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의 본분
모름지기 취준생이라면 잡코리아나 사람인 같은 취업정보 사이트에 수시로 들러 채용공고를 확인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뭘 할지 막막하던 때에는 이런 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이 싫었다. 인재 공모를 내건 글들이 나를 압박하는 것 같았고, 그 많은 공고들 중 나와 맞는 일을 걸러내는 것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콘텐츠를 만들거나 그를 통해 홍보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싶다고 생각한 이후부터는 그런 불편함에 정면으로 도전할 수 있었다.
취업정보 사이트에서는 직업별로 나눠서 공고를 볼 수 있다. 나는 ‘미디어’나 ‘홍보/마케팅’ 분야의 공고들을 유심히 봤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콘텐츠 제작이나 PR 일을 해 보고 싶어서 국내 유수의 콘텐츠회사나 PR회사의 웹사이트를 자주 들락거리고, 그런 일을 하는 분들의 블로그나 브런치 글을 통해 채용 공고에는 없는 실무 정보를 주워 담았다. 그리고 이런 과정과 오랜 생각을 토대로 나는 내가 원하는 직업에 대한 몇 가지 기준을 세울 수 있었다.
첫 번째, 나의 비전과 회사의 비전이 비슷한 곳을 찾을 것
사실 나에겐 돈보다 성취감이 중요했다. 내 일에 대한 명분이 없고 스스로를 설득하지 못하면 마음이 힘들었다. 일이 가치 없다고 느끼거나 사회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의심이 들면 다른 조건이 충족되더라도 오래 못 갈 게 뻔했다. 그런 모순적인 상황은 처음부터 만들지 않는 게 현명했다.
두 번째,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할 것
좋아하는 일은 밥벌이와 무관할 때 계속 좋아할 수 있다는 말에 적극 공감한다. 그렇다면 좋아하기보다 잘하는 일을 해야 할까? 나는 뭘 잘하지? 이것은 내 인생의 과제였다. 결코 완벽히 해낼 수 없는 과제. ‘취미’는 열댓 개도 대면서 ‘특기’ 앞에는 한없이 겸손해졌다. 이걸 잘한다고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나는 결코 특기따위는 없는 무능력한 인간처럼 느껴졌지만, 나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스스로를 바닥까지 미워도 해 보고, 그토록 미워하는 사람이 나이기에 끝내는 어쩔 수 없이 두둔해 가면서, 내 편에 서는 법에 대해 생각했다. 나를 인정하고 좋아하는 일. 그것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옹호였고,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과 다르지 않았다.
다행히 나는 좋아하는 게 아주 많다.
어느 분야에 대해 빠삭한 덕후는 아니지만 내게는 넓고 얕은 호기심과 끝을 모르는 욕심이 있다. 알고 싶은 것도, 배우고 싶은 것도, 잘하고 싶은 것도 많다. 기본적으로 사람을 좋아하고 이야기 듣는 것을 즐긴다. 여행도 좋아해서 시간만 나면 없는 살림을 털어 비행기를 탄다. 글 쓰는 것도 아주 좋아한다. 글의 형태가 아닌 콘텐츠를 만들고 공유하는 것에도 관심이 많다. 동물을 돌보고 환경을 위해 실천하는 일도, 악기를 배우는 것도, 공연을 만들고 무대를 꾸미는 것도 좋아한다. 그래서 대학 때 학생회부터 동아리와 소모임까지 별별 일들을 벌이고 처리하는 데 익숙했다. 대학 때 동기들은 “힘들지 않아?” 하고 자주 물었지만 사실은 다 내가 좋아해서 한 일이었다. 재밌었으니까! 뭔가를 배우고 도전하는 것도 좋아한다. 대부분의 일에 미숙했기 때문에 내 실력에 부족함이 느끼더라도 쉽게 좌절하지 않는다.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고 싶은 것’을 아는 것은 직업을 찾을 때 든든한 밑거름이 되어 준다. 잘하고 싶은 게 이렇게 많은데, 뭐라도 되겠지!
세 번째, 앞으로 꾸준히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일을 할 것
이제는 ‘사회 초년생’이라는 꼬리표가 민망한 나이가 됐다. 이제 나는 ‘나의 길’을 찾고 거기에 크고 작은 갓길을 내면서 내 커리어를 확장해 나가고 싶다. 어느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는 것, 나와 오랜 길을 함께할 직업을 갖는 것, 내가 받는 월급에 부끄럽지 않은 사회인이 되는 것, 나는 그것을 꿈꾼다.
물론 이런 것을 안다고 좋은 회사를 선별하는 건 아니다. 막상 해 보니 예상했던 업무와 다를 수도 있고, 좋은 가치관을 가진 기업이라 생각했는데 직원을 소품처럼 다루는 곳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다녀보지 않고는 정확히 알 수 없는 것. 일단은 최대한 많은 정보들을 통해 나와 맞는 곳을 고르고, 실제로 일을 해 보는 게 중요했다. 콘텐츠 창작이나 PR업무, 그리고 더 넓게 봐서 미디어/홍보/마케팅 쪽 일을 하려면 어떤 능력을 요구하는지 살펴보았다. 원하는 직군의 채용공고는 내가 어떤 점을 주력하고 보완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좋은 기준이 된다.
내가 원하는 직군의 경우, 각 SNS 채널의 특성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네이버 블로그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에 올라가는 글, 영상, 사진, 카드 뉴스 등을 만드는데, 기획력 못지않게 제작 능력도 중요하게 생각해서 이제는 콘텐츠 기획자가 사진도 잘 찍어야 하고 영상도 만들 줄 알아야 하며 간단한 디자인 툴도 다룰 줄 알아야 했다. 또 협업이나 소통 능력은 전보다 더 중요한 가치로 떠올랐고, 해외 영업 이나 해외 콘텐츠를 활용해야 하는 경우 외국어 능력도 똑같이 중요했다.
안 되겠다. 지금의 내 능력으로는 원하는 분야에서 좋은 직장을 갖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얼 더 보완해야 할까. 일단 블로그에 글을 꾸준히 올리고 있으니 이 부분은 질을 높이고 주제를 전문화하는 방법으로 해야 할 듯하다. SNS는 심신의 안정을 위해 잠깐 쉬고 있는데 이것도 다시 재개! 영어는, 워낙 중요하지만....... 이하 생략. (열심히 하자!) 그리고 고민 끝에 나는 영상편집 수업에 등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