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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이모랑 다이소 좀 갔다 올게. 좀 쉬어.

by 초록해

아들에게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나게 하는 이모 삼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부지불식간에 전화를 하고 찾아가도 언제나 웃는 얼굴로 맞이해 주는 이모와 삼촌이 있어 얼마나 든든할까. 오히려 가족보다 더 자주 보는 그들 덕분에 4살이 된 아들에게 있어 그들의 공간과 시간 안에 함께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할지 감히 가늠이 되질 않는다.




아빠는 좀 쉬어.

이모랑 다이소 좀 갔다 올게.


일요일 아침 교회를 갔다가 점심을 먹고, 무작정 나왔다. 집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으로 아들과 길을 나섰다. 국립현대미술관이 2km 밖에 남지 않았는데 네비상으로 보이는 빨간 선과 함께 아들과 나도 그 자리에서 멍하니 서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서있다 마침 아들이 잠에 빠져들어 왔던 길로 다시 돌아 나오기 시작했다. 그래! 이케아를 가자!


아들을 30분 더 재워야겠다는 생각으로 다시 과천에서 광명으로 가기 위해 길을 돌렸다. 그렇게 가다가 지하터널 속에 보이는 서울대입구역 간판. 갑자기 유건이가 오케스트라 속 바이올린 연주를 하는 사람을 보고 매번 말하는 옐 이모가 떠올랐다. 무작정 옐 이모 집 앞에 도착한 아들과 나.



"누나(아들에게는 이모)! 지금 집에 놀러 가도 돼요?"

"당연하지. 그런데 왜 이렇게 속삭여?"

"지금 아들 자고 있어요 ㅋㅋㅋㅋ"

"일어나면 올라와!"


그렇게 이모 집 앞에 도착해서도 한참을 자고 일어나자마자 주차장에서 아들은 말했다.


"아빠! 여기 전시장이 아니라 옐 이모 석 삼촌 집이잖아!!!!"


이렇게 이모 삼촌 집 앞에 와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워 미소 짓는 아들의 모습이 참 예뻤다. 그리고 언제 어느 상황에서도 환대해 주는 이모와 삼촌이 있다는 사실이 참 감사했다. 그렇게 이모 집에서 본인이 원하는 코일북 영상과 젤리를 먹고 난 후, 이모와 속삭이듯이 말한다.



"아빠, 나 이모랑 다이소 좀 다녀올게."

"아빠도 같이 가자"

"아니, 아빠는 좀 쉬어. 이모랑 다녀오게"




아빠는 커피 한잔 해.

삼촌이랑 놀이터 좀 갔다 올게.


아들은 어제는 사실 공식적인 결혼식 일정보다 결혼식 이후 만날 거니 삼촌과 쨔 이모와의 일정이 더 기대되었나 보다. 결혼식을 할 때 중간중간 나오는 큰 노랫소리가 무서웠는지 결혼식은 가기 싫다고 하면서, 거니 삼촌과 쨔 이모는 보고 싶다고 말하는 아들.


그렇게 결혼식이 끝나갈 즈음 나를 올려다보며 말한다.


"이제 거니 삼촌이랑 쨔 이모 보러 가는 거야?"

"응 이제 갈 거야!"

"나 오늘 쨔 이모한테 아이스크림 사달라고 할 거야"



누가 보면 쨔 이모한테 아이스크림을 맡겨 놓은 것 같이 느껴지지만 그만큼 아들이 이모 삼촌을 의지하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 나무를 보면 아직 가을인데, 날씨는 이제 겨울이 된 것만 같다. 그렇게 추운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임산부인 쨔 이모와 거니 삼촌은 2시간이 넘게 아들과 재미있게 놀아준다. 아이들은 본인에게 온 마음을 다해서 사랑을 해주는 사람들을 사랑한다. 그래서일까. 그런 사랑을 느끼는 아들은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는 이모, 삼촌을 의지하며 사랑표현에 거침이 없다.


"아빠. 커피 한잔 해. 삼촌이랑 놀이터 좀 갔다 올게"


분명 삼촌과 이모도 너무 바쁜 스케줄이었을 텐데 한 없는 사랑을 주는 그들. 그들이 있어 아들의 마음 깊은 곳에 사랑이 쌓이고 있음이 느껴진다. 그리고 이모들과 삼촌들의 사랑을 받아 또 누군가에게 사랑을 전달하는 아들이 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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