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하는 자세?

쓸모없는 삶에 대한...

by 돈태

한 때, 월 매출 4000만원으로 유명해진 책방이 있다.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책방 주인이 쓴 책을 보면 매스컴의 효과를 본 것이 컸다. 책방은 2호점까지 열며 여전히 승승장구하는 모습이다. 책방을 하면서도 먹고 살수, 아니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평산책방은 논의로 치자.


그 책방을 생각하면 묘한 감정이 든다. 부럽기도 하고 못마땅하기고 하고, 응원하고 싶기도 하며, 외면하고 싶어기도 한다. 책에 대한 애정이라는 측면에서는 비슷하겠지만 책방을 대하는 자세에서는 괴리감을 느껴서 일지도 모르겠다. 책방을 5년 넘게 운영하며 내린 결론은 책방은 돈벌이가 안 된다는 것이다. 굳이 갖다 붙이자면 '비싼 취미생활' 정도가 되겠다. 남들이 보기에 쓸모없는 일, 즉 '밥이 나오냐 쌀이 나오냐'라는 핀잔을 들을 법한 일인 것은 물론 돈을 써서라도 하고 싶은 무엇인 것이다. 지금 내가 책방을 대하는 자세는 이렇다. 그래서 다음 책방을 준비할 수 있다.


매출 4000만 원 책방은 이례적인 사례다. 작은 책방을 운영하는 주인장들이 하나같이 하는 소리는 "책 팔아서는 먹고살기 힘들다"다. 월세 내기도 빠듯한 책방들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월세를 내고도 남는 수입이 있다면 다행인 현실이다. 작은 동네책방들이 커피를 팔고, 굿즈를 들여놓고, 정부 지원을 받는 행사를 연달아 기획하는 이유다. 언젠가 '요즘 책방들이 책 말고 다른 것들을 팔거나 인테리어에 너무 신경 쓰면서 책이라는 본질과 멀어지고 있다'는 취지의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럴싸한 '본질'을 운운하는 것이 한가롭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본질을 지적할 게 아니라 자세를 생각해봐야 하는 일이다. 갖고 있는 돈을 까먹으면서도 책방을 하겠다는 욕구가 없이는 책방을 하면 안 된다. 다른 나라 사정이야 잘 모르겠고, 우리나라에서 돈벌이 수단으로 책방을 생각한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치적인 환경으로 인해 책방을 지원하는 정책이나 공공사업이 불확실하다. 최근 책방 소재 지자체단체장이 바뀌면서 매년 있던 지원 사업이 깜깜무소식이다.


도서정가제로 동네책방이 대형서점과 경쟁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을 받고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동네책방과 대형서점 사이의 마진율 차이가 대표적이다. 도서 유통시장에서 동네책방은 대형서점보다 더 비싸게 책을 들여놓는다. 업계 용어로 '공급률'이 다르기 때문이다. 도매업체에서 책방이나 서점 같은 소매업에 책을 파는 가격을 의미하는 말로, 정가 대비 할인된 가격의 비율이다. 많은 책을 구매하는 대형서점에 더 낮은 공급률이 적용된다.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에서 한 책방지기는 "도서정가제가 소규모 서점에 도움 주는 제도라고 하는데 무슨 도움이 되는 건지 나는 잘 모르겠다"며 "공급률을 차등 적용받는다. 애초 마진이 미약하기 때문에 10% 할인은 꿈도 못 꾼다. 완전 도서정가제가 아니고는 결국 소용없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당장 우리나라에서 책방을 하려면 경제적인 여유가 있거나, 돈을 최대한 안 쓰는 삶이 뒷받침돼야 한다. 책방 말고 돈이 들어오는 데가 따로 있거나, 가진 돈이 넉넉하거나, 다른데 돈 쓸 일이 딱히 없는 사람일 경우 책방을 열 수 있는 기본적인 전제조건은 갖췄다고 볼수 있다. 말그대로 전제조건일 뿐이지만.


지난 5년간 책방을 하면서 지자체에서 지원한 사업을 빼면 월세를 넘는 매출을 일으켜본 적이 없다. 하루에 손님 한 명 없는 날도 많다. 그런데 책방을 계속 하고 싶다. 책방을 대하는 자세가 변하지 않는다. 구체적인 목적이 없어서 자세라는 모호한 말을 계속 쓴다. 그냥 내가 좋아서 하는 거다. 한 번은 자영업으로 돈을 좀 번 친구가 책방을 둘러보더니 "주인한테 편한 공간은 손님들한테 불편한데"라며 걱정했다. 알아봐줘서 고마웠다. 책방을 또 하기 위해 전제조건들을 이리저리 재조합 해보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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