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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쿨팡 Dec 10. 2020

일요일 밤, 이력서

어느 회사가 던진 질문에 답을 하다.

문자가 왔다. 어느 회사에서 이력서를 한 부 넣어 달란다.
그러겠노라 하고 차일피일 미루다 마감 기한을 코앞에 두고 책상에 앉았다.

메일 제목을 클릭하자 나타난 화면, 첫 번째 질문부터 뻔하지만 날이 서려 있다.


Q. 좋아하는 소설이나 시가 있나요.


식상한 척 대수롭지 않게 몇 자 쓰려했건만 나는 그 어떤 책도 시도 떠올리지 못하고 서성이고 뒤척인다. 끝내는 어제 닫은 책과 내일 펼칠 책에 대해 쓰기로 했다.


보냄 버튼을 누리기 전에 한참을 망설였다.



저는 보통 한 달에 2~3권의 책을 곁에 둡니다.

어제 낮에는 "불안 - 알랭 드 보통"의 마지막 문장을 읽었는데 금새 잊어버렸습니다.

작가가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확신과 위로"가 무엇인지 나는 알듯 모를 듯합니다.


내일 출근길에는 "앞으로의 교양 - 스가쓰게 마사노부"의 첫 장을 펼칠 참입니다.

이 글을 쓰는 오늘은 11월 첫날, 단풍의 화장을 재촉하는 가을비가 잔소리처럼 내리는 일요일입니다.


책을 읽다 보면 과속방지턱처럼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는 문장을 만나게 됩니다.

마음을 덜컥하게 하고 몸을 출렁이게 해서 내 인생의 속도와 거리를 알게 합니다.

그런 문장을 만나게 되면 두부처럼 한 모 떼어 갖고 싶지만 내 손으로 잡은 그 문장들은 금방 으깨어집니다.

간결하고 힘 있는 문체를 우러러보는데 저는 흉내조차 낼 수 없습니다.


하늘 길로 가는 여행이 단절된 요즘이라 그런지 자꾸 생각나는 문장이 하나 있어 적어 봅니다.


"밖은 사랑스럽고 서늘한 아열대의 겨울날이었다."


어떤 책에서 읽고 떼어낸 문장인지 기억이 나지는 않습니다.


불안 - 알랭 드 보통
앞으로의 교양 - 스가쓰케 마사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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