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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지언니 Sep 06. 2019

암스테르담, 힙한 콘텐츠가 리드하는 도시

다섯째 날


촘촘한 사회적 다양성이 넘치는 힙한 도시 암스테르담! 어디를 언제 갈 것인지 따져보는 것이 무척 중요한 도시 중 하나인데요. 암스테르담의 건축은 다양한 사회적 가치들이 덧 입혀져 있어서, 사람들이 어떻게 사용하는지 보지 않으면 그곳을 가 보았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첫날 우연찮게 우리가 다녀온 곳은 사람이 채워져야 제대로 작동하는 곳으로, 대부분 산업유산을 재활용한 곳이었고, 장소성은 그대로 살리면서 시대의 콘텐츠를 담아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곳이었습니다.




교통의 중심지에서 생활의 중심지로


De hallen (드 할렌, 2013-2016)


운하의 도시로 잘 알려진 암스테르담은 트램으로도 유명합니다. 동력이 증기에서 기름으로 또 전기로 바뀌어도 트램은 암스테르담을 대표하는 교통수단으로 남아 있습니다. 드 할렌은 노선이 바뀌면서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트램 차고지를 재생한 복합건물입니다. 1902년에 지어져서 1925년까지 트램차고지로 사용되다가 유휴공간이 된 곳을 1990년대에는 교통박물관도 세워 보고, 2005년에는 시민 수영장도 만들었지만 공간의 재활용이란 측면 외에 큰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암스테르담시는 고심 끝에 전문 디자인 회사에 의뢰했고, 2016년에 도서관, 영화관, International 푸드코트, 작업 스튜디오, 호텔, 어린이방 등등 다양한 문화적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복합 공유시설로 재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자전거 재활용 작업장과 보육원, 도서관을 비롯해 사회적 기업가 정신을 촉진하는 수많은 공동체와 소매점이 포함된 창업지원시설도 함께 세워졌습니다.


척추 같은 중앙 통로, 왼쪽이 푸트코트 등 기능이 분기되는 면이고 오른쪽이 복층 구조인 공방과 소매점 ⓒ JIN
복합 공유시설 개념도


평일에는 중앙통로에 면한 소매점과 공방이 운영되는데 1층은  판매 공간으로 중층은 작업공간으로 활용합니다. 중앙통로 반대쪽 International 푸드코트에서는 낮에는 다양한 음식을 팔고 밤에는 클럽 라운지로 변해 하루 종일 사람을 모으는 프로그램으로 운영됩니다. 주말에는 Local Goods Market을 기획하여 장터가 열리는데, 암스테르담에서 디자인하고 만든 가구와 엄선한 패션 아이템만 판매하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평일 아침 9시에 갔으니, 이제 막 소매점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출근하기 시작했고 푸드코트는 열기 전이고 주중이니 장도 설리 없는 시간이어서 오가는 사람이 별로 없었습니다. 느긋하고 한적하게 거닐면서  문과 문고리, 창문과 창대 인방, 계단과 난간 디테일, 트램레일, 아뜨리움 천장 구조물을 보니까, 재활용 자체로 1900년대 초 인더스트리얼 디자인스런 분위기를 냈고, 이런 분위기를 채우는 콘텐츠와 브랜드는 젊은 세대가 소비하는 최전방의 것들로 묘한 대비를 이루었습니다.


복층 구조 공방 ⓒ CHI
우리가 방문한 오전에는 문을 닫았는데 오후에 방문하니 밥 먹기 힘들 정도로 사람이 많아서 놀랐음 , 푸트코트 안쪽이 클럽 라운지 ⓒ JIN
도서관 입구 ⓒ JIN


과거에는 도시가 점차 팽창하면서 교통 중심지 역할을 하면서  시 외곽 주거 단지를 연결하는 거점으로 시장의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이런 입지적인 장점과 역사적인 장소성을 잘 살려서 지금도 시민들의 여가와 휴식과 생필품을 사고 친교를 나누는 곳으로, 관광객에게는 호텔과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식음공간으로 사랑받는 곳이 되었습니다.


ⓒ CHI
ⓒ CHI



구겐하임에 대한 암스테르담의 대답


Euro Parking


잔스트라, 흐멜러흐 메일링, 데 클레르크 추블리가 디자인해 1960년대 후반에 완공한 7층짜리 주차장 건물은 종종 '구겐하임에 대한 암스테르담의 대답'으로 불리며, 보강된 콘크리트 기둥과 평판 바닥이 대칭을 이루는 형태이다. 맨 아래층은 버스를 주차하는 공간이고, 나머지 6개 층은 이중 나선형 경사로를 통해 거리와 연결된다. 1층의 컨테이너 10개는 노숙자 숙소로 쓰이고, (2002년 지정) 나머지 하나에는 늦게 까지 문을 여는 카페와 바가 위치한다. <출처 : 여행디자이너처럼 암스테르담 편>


자전거 천국 암스테르담에서 주차장은 독보적인 존재일 텐데 노숙자를 위한 주거와 카페 바가 모여 있는 이색적인 공간에 경치도 좋은 곳 ⓒ CHI


힙한 곳은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 않고, 같은 취향을 공유하는 무리들이 사유화하면서 시작되는 곳입니다. 힙스터들 주로 젊은이들이 먼저 점유하는 공간입니다. 쿨하다 핫하다는 공간에서 볼 수 있는 트렌디함을 식상하게 여기고,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팔팔하고 거칠고 날것에 대한 성향이 그대로 공간에 나타나 있습니다. 그들은 점유한 곳을 그대로의 공간으로 친환경적으로 잘 사용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다른 도시보다 힙한 건축이 많았던 암스테르담. 사실 가보고 싶은 힙한 곳이 너무 많았지만 건축적으로도 볼만한 것이 없으면 감히 가자고 말할 수 없었던 도시로 남았습니다.


