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후, 나를 삼킨 기나긴 후유증
예성의 '어떤날은 MONOLOGUE'을 들을 때면
끝내 서로 닿을 수 없는 평행선을 걷는듯한
아픈 사랑이 끝난 후 오랜 시간 상처가 아물지 못해
기나긴 이별의 후유증을 겪었던 때가 생각이 난다.
아침에 햇살 가득한 날 창가를 보며
향긋한 커피를 마시다가도
문득 멍하니 하늘만 바라본다.
출근길마다 나누던 메시지도
틈틈이 울리던 전화도 사라진 채
조용해진 휴대폰이 낯설었고
이 적막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애써 일에 집중하려고 해도
습관처럼 휴대폰을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는 일이 반복됐다.
‘어떤 날은 웃기도 했고
어떤 날은 울기도 하고
흐린 하늘이 더 슬퍼 보여
또 하루가 가고'
예성의 ‘어떤날은’ 노래가사처럼
어떤날은 혼자 애써 웃어보다가도
하늘만 봐도 마음이 슬퍼서
어떤 날은 숨죽여 울며
그렇게 덧없이 하루하루를 보냈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지내려고 애썼지만
마음 한편이 뻥 뚫린 듯 공허했다.
바쁘게 지내다 보면 잊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회사에서도 일부러 일을 찾아가며 더 바쁘게 지냈다.
퇴근 후에는 취미로 하던 볼링연습도 매일같이 나갔다.
평소에는 술을 못 마셔서 술자리를 피하곤 했지만
그때는 뒤풀이도 거의 매일 가면서
이기지도 못할 술도 많이 마셨다.
주량이 약해서 술은 입에도 안 대던 애가
매일같이 뒤풀이 가서 술을 마시고 있으니
가까운 지인들이 걱정스럽게 보기 시작했다.
그땐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며
쓰디쓴 술을 마시는 그 시간만이라도
아픈 기억을 떨쳐버리고 싶었다.
하루는 낮에 해운대시장을 지나가는 길에
문득 국밥집을 들어가서
돼지국밥 한 그릇에 소주를 주문했다.
사실 술을 마셔도 맥주 몇 잔이 전부였는데
그땐 혼술로 소주 한 병을 마셔보겠다고
주문했지만 결국 혼자서 반 병도 다 못 마셨다.
그 소식에 놀란 지인들이 택시를 타고
국밥집으로 달려와서 같이 얘기도 하며 위로를 했다.
마셔봤자 몇 잔밖에 안 되는 주량으로
뒤풀이 자리도 거의 매일 가고
처음으로 식당에서 혼술도 해봤지만,
마실수록 속만 더 아프고
마음 깊이 남은 상처는
잊히지 않은 채 공허함만 깊어져 갔다.
만난 시간이 길지 않았기에
금세 훌훌 털어버릴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마음의 깊이는 만남의 길이와 비례하지 않았고
이별의 상처는 생각보다 깊고 오래 남았다.
나의 이별은 평범한 연인들과는 달랐을 것이다.
사랑했던 감정과 함께 현실적인 문제까지
하루아침에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책임감이 강해 보였던 사람이
나에게 도움받은 금전적인 부분마저
회피한 채 하루아침에 연락까지 끊어버렸다.
아들처럼 아껴주고 최대한 도와주고자 했던
엄마에게도 죄송한 마음이 너무 컸다.
그토록 사랑하고 믿었던 사람이었기에
이별하며 받은 배신감이 너무 컸다.
내가 힘들어했던 시기를 이겨낼 수 있게
도움을 줬던 사람이었던 만큼
평생 함께 할 거라는 믿음이 컸다.
그래서 헤어진 후 느꼈던 상실감과
배신감은 이루어 말할 수 없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은 나를 정말 사랑하긴 했을까?
정말 나를 사랑하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사랑했으면 이렇게 무책임하진 않았을 것이다.
갑작스러운 이별 후,
원망스러운 마음이 가장 크게 밀려왔다.
미워하고 원망하는 마음이 커질수록
혼자 눈물만 흘리는 날이 계속되었다.
그 누구를 붙잡고도 얘기할 수도,
마음의 상처를 보일 수도 없었다.
그저 애써 괜찮은 척 지내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팠던 기억보다
사랑하고 행복했던 추억이 함께 떠올라
매일 하늘만 봐도 눈물 나고
바람만 불어도 살이 에이는 듯 아팠다.
‘아물 수 있길 바랐어
아무리 스쳐도 흉터는 남겨져
다 할퀴어 간 뒤에 다시 난
아 아 아파와’
노래가사처럼 내 마음의 상처도
아물 수 있길 바랐지만
상처는 깊은 흉터를 남긴 것처럼
하루하루 괜찮아진 듯 지내면서도
마음이 아파왔다.
헤어진 이후 시간이 갈수록
더는 누군가를 믿을 수도 사랑할 수도 없었다.
한번 크게 다친 마음은 더는 열리지 않았다.
친구들이나 언니 오빠들이 소개해 준
자리에도 몇 번 나가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세상에는 좋은 사람도 많다는 걸 머리로는 알아도
마음이 쉬이 괜찮아지지 않았다.
잠시 누군가를 만나보려 했지만
상대방에게 미안할 정도로 마음이 열리지 않아
한동안은 만남과 거리를 둔 채 지냈다.
누군가를 원망하고 미워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나 자신을 사랑하고 아껴줄 수 있게
스스로를 다스리며 지내려 했지만
생각보다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내 마음이 괜찮아지면 이제 누군가를
만날 수 있겠지 하며 지내는 사이
벌써 9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오랜 시간 나를 괴롭힌 상처는 묻어두고
애썼던 나 자신을 스스로 좀 더 위해주고
사랑해 줄 수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노력했다.
상처는 흉터가 되어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지만
지금은 그때는 그랬었지 하며 떠올리며
글을 쓸 수 있을 만큼 예전처럼 아프지는 않다.
이제는 예성의 노래 '어떤 날은'이
더 이상 아프게 들리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목소리로 들려주는
그저 좋은 노래로 들을 수 있게 된 듯하다
하늘만 봐도 울적하고 눈물 나고
바람만 불어도 살이 해이는 만큼 아팠던 날이 지나고
이제는 문득 커피 마시며 하늘을 봐도
아름다운 풍경이 보이며 마음이 편안해진다
시간은 그렇게 내 마음의 결을 조금씩 다듬어 준다
이젠 내 마음이 그저 고요하고 평온하다.
그 시절의 아픔도, 미련도,
내 안의 조용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이제는 스스로 걸어 잠겄던 빗장을 열 준비가 되었으니
다시, 행복하게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부디 앞으로의 나는 더는 아프지 않길
나에게 사랑과 행복이 가득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