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을 줄 안다며
나는 요즘 나에게 선물을 꽤 자주 사준다. 이번 달 나에게 선물한 나의 선물은 바로 쿨톤 파랑셔츠, 스타벅스 녹차, 인센스 스틱이다.
'세련된 의존을 하자' - 자존감 수업
책을 읽다가 이 구절이 뇌에 꽂혔다. 한때 그 무엇에도 의존을 하지 않아야 하며 스스로 알아서 헤쳐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었다. 그런데 그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나는 결국 나약한 인간 나부랭이인데 강철로된 로봇이 되어야 한다며 자신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민 격이다. 이제는 나는 사람에게도 애착을 가진 대상들에게도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한 사람임을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자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진정으로 알고 있어야만 그 의존이 건강하다는 것이다.
의존이라는 단어 자체에 발작버튼이 눌리던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면, (지금도 정말 아니라고 할 순 없지만 노력 중) 의존을 한다는 것은 주체적이지 못하고 나약한 존재임을 인정하는 꼴이며, 그 꼴은 내가 원했던 독립적이고 강한 무언가와는 거리가 먼 모습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스스로 그렇게 되지 않도록 노력하곤 했다. 그런데 어느 한편이 언제나 허했고 의존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할수록 나는 왠지 모르게 더 의존적인 사람이 되어갔다. 매사에 집착하지 않고 초연한 사람이 되리라 다짐했지만 그 다짐이 역효과만 가져다줄 뿐이었다. 남들 눈에 더 멋지고 강한 사람, 알아서도 주체적으로 잘 해내가며 그 어느 말에도 상처받지 않는 강인한 누군가를 머릿속으로 그려놓곤 그에 맞지 않는 내 모습에 혼자 실망하며 보이지 않는 싸움을 한 셈이니 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음에도 지쳐갔는지 이제는 알겠다.
작년 즈음부터 나의 생일엔 나에게 스스로 꼭 하나씩 생일 선물을 주기 시작했다. 중요한 딱 하나의 원칙은 그게 아주 작은 커피 한 잔 일지라도 나의 취향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찾아낸 올해의 나의 취향 찾기 수확은 커피는 산미가 도는 것보다는 묵직하고 진한 고소한 맛이 나는 것을 선호하며 향수 취향은 포근하고 파우더향기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내년의 취향 수확은 과연 무엇일까? 세련된 의존을 해야겠다고 다짐을 한 순간부터는 나의 본격적인 멋진 의존들이 시작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오늘은 어디에 의존을 해볼까! 나의 의존성에 훌륭한 뒷받침이 되어준 저 문장하나에 감사를 표한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