아침에는 텅 비지만 힙스터들이 점유하면 활력이 생기는 곳. 둥근 매스는 차량이 올라가는 램프이고 살짝 들린 램프 밑으로 카페와 펍이 위치
2007년 Europarking에서 약 2,000명의 누드 퍼포먼스. 정말 그대로의 날 것
ⓒ JIN


암스테르담은 쿨하고 핫하고 힙한 건축이 경계 없이 모여 있는 도시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여행 중에 본 쿨한 곳은 렘쿨하스의 쿤스탈 같은 곳이고, 핫한 곳은 MVRDV의 마켓홀, 힙한 곳은 유로파킹이나, 폐조선소를 창고로 개조한 NDSM같은 곳입니다. 쿨한 건축은 건축가가 자신이 정립한 이론에 기초해 확신을 가지고 작품으로 만들어 세상에 선보인 곳입니다. 세상의 반응보다는 건축가의 작품세계가 중요해 보이는데, 우리는 뭔가 멋지고 거침없는 것을 보면 쿨하다는 표현을 자주 쓰곤 했으니까요. 핫한 건축은 말 그대로 작정을 하고 사람을 모으고 눈에 드러나고 싶어서 대중의 니즈를 먼저 이해하고 인기를 얻는 방법을 잘 풀어갔고, 결국 대중의 뜨거운 찬사도 받은 곳입니다. 이 두 공간은 전략적으로 만들어져서 트렌디함도 있고 건축적으로도 볼 만한 것이 꽤 있지만...... 사람이 없는데 힙하다는 이런 곳에서는 뭘 봐야나 두 분의 부사장님 앞에서 동공 지진이 났던 기억이 납니다.



길가에서는 장벽 같은 주차장 건물과 주유소가 보입니다.



지구는 신이 만들었지만 네덜란드는 그들이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묻어나는 도심문화공원



Wester Gas Fabriek 베스터 가스공장 문화공원


오염된 가스공장이 문화 저장고로 재탄생한 곳입니다. 1903년에 세워진 가스공장은 밤거리의 운치를 더하는 가스등을 켜기 위해 쉼 없이 돌아가던 시절이 있었지만 천연가스의 등장으로 용도 폐기되었고 환경 파괴 주범으로 전락하게 되었습니다. 오염으로 방치된 곳에 3개의 가스 저장고 중 2개의 저장고를 허물고 맑은 물이 흐르는 연못으로 조성하여 과거의 오염을 씻는 이미지를 쇄신한 디자인은 구스타프슨이라는 조경가의 생각이라고 합니다. 마포 석유 비축기지보다 먼저 만들어진 문화공간으로 시민 전문가 그룹의 의견을 적극 수렴한 시민참여형 재생 사업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21세기형 예술 정원 ⓒ CHI
 1900년대의 산업시설이지만 자세히 보면 꽤나 아름답다.  ⓒ JIN
아침이라 사람이 없던 그 날 ⓒ CHI
가스 저장고는 콘서트나 콘퍼런스 등 각종 문화 활동을 위해 다양하게 사용된다고 합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몸을 녹이려 들어간 카페 ⓒ CHI


 이 고풍스러운 건물은  현재 극장 전시장 식당 작은 가게들로 활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 CHI
ⓒ CHI


차 없는 단지



GWL Terrain (KCAP, 1993 - 1998)


베스터 가스 공장에서 다리를 건너면 바로 있는 주거 단지로 자동차가 없는 단지(Car-freehousing) 사례로 자주 등장하는 곳입니다. 이 곳 또한 산업시설인 암스테르담 구정수장을 재생한 단지이며 엔진 기계실을 재활용하여 만든 CAFE AMSTERDAM이 암스테르담 10대 레스토랑에 들 정도로 유명한 곳입니다.


베스터 가스공장에서 바라본  ⓒ CHI
카페 암스테르담 ⓒ CHI
차도 도로도 차선도 없는 ⓒ CHI

거주민들은 분양을 받을 때 차를 소유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알고 그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단지입니다. 실제로 차를 보지는 못했지만 주차할 수 있는 곳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주민들은 단지 바로 옆에 있는 트램역에서 트램을 타고 자전거를 이용합니다. 집 앞에 주차장이 없으니 도시 안에 전원적이고 조용하며 걷기 좋은 단지가 되었습니다.


복층 구조인 듯 보이는 집들 ⓒ JIN
차가 없다면 ⓒ JIN


암스테르담에서 첫날 오전 기행은 흐린 날씨만큼이나 차분하고 조용했습니다. 계획상에는 하이네켄 박물관을 보기로 했으나, 흐린날에 낮술하면 퍼질 것 같아서^^ 오후에 북쪽 부둣가로 이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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