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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서로에게 징징거려야 해.

by 초록해

언제 어디서나

"내 딸은 나의 자랑거리야!"


장녀였던 그녀는 늘 어른스러웠다. 그녀는 부모님의 자랑이 되고 싶었다. 부모님의 자랑거리가 될 만한 일을 할 때마다 그녀는 부모님에게 최근 본인의 근황에 대해 설명했다.


"아빠, 엄마, 이번 학회에서 OO프로젝트를 했는데 잘 해결했어요!"

"우리 딸, 정말 대단하다."


딸이 어떤 프로젝트를 하거나, 어떤 일을 시작하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부모님의 입고리는 점점 올라갔다. 오징어게임에서 상우 어머님이 서울대를 나와, 유명 증권회사에서 일하는 상우를 대하는 것과 같이 말이다. 그렇게 우리 딸은 주변에 자랑하고 싶은 내 자랑스러운 딸이었다. 그렇게 한 살, 한 살 나이가 들었다. 딸의 커리어는 점점 좋아졌지만, 부모님은 딸이 실제로 어떤 생각을 하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딸도 본인의 감정을 누군가에게 말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 보니 본인의 감정을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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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결혼하기 위해선,

나에게 징징거려야 해!


그녀는 매번 '괜찮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어떤 상황에서든지 본인은 상대방에게 모든 기분과 감정을 맞춰주고 있었다. 그런 그녀는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 사람이었다. 그는 그런 그녀가 진짜 괜찮을지 걱정되었다. 그는 모든 사람들이 "그녀는 어떻게 하더라도 괜찮은 사람이다."라는 인용구가 달리는 것을 눈으로 확인한 순간, 더 이상 이 모습을 보고 있을 수 없었다.


"자기야. 나랑 결혼하기 위해서 자기한테 부탁할게 한 가지 있어요!"

"그게 뭐예요?"

"기분이 나쁘면 기분이 나쁘다, 슬프면 슬프다고 나한테 말해줘야 해요. 나한테 만큼은 자기가 느끼는 그대로 나한테 징징거려야 같이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아... 해보지 않아서..."

"내가 도와줄게요!"


언제나 모든 사람의 모범이 되고, 어릴 적부터 어른스러웠던 아이. 그런 그녀를 나와 있을 때만큼은 철없는 아이로 변신시켜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래야 그녀가 온전한 안정감을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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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에게 징징거리기 시작하며,

그녀는 숙면을 취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모두 어떠한 조건과 상황에 관계없이 나를 가장 소중한 대상으로 대해주길 바라는 마음을 가진다. 모든 어린아이는 위로받고, 보호받고, 사랑받고 싶다. 그래서일까. 엄마가 살아계실 때까지 나는 나이를 먹더라도 아이였다. 엄마에게는 할 말 못 할 말을 가리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몸이 커져도, 엄마에게는 늘 어린아이와 같이 행동했다. 사회에서 하지 못하는 어리광을 엄마한테 부리고 나면 몸의 긴장의 끈이 느슨해짐을 느꼈다.


어린 시절 그런 경험을 하지 못할 경우에는 매우 어른스러운 아이가 되고 만다. 이런 의존적인 욕구를 채우지 못할 경우에는 이 결핍을 다른 곳에서 채우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부모님 생신 때 과도한 선물을 한다던지, 과도하게 부모님을 서포트한다던지 말이다. 그렇게 물질적인 것을 해드려서라도 본인의 결핍을 채우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자기야. 나 요새 아침잠이 너무 많아졌어."

"요새 잘 자더라 ㅎㅎㅎ"

"결혼 전에는 몸이 항상 긴장돼서 아침 6시만 되면 바로바로 일어났었는데 너무 신기해~"

"그러니까 그런 자기 보니까 내가 더 신기해!"


신뢰 깊고 좋은 관계 속에서 징징거림은 필요하다. 이를 심리학 용어로 '정상적 퇴행'이라고 한다. 우리는 이런 정상적 퇴행을 통해 의존적 욕구를 채우고 편안함과 안정감을 얻는다. 항상 손발이 차갑던 그녀는, 온몸에 온기를 되찾았다. 그리고 매일 아침 출근을 하며, 편안하게 잠을 자고 있는 그녀를 볼 때마다 느낀다.


"그래. 우리는 서로에게 징징거려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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