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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하비, 물을 따라 사는 사람들

by 황경진

모하비 사막의 끝자락인 캘리포니아주 동쪽 경계에는 콜로라도 강이 흐른다. 나는 언제쯤 주를 벗어나게 될지 궁금해서 사막을 달리는 내내 지도를 확인하고 있었다. 지도에 그려진 경계선에 점점 가까워짐에 따라 ‘이제 곧 강이 나오겠지’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눈앞에 강이 나타나자 그 생경한 모습에 사뭇 놀라고 말았다. 생각해보니 나는 사막에도 강이 흐를 수 있다는 사실을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모하비 사막에서 본 콜로라도 강의 풍경은 사진처럼 모든 움직임이 멎어 있었다. 강물은 너무 천천히 흘러 멈춰있는 듯 보였고, 울퉁불퉁 솟은 산은 컴퓨터 배경화면처럼 저 멀리 평면으로 박혔다, 벌레 하나, 바람 한 점 없는 정적이 시간마저 멈춘 듯한 느낌을 주었다. 뜨거운 공기가 피워낸 아지랑이만이 이 모든 풍경이 신기루인 양 눈앞에서 아른거리고 있었다.


사우나라도 즐기는 듯 사막의 오후를 유유히 흘러가는 이 강은 어마어마한 역사를 품고 있다. 약 칠천오백만 년 전, 콜로라도주 로키산맥이 솟아날 때 함께 발원하여 남서쪽 고원을 굽이굽이 돌아 모하비 사막까지 왔다. 이 강의 가장 큰 업적이라면 오백만 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랜드캐니언의 장엄한 협곡을 조각한 점을 들 수 있겠다.


어찌 보면 모하비 사막이 모하비로 불릴 수 있었던 이유도 콜로라도 강 때문이다. ‘모하비(Mojave)’는 이 일대에 정착했던 원주민 부족 이름이다. 그들의 토착어로 ‘물의 옆’, 혹은 ‘물을 따라 사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들은 콜로라도 강이 있었기 때문에 사막에 정착할 수 있었고, 그래서 물을 따라 사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만약에 강이 없었더라면 모하비 부족도 없었을 테고, 따라서 모하비 사막은 다른 이름으로 불렸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모하비. 참 예쁜 이름이라고 생각했는데 콜로라도 강이 선물해준 이름이었다.


콜로라도 강은 남쪽으로 계속 흘러 멕시코 국경을 통과한 후, 종국에는 캘리포니아만과 만나 바다가 된다. 이 강이 여행해 온 수백만 년의 시간과 수천 킬로미터의 길이에 비하면 내가 본 강의 모습은 찰나에 불과했다. 그러니 한순간 찍힌 사진처럼 느껴졌던 것도 우연이 아닐 것이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함께해서 영광이었다는 인사를 남기고 강을 뒤로한 채 애리조나주에 입성했다.


길 풍경1_편집.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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