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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지언니 Aug 28. 2019

늦은 밤 로테르담에 도착

첫날


여행은 첫날 설렘이 반!



11시간 비행 후 도착한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서 로테르담으로 이동하기 위해 기차를 탐 ⓒ CHI


스키폴 공항에 내려서 로테르담 가는 기차를 탔을 때는 환한 초저녁이었습니다. 도착했다는 설렘과 시작이라는 들뜬 마음으로 로테르담 블락역에 도착했습니다.


블락역에 내리자마자 맞닥뜨린 마켓홀 ⓒ CHI


마켓홀,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며 준비 없이 만난 마켓홀! 깨방정 떨며 공복에 느낀 짜릿한 기분이란! 서울 스케일로 상상을 했던 탓에 이렇게 가까울 줄 예상을 못했습니다. 정면보다 살짝 틀은 옆모습에 더 호감이 간다더니 이게 사진과 글로 배운 보고 싶던 마켓홀이구나.... 그 후 로테르담에 3박 4일을 머무르면서 마켓홀은 우리의 레스토랑이 되었습니다. 초밥, 해산물 로컬푸드, 치즈, 차와 말린 과일 등 지역 특산물과 식자재가 천장의 벽화만큼이나 다채로웠고, 국적불문 다양한 음식들이 여행자의 허기를 달래 주었습니다. 도착한 날 밤 예약해 놓은 호텔에 걸어서 도착했고, 펍안에 온 듯한 시끌벅적한 호텔 프런트에서는 마지막 다섯 명의 예약 손님을 맞이해 주었습니다. 더 놀고 싶었지만 너무 피곤했고, 그렇게 우리는 각자 방을 배정받고 낯선 도시에서 첫날밤을 보냈습니다.






 마켓홀(Market Hall), 마르크탈


이 곳은 우리의 저녁을 책임지던 로테르담 맛집이었습니다. 시간 순으로 쓰기로 기획을 했기에 너무 자주 등장하면 식상할까 봐 며칠 동안 보고 느낀 것과, 한국에 돌아와 회자되는 이슈까지 모아서 써 보았습니다.


노천시장 일부가 내부로 빨려 들어간 듯한 홀의 형상을 하고 있는


세간에 건폐율 특례 사례로 다시 회자


혁신적인 세계의 전통시장이자, 힙한 도시 로테르담의 상징적인 건물 사례로 자주 소개되던 마켓홀이 이번에는 건폐율 특례 관련 사례로 등장을 했습니다. (2019.8.22 기사 마르크탈처럼 창의적 건축물에 건폐율 특례)  혹시 건폐율이란 단어를 처음 보는 분을 위해 설명을 드리자면 대지 면적에 대한 건물의 바닥 면적 비율로 건축 밀도를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입니다. 자기 땅에 건물을 무한정 넓게 지으려는 건축주의 욕망을 제어하는 지표지요. 네덜란드에서는 건폐율을 1층 면적으로 산정하기 때문에 수평투영 면적(하늘에서 내려다본 지붕면적)으로 산정하는 한국이 비해 건물을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마켓홀도 두 동의 아파트를 재건축하면서 두 동 사이 외부공간에 전통 시장을 이어가고 지붕을 덮어 만든 구조라고 볼 수도 있는데요. 한국에서 건폐율 때문에 마켓홀 같은 건축을 설계하지 못하는 불합리한 점이 개선될 여지가 있다니 반가운 소식입니다. 구체적으로 실제로 땅을 차지하는 건물 아래 면적은 좁지만 위로 갈수록 넓어지는 형태 등 창조적 건축물의 경우, 정부는 앞으로 위쪽 면적이 아닌 부지와 접촉한 면적만 건폐율 산정에 적용하는 방법으로 보다 자유로운 건축을 유도할 방침이라고 하니 특례가 잘 만들어지면 좋겠습니다.



https://markthal-en.klepierre.nl/Markthal-The-building
공사현장 사진으로 두개의 매스 사이 외부공간이 극명하게 보임



설계의뢰는 가장 가까운 건축사사무소에


부사장님들이 쉬시는 오후 6시 이후, 저를 포함 세명의 야행성 실장 무리는 여흥을 즐기기 위해 밤마다 2차 답사를 다녔습니다. 둘째 날 저녁 마켓 홀을 설계한 MVRDV사무실이 그 근처에 있어서 가봤습니다. 사업기간이 십 년이 걸렸는데 현장을 걸어서 다니면서 설계를 한 것인지.... 알록달록한 방들과 낭만적인 노란빛 전구로 장식한 건물은 리노베이션한 건물이라고 합니다. 노란방 창문에는 하얀 마켓홀 모형이 보입니다. 프로젝트를 설명하는 MVRDV 다이어그램만 봐도 단순하고 강력한 생각을 일퀴에 표현해 내며 놀라운 상상력과 도전 정신으로 몽상을 현실에 구현합니다.  늦은 밤  남의 사무실을 서성거리다보니,  뭔가 그 사무실은 오랜 시간 현장을 지켜보고 사람들을 관찰하며 설계할 것 같은  인간미 넘치는 처럼 느껴졌습니다.



