지휘할 경우 2개의 관점이 책을 이끌어 가게 되는 것이지요.
어린 독자들은 한 가지 논점을 가지고 이야기해도 어려워할 수 있는데 2가지 논점을 가지고 이야기한다면 과연 독자가 이해할 수 있는 책이 완성될까요? 그림책 그림작가는 그냥 손만 빌려주는 사람인 건가요?
물론 그렇지 않아요.
받은 원고를 잘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 그래서 글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가장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그림책 그림작가가 가져야 할 자세라 할 수 있어요. 나도 나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싶다.
그 마음은 이해해요.
만약 내가 그런 사람이라면 본인의 창작 그림책 작업을 준비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