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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연emi Sep 09. 2020

- 그림책을 쓰려는 그림작가에게

그림책을 쓰려고 하는 그림작가에게

<로지의 산책>, <구름 공항>, <지각대장 존>, <알록달록 동물원>, <빨간 풍선의 모험>, 등등 여러 훌륭한 그림책들이 많아요. 위에 언급한 그림책들의 특징은 글, 그림을 한 사람이 했다는 점이지요. 글 작가가 그림을 배워서 그림책을 만든 것일까요? 안타깝게도 그것은 아니고 그림작가가 글도 써서 그림책을 만든 경우랍니다. 글 작가들이 그림을 배우는 것보다 그림책 작가 글 쓰는 것을 배우는 편이 더 많다는 이야기이지요. 그림작가들이 그림책을 만드는 경우 크게 2가지로 나뉩니다. 첫째는 서사구조를 가진 경우이고 둘째는 서사구조가 없는 경우예요. 서사구조란 이야기성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주인공이나 사건 등이 있는 것이지요. 그러면 서사 구조가 없는 책(혹은 매우 짧은 서사를 가진 책)도 있나요? 물론 있지요. 위에서 언급한 <알록달록 동물원>이나 <빨간 풍선의 모험> 등이 여기에 해당해요.

이런 책은 형과 색, 그림책의 물성을 활용한 책들이 많습니다. 이와같은 부분은 사실 글 작가가 생각해 내기 다소 어려운 부분이에요. 조형원리를 잘 알고 있어야 가능한 작업이 대부분이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서사 구조를 가진 그림책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요? 저도 그림작가라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를 자세히 적어드리긴 어려 울 것 같지만 몇 가지 플롯이라고 할까요. 구성에 관해 간단히 언급해 드릴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서사를 가진 그림책은 기본적으로 '서사'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하므로 영유아 그림책에는 어울리지 않아요. 최소한 4-5세 정도는 돼야 어렵지 않은 서사구조를 이해할 수 있게 되지요. 이 연령대에 주로 사용되는 플롯은 주로 1-2-1-2의 두 박자 구조를 가진 경우가 많아요.

<엄마, 나는 도망갈 거야>는

1. 아기 토끼가 도망갈 거야.라고 이야기하면 2. 엄마 토끼는 엄마가 다시 데려올 거야.라고 이야기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이 나이 때 아이들은 아직 무언가를 스스로 하기는 어렵다는 걸 본능적으로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엄마로부터 독립해보면 어떨까 하는 이중적인 심리를 띄고 있답니다. 자신이 돌봄 받아야 할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동시에 독립하고 싶어 하는.... 주목받고 싶기도 하고 자유롭게 돌아다니고도 싶은 어떤 가수의 심리 같지요. 이런 책들은 아직 모험을 떠나지는 못합니다. 그저 주변의 현상을 보여주거나 멀리 가지 않고 해결하는 단순한 반복의 구조를 취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조금 큰 6-8세는 무언가 모험이 가능해집니다. 그러나 이 모험은 회귀를 전제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집을 나갔으면 다시 돌아오는 거지요.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서 맥스는 괴물들이 사는 나라로 모험을 떠납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요. 이 구조 역시 아직은 부모의 돌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아이들이 본능적으로 알고 있어서 가능한 것 같아요. 그러면 안 돌아오면 어떻게 되나요? 아이들이 책을 읽고 불안해할 경우가 많아요. '엄마가 보고 싶을 텐데', '밤에 무섭지 않을까요?'이런 반응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마치 전래동화 속 악당이 처참한 죽음을 맞이해야 아이들이 안심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전래동화 속 악당이 적당히 혼나는 식으로 깔끔하게 맺음이 되지 못하면 아이들은 악당이 자신에게 찾아올 것 같은 두려움을 느끼게 된답니다. 또 이 연령의 아이들은 두 박자 그림책보다는 조금 더 복잡한 3박자나 4박자의 구조도 이해하게 됩니다. 또 반전도 이해할 수 있지요. <지각 대장 존>은 이러한 반복의 구조에 반전이 들어가 아이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전형성을 벗어나면서도 선생님을 혼내는 통쾌한 결말이 아이로 하여금 호응하게 만든 게 아닐까 싶어요.

9-10세 이상의 아이들은 이제 꽤 복잡한 구조를 이해할 수 있답니다. 그림책을 많이 접한 아이들은 플래시백(회상)과 같이 시간을 재 구성하는 구조도 즐길 수 있을 만큼 성숙한 아이들도 있어요. 이런 아이들은 '새로운 모험을 향해 출발~'하면서 이야기를 끝내도 밤에 악당이 찾아올까 두려워하지 않는 상황까지 오게 돼요. 이때부터는 시퀀스의 길이와 개수가 어른들보다 적을 뿐 구조 자체는 점차 어른들의 것과 비슷해지게 되지요.

그림책은 0-100세까지 볼 수 있다고 해요. 그렇다고 아무나 볼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지요. 만드는 이는 꼭 내가 만드는 그림책이 누구를 위한 그림책인지 정하고 시작해야 해요. 그리고 그 연령에 맞는 구성과 짜임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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