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섭리대로 흘러가는 시절인연
불교에서 시절인연이라는 말이 있다.
본래의 뜻은 '모든 사물의 현상은 시기가 되어야 일어난다'
라는 의미로 본디 인연이라 함은 사람과 사람사이
관계뿐만 아니라 사물의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이 되는 결과를 모두 아우르는 말이었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모든 인연에는 때가 있다'
'인연의 시작과 끝도 모두
자연의 섭리대로 그 시기가 정해져 있다'
라고 해석이 되고 있다.
예전엔 미처 공감하지 못했던
'시절인연'이라는 말의 의미를
많은 일을 겪고 난 지금이 되어서야
뜻이 크게 와닿으며 공감이 된다.
인연이 있어서 만나고
인연이 다했기에 헤어지는
'시절인연'
예성의 미니 5집 수록곡
Fornever 들을 때마다
많은 인연을 새롭게 만나면서도
한편으로는 떠나보내야만 했던
시절인연이 떠오른다.
'헤어지기 위해 사랑했을까
잊히기 위해 추억인 걸까
이젠 다르게 읽힐 우리 문장들
영원이란 결국 없어 영원히'
Fornever 도입부부터
덧없이 흘러가버린 인연이라는 굴레에
벗어나지 못한 채 혼자 자책하며
힘들었던 시기의 내 마음과 같았다.
어릴 땐 한번 시작된 인연은
나와 평생 함께할 줄 알았다.
학교 다니며 매일같이 볼 때는
각자의 꿈과 하고 싶은 일,
소소한 일상 모두 얘기해 주며
서로 모르는 게 없을 정도로 가까웠다.
기쁜 일 슬픈 일도 항상 함께하며
중년, 노년의 삶을 살아갈 때까지
서로 의지하며 지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고등학교 졸업 이후
20살이 되면서부터 멀어지기 시작했다.
대학에 들어가고 친구는 부산, 나는 서울로 가면서
서로 떨어져있어도 매일 연락을 하며 지냈다
그러나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문자 한마디에 오해가 생기기 시작하고
잦은 다툼이 일어나 섭섭함이 쌓이고 있었다.
결국 사소한 오해로 크게 싸운 후
친구가 당시 싸이월드에
씁쓸한 마음을 남긴 말이 기억난다.
우린 원래 이런 걸로 멀어질 사이가 아니라는 글이었다.
둘 다 마음속으로는 이렇게 멀어지지 않을
끈끈한 사이라 생각했지만 왜 멀어졌을까
매일 얼굴 보며 지낼 때와는 달리
각자의 길을 걸으며 자주 못 만나게 되자
사소한 말로 오해가 생기면
서로 떨어진 물리적 거리만큼이나
감정의 골은 걷잡을 수 없이 벌어졌다
결국 사이좋았던 어릴 때로 돌아가기는 힘들었다.
서로 꿈을 향해 다른 길을 갈수록
함께했던 때와는 서로의 환경이 달라졌고
서로의 생각도 점차 달라지게 되었다.
소원해질수록 바쁘다는 이유로
만남의 기회도 점점 줄어들자
우린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다.
영원이란 말은 존재하지 않았다.
우리의 시작은 함께하며 즐거웠고
이 행복이 줄곧 영원할 거라 믿었는데
결국 인연이 다하고 점점 잊혀가고 있었다.
노래가사처럼 우리의 인연은
헤어지기 위해 서로 사랑했던 건지
소중한 추억도 이렇게 잊히는 건지
내가 바랬던 영원한 인연이라는 건
저 흘러가는 구름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허상에 불과한 건지
답을 찾을 수 없어 그저 답답했다.
'I said I said we'll last till the world ends
Whilst you were holding for heartbreak
Longing for forever's tale
It's for the better We are fornever
나는 말했어 세상이 끝날 때까지 우리는 이어질 거라고
하지만 너는 이미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지
영원한 사랑의 이야기를 갈망하면서도
이게 더 나은 길일 거야
우리는 ‘영원이 아닌’ 사이니까'
어릴 땐 서로 우리는 영원할 거라고 하며
나이 들 때까지 우린 늘 함께할 거라고 꿈꿨지만
친구도 나도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우린 영원할 수 없었음을.
시간이 흐르고 각자 가는 길이 달라지고
서로의 생각이 달라질수록
소원함이 쌓이고 만남조차 줄어들 때
이미 마음속으로 서서히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20대에 서울에서 혼자서 외롭고
어려운 생활이 계속 이어질수록
나와 늘 함께할 수 있는
영원한 인연이 더 간절하고 고팠다.
