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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의 붕괴, 갈라진 공동체

by 라이프파인

(1편의 이야기에 이어서 작성됩니다)

조합이 조금씩 안정을 찾아갈 무렵, 예상치 못한 리더십 공백이 발생했습니다.

수년간 협동조합을 이끌던 설립자가 지쳤다며 물러났고, 새로 선출된 조합장은 선한 사람이었지만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는 조합원들이 생겨났습니다.

이내 조합은 기존 리더를 따르는 파와 새로운 리더를 지지하는 파로 나뉘어 극심한 갈등에 휩싸였습니다. 153명의 조합원을 10개 그룹으로 나누어 관리하던 체계마저 흔들렸습니다.

그 깊은 곳에는 르완다 제노사이드의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종족 간의 갈등이라는 아픈 그림자도 어른거렸습니다.


저는 또다시 지역정부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정부 협동조합 기관에서 20년간 갈등 해결 전문가로 일해온 분을 섭외해 4개월간의 치유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리더는 리더끼리, 농민은 농민끼리, 그리고 다시 전체가 모여 서로의 목소리를 듣고 마음속 상처를 드러냈습니다.

길고 긴 대화의 시간이 흐른 뒤, 새 조합장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몇 차례 더 선거가 있었지만 리더의 자리는 쉽게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조합원들은 기존 설립자를 찾아가 다시 조합을 맡아달라고 간청했고, 그는 오랜 고민 끝에 우리와 함께 해결 방안을 모색하며 복귀했습니다.


리더십이 안정되자, 저는 계획했던 다음 단계로 나아갔습니다.

바로 기업과의 '계약재배'였습니다.

첫 목표는 '친환경 작물'이었습니다. KOICA 사업이라는 공신력과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내세워 르완다의 친환경 유통 전문기업을 끈질기게 설득했습니다.

마침내 계약이 성사되고, 비닐하우스 2동과 노지에서 친환경 토마토 재배를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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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실은 냉혹했습니다.

물 부족과 병충해 앞에 친환경 농법은 속수무책이었습니다. 결국 노지 토마토의 80%를 잃는 뼈아픈 실패를 겪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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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은 외쳤습니다.

"우리에게는 당장의 돈이 더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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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실패를 통해 저는 이상과 현실의 균형을 맞추는 법을 다시 한번 배워야 했습니다.


(다음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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