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나는 선천적으로 심장에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매월 정기검진을 받으러 병원에 엑스레이를 찍으러 갔다. 나에게 그때의 기억은 희미하게 남아있다.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 잔상들이 남아 있는 정도라고나 할까.
그래서일까. 그때의 기억을 하면 기억의 주체가 '나'이지 '부모님'은 아니었다. 그때의 부모님은 어떤 마음이셨을까? 내 아이가 태어나고 그 아이에게 선천적으로 심장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의 엄마의 심정은 내가 상상하는 것 그 이상이지 않을까 싶다.
퇴근을 하던 중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자기야, 내가 잠깐 뒤돌아 있는 사이에 아기가 소파에서 떨어졌어요"
아내는 놀란 나머지 목소리가 격양되어 있었고, 소리 내 울고 있었다. 다행히 인터넷에 '4개월 아기 낙상'이라고 검색해보니 그 또래의 아이들이 뒤집기를 많이 하는 때라 낙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았다. 그래도 혹시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을까 찾아보고 또 찾아봤다. 그 사이가 치발기를 물고 있던 아이의 입 안에 피가 나는 것 같아 서둘러 어린이 치과로 향했다. 그리고 의사 선생님께 진료를 받으며, 추가적으로 낙상에 대해서도 여쭤보았다.
"이 나이 때의 아이들은 유연해서, 아이가 지속적으로 토를 하지 않는다면 괜찮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의사 선생님의 말을 듣고 나서야, 우리는 한숨을 돌렸다. 긴장했던 온몸의 신경이 그제야 이완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스르르 피곤이 몰려왔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 순간 걱정이 쓰나미처럼 몰려옴을 느꼈다. 아이가 아프다고 하니 "내가 대신 아파해 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수십 번도 넘게 들었다. 내 어린 시절 10년이 넘게 심장에 구멍이 나서 병원을 다녔을 때, 엄마의 마음은 어땠을까? 그 미어지는 가슴을 부여잡고 나를 끌어안아 줄 때의 그 엄마의 가슴은 또 어땠을까?
어린이가 되고, 학교를 다닐 때 즈음 나는 생활하며 중간중간 다친 적이 몇 번 있었다. 그럴 때마다 엄마의 놀라는 모습을 보면서 "엄마가 왜 이렇게 힘들어할까?"라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아이가 생기고 이 아이와 함께 호흡하면서 생활하다 보니, 이제야 그때의 엄마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간다. 회사 입사할 때 자기소개서에 썼던 '역지사지'라는 말을 아기를 키우면서 이제야 제대로 깨닫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