외롭고 마음이 공허할 때마다
떠나간 친구의 빈자리는
새로운 인연으로 채워져 갔다.
함께 꿈을 쫓으며 공부한 대학친구들,
졸업 후 아르바이트를 하며 알게 된 지인들
회사를 다니며 친해진 직장동료들
취미생활을 하며 알게 된 친구들까지
떠나간 빈자리를 새로운 인연으로 채워가며
소중한 인연이 이어질 때마다
또다시 영원함을 꿈꿨다.
서로 멀어지며 이별하는 건
그저 어릴 때 만나 멀어진 친구에게만
해당되는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20대가 되자마자 큰 이별을 겪었으니
이제는 그럴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혼자 타지방에서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며
외로운 마음에 더는 멀어지는 슬픔을
경험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다.
하지만 인연은 내 마음과 같지 않았다.
사회에서 만난 인연과도 서로 함께하는 일이라는
연결고리가 끊어지자 그렇게 가까웠고
서로 크게 의지하면서 지냈어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멀어졌다
때론 서로의 말이 상처가 되어 멀어졌다.
학창 시절 친구들과는 매일 얼굴을 보며 지내니
섭섭하면 크게 싸우기도 하며 인연을 이어나갔다.
그러나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사회에 나오게 되자 때론 사소한 말 한마디로
이어져오던 인연이 쉽게 끊기게 되었다.
각자 일이 바쁘고 여유가 없다 보니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없었던 게 아니었을까.
급격히 가까워져 의지하며 지내다가도
결국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인연의 흐름을 감당하기가 어려웠다.
영원이란 없다는 걸 머리로는 알아도
마음으로 이해하지 못했다.
인연을 만나는 즐거움만큼이나
떠나보낼 때의 공허함이 커 마음이 힘들었다.
서로 바빠서 소원해지며 멀어지거나
오해가 쌓여서 그 응어리를
풀지 못한 채 멀어지고 난 후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인연의 끈이라는 건
내가 이어나가고 싶어서 잡는다고
잡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때론 그 끊어지는 인연이 아쉬워
혼자 끈을 놓지 않고 잡으며
억지로 붙여서라도 함께하고자 했지만
한 번 끊어진 연은 더 이상 이어갈 수 없었다.
세상에 영원이라는 건 없었다.
'Why can't Why can't we last till the world ends
Gotta take you out of my head
Knowing it will never fade
It's for the better We are fornever
왜 안 되는 걸까
왜 우리는 세상이 끝날 때까지 함께할 수 없는 걸까
너를 머릿속에서 지워내야 해
이 감정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걸 알면서도
이게 더 나은 길일 거야
우리는 ‘영원하지 않은’ 사이니까'
진짜 왜 안 되는 건지
저 질문을 혼자 수십 번 생각하고 되뇌었다.
처음엔 내가 좀 더 잘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와 죄책감에 마음이 한없이 울적했다.
그럴 때마다 그저 아쉽고 허망했지만
많은 인연을 떠나보내고 난 이제는 알고있다.
자연스럽게 멀어진 인연들은
나와의 인연의 때가 끝난 '시절인연'이라는 것을.
우리가 만났을 때는 서로에게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서로 멀어질 때는 이 연이 다한 것이다.
연이 닿지 않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인연은 맺어질 수 없다는 걸
많은 이별을 경험하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인연이라는 것은 인과 연이 합하여져서 생겨나고
인과 연이 흩어지면 사라진다.
우리가 서로 점점 멀어지고
인연이 끈이 끊어졌던 건
인과 연이 서로 흩어져서
자연의 섭리대로
인연이 끝나는 때가 온 게 아니었을까
이별에 아파하고 인연의 영원함이 없음에
좌절하고 힘들어하기보다는
지나간 인연에 얽매이지 않고
행복하고 좋았던 때만 생각하며
웃으며 잘 떠나보내려 한다.
강줄기를 따라 물이 흘러가듯
떠나가는 인연은 잘 떠나보내고 나면
따뜻한 봄기운을 타고 봄바람이 불어오듯
나와 인과 연이 합해져서 생길
새로운 인연이 올 것이다
인연은 영원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나에게 온 그 인연이
나와 연이 닿았음을 감사해하고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며 최선을 다할 것이다.
또다시 나에게 오는 시절인연을
정성을 다해 맞이하는 때가 오면
함께하는 매 순간마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