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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nee Jan 06. 2023

내게 맞는 운동 찾기

참새와 요가

23년을 맞이하며 써 내려간 나와의 약속 리스트 중 주 5회 운동, 매일 식후 30분 산책이 있다.

매일 한다는 마음가짐은 오히려 꾸준함에 역효과를 준다지만, 턱 끝까지 숨이 차오르는 운동을 주 5회, 30분 이상 하라는 의사 선생님의 당부에 조금이나마 가능한 것들로 찾아보려 했다. 숨이 턱끝까지 차는 운동이라니. 작심삼일도 못하고 나가떨어질게 분명했다.


꾸준히 주 5회씩이나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아보는 것이 중요했는데, 1년 넘는 시간 동안 배우면서 재밌단 생각이 들지 않던 필라테스도, 미세먼지와 날씨 핑계로 미뤄둔 날이 많았던 조깅도, 소란스러운 음악소리가 거부감이 드는 헬스도 꾸준히 할 자신이 없었다. 그나마 내겐 중학생 시절 3년 내내 쳤던 테니스가 잘 맞았는데 디스크가 있어 한쪽만 쓰는 운동은 피하는 게 좋다는 이유를 핑계 삼아 멀리 두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 산책을 하다 문득 집 가까운 곳에 요가스튜디오가 눈에 띄어 들어가 보았다.

다행히 수업이 없던 시간이라 선생님이 반갑게 맞이해 주셨는데, 선생님 어깨엔 참새가 한 마리 앉아 있었다.

도인 같으신 그 모습에 순간 희한하게도 '아! 내가 제대로 된 요가원에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어떻게 참새와 같이 있냐고 여쭈니, 지난겨울 눈도 못 뜬 새끼 참새가 선생님 댁 옥상에 쓰러져 있었다고 한다. 가여운 마음에 직접 이유식을 먹여가며 키우셨는데 본인과 한시도 떨어지지 않으려는 수다쟁이 참새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 요가원에 같이 출근하셨다고. 언젠가 나도 참새와 친해져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등록했다.


재택인 덕분에 이른 오전 시간을 출근에 할애하지 않고 요가 수업을 갈 수 있었고, 아침에 듣는 요가 수업은 정신을 맑게 했다. 요가를 배우고 첫 일주일은 안쓰던 근육을 써서인지 피곤이 쌓여 점심 먹고 20분 정도 낮잠을 자는 것이 루틴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요가를 안가는 날이 훨씬 피곤하다. 내 몸이 이토록 망가져있었구나를 느끼며 요가 끝 사바아사나 동작에 이를 때면, 하루를 개운하게 시작할 수 있고 천천히 내 속도 안에서 조금씩 나아지는 중이다.


이전에도 요가를 가까이 접해 본 적이 물론 있었다. 대학시절 학점을 위해 요가 수업을 들었었고(골프와 볼링, 요가 중 가장 끌리는 것이 요가였다.), 회사에서 직원 건강관리 차원에서 업무시간 일부를 운동에 할애하는 프로그램을 짜주었는데 그때 들었던 것도 요가였다. 그때의 공통점은 "조금만 더 내려가볼까요. 조금만 더"를 많이 들었다면, 지금 배우는 스튜디오에선 "중력이 도와줄 거예요. 애쓰지 말고 호흡에 집중합니다. 꾸준히 하면 자연스레 늘게 되어있어요"라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 무리되지 않는 선에서 조금씩 나아간다는 점이 좋았다.


재작년쯤이었던가. 브런치에서 '요가 매트만큼의 세계'라는 글을 보곤 마음에 들어 책을 구입해 2주간의 제주 여행 내내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중 인상 깊었던 메시지는 요가 중 다른 사람의 동작에 신경 쓰다가는 내 자세가 흐트러지기 마련이니, 매트 안의 나에게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의 요가 선생님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다.

"눈을 감고 나에게만 집중해 봅니다."

요가에서 눈을 감는다는 것은 나를 보는 것이다. 특히나 나와 같이 수련이 안된 초보자들은 다른 이들의 동작에 눈길이 가기 마련인데 '나'를 중심으로 하는 수련이 가장 중요하다.


사는 것도 마찬가지다. 가끔 업무를 할 때 괜스레 내가 남들보다 더 나은 아웃풋을 만들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그저 어제의 나보다 나으면 되고 내가 만든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으려 노력하면 그만이다.


숨이 턱끝까지 차는 운동은 아니지만 이제야 내게 맞는 좋은 운동을 찾은 것 같으니, 꾸준함을 유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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