 설계사무실에 달기엔 낭만적인 등 ⓒ JIN
노란방에는 마켓홀 마켓이! (불어로 모형은 마켓) ⓒ JIN
야근 없는 곳, 우리는 저 밤에 저 곳에 왜 간 것일까...ⓒ JIN



살아보고픈 시장과 주택의 하이브리드


지도는 1층 기준으로 제작되어 작은 점포들과 음식점이 모여있는 시장 같이 보입니다. 그러나 층별 구성은 지하 2~4층은 주차장, 지하 1층은 슈퍼마켓, 1층은 신선식품과 시장 점포, 2층은 음식점과 카페 그리고 3~11층까지 9개 층은 주거용 아파트로 계획되었습니다. 이 곳에 살면 내려가서 싱싱한 식자재를 바로 살 수 있고, 1,2층에 있는 카페와 레스토랑에서 저녁시간을 보낼 수도 있고, 창 밖으로 활력이 넘치는 아름다운 시장을 볼 수 있어서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에어비엔비에 올라온 집이 있으면 꼭 한 번 살아보고 싶단 생각이 드네요. 아파트는 분양형 뿐만 아니라 임대형도 있고, 면적도 80~300㎡로 중대형입니다. MVRDV 홈페이지에 실린 사진만 보아도 고급형 아파트인데 시장과 주택의 하이브리드를 이룹니다. 단순하고 강렬한 아치형 구조는 공공시설인 현대적 전통시장과 고급 주거 시설을 한 건물로 연결하여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집에서 내려다 볼 수 있는 시장. 육아를 하는 엄마의 정신 건강에는 최고!
장바구니를 내릴 수 있게 만들었다는 천장의 창



벽화에 물든 벽면 사이로 난 창들이 인상적이었는데 네덜란드 전통 가정집에서 바구니를 내려서 물건을 올리는 방식으로 장을 볼 수 있다고 었습니다. 눈으로 그 장관을  확인하지는 못했는데, 안전상의 문제로 창문은 굳게 닫아 두고 더 이상 바구니는 내리지 않는다고 하네요.



유독 인스타 그래머블한 마켓홀


인스타에 #MARKTHAL을 치면 십만 건 이상의 사진들이 올라와있고,  MVRDV홈페이지에도 링크한 사진들을 볼 수 있습니다. 사업이 시작되며 설계에 착수한 시점에 인스타는 세상에 없었는데, 로테르담을 대표하는 아이코닉한 건물이자 색감과 형태의 아름다움으로, 맛있는 음식과 싱싱한 식자재로, 취향 있는 삶을 누리는 장소의 독특함으로 사랑받는 건물임은 자랑질 인스타로 충분히 증명되는 것 같습니다.



MVRDV 홈페이지에서 링크한 인스타그램 #MARKTHAL



* 참고로, 마켓홀의 개요를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특징 : 시장 + 주택의 하이브리드 / 유럽 최초의 식품과 주거가 함께 공존하는 공간 구성 / 11,000㎡ 에 달하는 실내 벽화 디자인 (곡식, 과일, 꽃, 물고기 등)      
-위치 : Verlengde Nieuwstraat 3011 GM Rotterdam
-방문객(일) :  평균 약 24,000명 방문
-사업기간 : 2004 ~ 2014.10
-사업비 : 한화 2600억 / (1억 7천5백만 유로)
-높이 : 40m규모 : 지상 11층 지하 4층
-층별 구성 : 지하 2~4층-주차장, 지하 1층-슈퍼마켓, 1층-신선식품, 시장 점포, 2층-음식점, 카페       3~11층(9개 층)-주거용 아파트
-연면적 : 95,000㎡  (약 28,800평)
-프로그램과 면적 : 임대아파트 102세대 , 분양아파트 : 126세대 (80~300㎡ ) / 상업공간 : 4,600㎡  (약 1,393평) / 호텔/레스토랑/카페 : 1,600㎡ (약 484평)주차대수 : 1200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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