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프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오래된 건물이 많이 남아있으며 구 시가지가 잘 보존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럼 구시가지에 요즘 건축물은 없겠구나, 우리는 관광을 온 것이 아니라 도시건축기행을 왔으니까... 앞 뒤가 안 맞는 말을 하며 구시가지를 못 간 아쉬움을 달랩니다. 짧게 델프트 대학 캠퍼스만 보고 돌아온 도시. 그리고 덤으로 막 준공된 델프트 역에서 우연찮게 델프트의 맛만 살짝 보고 지나쳐간 도시입니다.
승강장에서 나와서 대합실로 나가는 순간 보이는 압도적 형상의 천장! 델프트 옛 지도인 듯 델프트 도자기 색감인 듯..... 델프트라고 크게 쓰여 있는 지명을 보니 여기가 델프트이구나는 확실히 알려주는 무늬입니다. 실제로 설계를 한 Mecanoo는 (1984년 결성되어 네덜란드 포스트모더니즘을 대표하는 델프트를 기반으로세계적으로도 활약하는 건축그룹) 의도적으로 처음부터 델프트에 도착하자마자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낮은 시선에서 압도적으로 보이는 천장에 1877년 델프트의 역사적인 지도를 새겼고, 밖을 내다보면 베르메르의 그림에 나오는 구역사를 볼 수 있게 디자인하였다고 합니다. 또한 실내 기둥은 현대적인 델프트 블루 타일로 마감해서 전체적으로 푸른빛이 살짝 도는 세련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면 압도적인 천장의 지도를 볼 수 있다. ⓒ JIN
벽과 기둥의 블루 타일 ⓒ JIN
올라가 보지는 못했지만 대합실과 분위기가 비슷해 보이는 시청의 민원 창구 ⓒ Archidaily
신설역에는 시청사의 기능이 추가되었고, 역 내부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옮긴 창구들이 있으며, 상부에는 청사 업무시설이 위치하고 있다고 하네요.
구역사 앞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델프트 대학 정문에 내렸습니다. The why factory를 보기 위해 제일 먼저 들러본 건축대학이 있는 건물. 한국에서 관광온 건축가들은 ARCHITECTURE를 배경으로 단체 인증샷을 찍었습니다.
T자 위 불꽃 무늬는 열정인지 화염인지 ⓒ JIN
학생들 작업 공간. 창의력이 폭발할 듯 한 천정고를 보세요 ⓒ JIN
델프트대학교 건축학과 건물은 2008년 5월 12일 화염에 휩싸여 그간 보유하고 있던 수많은 논문과 자료가 함께 소실되었고 건물은 철거되었다고 합니다. 건축학과의 각 스튜디오는 새로운 건물을 마련하기 전까지 임시 거처를 마련하기 위해 오래된 델프트 공대 본관 건물을 리노베이션하고 스튜디오별 공간을 자율적으로 배분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3개 동 건물이 ㄹ자 형태로 연결되어 있고 작업공간, 모형 제작실, 카페와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곳까지 모두 구비되어 단순히 건물이라는 호칭을 넘어 BK CITY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시원한 대공간안에 한눈에 보이는 강렬한 오렌지색 마운틴? (MVRDV의 북 마운틴의 시초가 아닐까 싶은) ‘더 와이 팩토리’는 델프트 공대 건축대학 내에 있는 도시 리서치 유닛인 DSD(Design School of Delft)에 속한 스튜디오였다가 몇 년 전 별도의 스튜디오로 독립했으며, MVRDV의 위니 마스가 맡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MVRDV는 스튜디오의 임시 거처를 마련하기 위해 대학 근교에 자리 잡은 건물 중정에 큰 유리 아트리움을 만들고 계단 형태의 파빌리온을 설계했습니다. 3층으로 이뤄진 트리뷴의 1층은 강의실, 2층과 3층은 설계 스튜디오와 사무실로 쓰이며, 외부 계단은 학생들 간 소통의 장으로 활용되며 건축대학의 작업실 중 하나로 누구나 쓸 수 있게 열려 있다고 합니다. 네덜란드를 상징하는 오렌지색을 내부로 끌어들여 더 인상적인 실내 파빌리온입니다.
델프트를 기반으로 한 건축그룹 Mecanoo의 작품으로 도서관과 지붕녹화 사례로 빠지지 않는 곳입니다.
탄생비화를 요약하자면 Delft University of Technology (TU Delft)는 Mecanoo사에 대학의 심장부가 될 도서관 설계를 의뢰했고, Mecanoo사는 녹화된 지붕과 기울어진 잔디밭으로 덮인 도서관 중간에 기술 공학의 상징인 콘을 관입하여 도서관으로서의 상징을 표현했다고 합니다. 디지털 전환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TU Delft의 상징적인 도서관은 여전히 개장 한 지 10년이 넘어도 도서관 본질의 기대치를 충족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산이 많은 우리나라는 협곡 같은 이미지로 도서관을 상상하기도 하는데, 네덜란드는 온통 평지이기 때문에 언덕과 산에 대한 동경이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Mecanoo 홈페이지
ⓒ CHI
ⓒ JIN
ⓒ JIN
ⓒ CHI
ⓒ CHI
봄날의 캠퍼스 어딘가 ⓒ CHI
캠퍼스는 한적했는데 도서관에는 학생들이 꽤 많이 있어서 유럽의 명문 공과 대학 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인가 열심히 매진하는 청춘을 응원하며 반나절의 델프트 대학 캠퍼스 기행을 마쳤습니다.
드디어, 암스테르담 입성
운 좋게 덴하그, 델프트, 로테르담, 암스테르담 네 곳을 지나며 도시마다 다른 역을 볼 수 있던 날.
암스테르담 중앙역의 첫인상은 배 밑으로 기차가 지나가는 잔망스러운 호텔의 모습이었습니다. 이 도시에는 얼마나 흥미롭고 신박한 공간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우리가 묵을 호텔로 이동하였습니다.
ⓒ JIN
암스테르담 중앙역에 갔다가 ⓒ JIN
Dam Square ⓒ JIN
Dam Square ⓒ JIN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호텔이 여행의 흥을 얼마나 좌우하는지 그 상관관계를 깨닫고, 견딜 수 없던^^ 실장 무리는 밤의 유흥을 즐기러 다시 중심가로 나왔습니다. 밤에는 좀 쉬었어야 했는데... 저는 그만 밤바람에 감기가 들고, 암스테르담에서는 집중력과 체력이 떨어지며, 잠에 들어 아침에 눈 뜨기까지 5분도 안 걸린 것 같은 기묘한 체험을 하게 됩니다. 여행 중간에 무엇인가 크게 변화를 맞은 것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