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다 문득 30대 중반을 향해가고 있는 내 나이를 보았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도 열심히 살고 있을까? 가끔 20대 초반이 오히려 현명했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할 시간이 많아 나 스스로를 돌아볼 기회가 많았기 때문일 거다. 더 많은 경험을 쌓았고, 더 많은 돈을 가지고 있지만, 나에게는 쉬어갈 힘이 없다. 쉬어갈 힘이 아니라 쉬려 하지 않는다는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일을 하는 것이 아니면 집에 있고, 때론 집에서도 일을 하고 있는 나를, 그리고 너를 발견한다. 집과 일은 구분되어야 하는데 어느새 하나가 되어 있다. 집은 쉬는 공간이 되어야 하는데 더 이상 나에게 집은 쉬는 공간이 아니다. 의식적으로 매번 전화를 하던 곳으로 전화를 했다. 그리고 물었다.
"뭐해?"
"일하지 뭐해."
우리는 생각보다 일에 열정적이다. 그리고 멍 때리며 숨 쉬는 것에는 소홀하다. 때론 멍 때리는 것도 나의 계획 중 하나일 때가 있다. 그리고 나의 계획 속에 숨 쉬는 것을 적어 놓고는 그 단어를 보고 나서 한숨이 나온다. 이 한숨은 내가 의도했던 숨이 아니다.
내가 사랑하는 몇 안 되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우리 좀 쉬자고,
지금 현재 상황에서 쉬는 게 불가능하다면 앞만 보지 말고 뒤를 10초만 쳐다보라고 말이다. 그러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내 어깨가 생각보다 뻐근하다는 것을. 그리고 의외로 내가 당연하게 보이던 집 안의 사물들이 새롭게 보일 것이다.
내가 애정 하는 메밀 베개, 사랑하는 사랑과 찍었던 사진, 내가 좋아서 샀던 그림, 내가 고른 커튼.
그 모든 것들이 사실 의미 있었던 사물들이다. 하지만 내가 시선을 더 이상 두지 않아 내게서 의미가 멀어진 것들. 다시 그 사물들에게 우리가 의미를 두어야 할 때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