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요즘 부쩍 안아달라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마음 같아서는 매일 매 순간 안아주고 싶지만, 몇 년 전부터 허리가 아파 매주 정형외과를 다니고 있어 원할 때마다 안아주지는 못한다. 그래도 요즘에는 "이렇게 안아줄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라는 생각이 자주 들어, 최대한 안아달라고 할 때마다 아들을 안아준다. 오래 안아주지 못하는 아빠의 체력이 한탄스러울 뿐이다.
잘 걸어가다가 갑자기 주저앉아 버리는 아들. 요즘 뭔가 이런 레퍼토리가 많아졌다. 그럴 시기인가 보다. 정말 졸릴 때를 제외하고는 무작정 짜증을 내지도 않는다. 잘 보면 아들도 다 본인만의 이유와 사정이 있다. 뒤에 생각해 보면 그런 모든 사정을 받아줄 수 없는 부모인 나의 체력, 인내심이 없었을 뿐이다. 그래서 숨을 한번 고르고 다시 보면 은근 다 맞는 소리를 한다.
"엄마는 무릎이 아프고, 아빠는 허리가 아프고!"
"맞아! 아들!"
오후 4시 30분이 되어 어린이집에서 하원을 하고 나와 놀이터에서 2시간을 신나게 놀았다. 정말 모든 에너지를 다 쓰면서 2시간 동안 놀기에 저 정도면 방전이 되겠구나 싶었는데, 결국 놀이터에서 집으로 걸어오는 그 짧은 거리에서 본인의 에너지가 다 했음을 고백한다.
"아빠! 다리 아파요 안아주세요!"
"그래"
컴퓨터 앞에서 앉아 일하고, 하루에 3시간을 운전하고, 집에 와서 집안일을 하는 이 모든 과정이 내 허리에겐 썩 유쾌하지 않을 거다. 허리가 말을 할 수 있다면, 그런 생활을 접으라고 하지 않을까. 그럼에도 이 모든 것을 멈출수는 없다. 그렇게 나에게 허리아픔 이슈는 내가 평생 가지고 갈 숙명 같은 짐(?), 업보임에 틀림없다.
허리가 정말 아플 때에는 걸을 수도 없을 정도로 아팠는데, 자주 병원에도 가고 치료도 받다 보니 그래도 지금은 살만한 정도이다. 그래도 아들을 오래 안고 있으면 허리가 찌릿찌릿한다. 그래도 죽을 정도로 아프지 않으면 요즘에는 아들이 안아달라고 하면 안아주려고 노력한다.
"아들! 아빠가 안아주는데 아빠도 아프면 말할게!"
"네!"
얼마 지나지 않아 허리가 아들을 내려놓으라 아우성치며 전기를 찌릿찌릿 보낸다.
"아들, 아빠 허리가 아프다."
"아빠 허리 아프니까, 이제 걸을게요. 아빠 허리 괜찮아지면 또 안아주세요!"
"그래. 아빠 조금 걷다가 허리가 찌릿 안 하면 바로 말해줄게!"
아들의 말에 '정말 많이 컸구나'를 새삼 느끼게 된다. 그리고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기 시작하는 나이가 되었다는 생각에 찡한 마음이 든다. 그리고 난 아들을 안아줄 수 있을 때, 안아달라고 말할 때 더 많이 안아주기로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