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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태 Nov 22. 2022

이리카페

2022년 11월 22일 화요일

휴가인데, 출근만 안 할 뿐 특별한 일정은 없다. 오랜만에 혼자 찜질방에서 시간을 보낼 생각을 하며 짐을 쌓다. 바로 찜질방에 가는 것보다는 그래도 운동 비슷한 걸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동복을 입고,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서는데 찜질방 안에서 보낼 시간이 아깝게 느껴졌다. 지하철역 앞에서 망설이다가 일단 어디든 가보자는 생각으로 지하철을 탔다. 


어디를 가면 좋을지 고민만 하다가 그냥 걷기로 했다. 걷는데 지루하지 않은 곳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 자연만 보여도, 너무 건물만 보여도 별로다. 좁은 골목, 골목을 지나며 작은 가게들을 구경하며 걷느게 괜찮을 거 같았다. 홍대역에서 내려 상수역 쪽으로 걸었다. 


배가 고프다. 여유로운 평일에 혼자 먹는 점심을 그냥 끼니 때우듯 해치우고 싶지는 않다. 상수역이 가까워지면서 예전에 자주 가던 라멘집이 떠올랐다. 한창 단골이었는데 언젠가부터 맛이 좀 변한듯해 안 가던 곳이다. 옛날 생각도 나서 그 집으로 갔다. 평일이고 다소 이른 점심시간이라서 그런지 내가 첫 손님이다. 기대를 안 해서인지 맛이 괜찮다. 


진한 고기 육수의 여운이 입안에 가득하다. 아이스아메리카노로 입가심을 생각 안 할 수 없다. 홍대역에서 상수역을 지나서 조금 더 걸으면 이번엔 과거 단골 카페가 나온다. 여기는 책방을 시작하면서 발길이 뜸해진 곳이다. 역시 오랜만에 이 카페에 왔다. 이곳에 오면 책도 잘 읽히고 글도 잘 써진다. 언젠가 일단불온을 이런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어느새 찜질방은 머릿속에 없다. 그래도 목욕 준비물을 챙긴 게 아깝다. 찜질까지는 아니더라도 사우나라도 하고 집에 들어가야겠다. 집 근처 사우나에 갔다가 나오는 길에 휴대폰에 부재중 전화가 와있는 걸 확인했다. 영등포구청이다. 지난달 영등포구청의 지역서점 사업에 참여했다. 사업을 잘 맞췄는데 무슨 문제가 생긴 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들었다. 


책방 사업을 담당했던 공무원이 전화를 받았다. 나름 반갑게 인사를 건넸는데 공무원의 목소리는 다소 다운된 느낌이다. 무슨 말을 할지 또 불안하다. 공무원은 다음 달에 추가적인 사업이 있는데 또 함께 할 수 있냐고 물었다.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지난달 사업에서 고생을 했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얘기를 들어보니 지난달에 했던 사업과 사실과 같은 내용이다. 한번 해봤으니 이번엔 조금 수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수익이 괜찮다. 하루에 한 명정도 올까하는 책방에 구청의 사업은 큰 손이다. 집에 가기 전에 동네 단골 카페에 들어가 지난달에 진행했던 구청 사업을 복기해 정리했다. 다만 공무원이 이번 사업을 아직 확정 짓지는 않은 상태다.  


ps. 영등포구청과 진행한 사업은 희망도서사업으로, 영등포구에 있는 구립 도서관에 책을 납품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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