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왜 욕망하게 하고, 꿈꾸게 하고, 이토록 사람을 설레게 할까
어릴 때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시골에서 서울에 올라온 사람이 "난 꼭 서울에서 성공할 거야"하는 장면이 나왔다. 서울역에 도착해서 어리바리한 표정으로 어쩔 줄 몰라하고, 나쁜 놈들한테 소매치기를 당하는 장면은 단골 클리셰였다. 나의 부모도 시골에서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에 올라와 경기도 안산에 자리를 잡았다. 두 사람은 1980년대 공단이 개발되며 인력에 대한 수요가 생기기 시작한 안산의 한 공장에서 만났다. 그렇게 딸 하나, 쌍둥이 아들 둘을 낳아 안산을 제2의 고향 삼아 지금까지 살고 있다.
안산에서 태어나 30년을 산 나는 가끔 "어차피 시골에서 올라와 모르는 동네에서 살긴 마찬가지인데 엄마 아빠는 왜 서울에 자리를 잡지 않고 안산에 살게 됐을까" 궁금해했다. 의미 없는 의문이다. 지난 일에 대해 당사자도 아닌 사람이 아무렇게나 이야기하는 건 쉽다. 하지만 일자리를 잡는다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마냥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고 여러 가지 운명과 우연이 작용을 했을 것이다. 또 엄마 아빠는 나름대로 안산에서의 삶에 만족하기도 했다.
만족하지 못한 건 나였다. 서울에서 남서쪽으로 40km 정도 떨어진 안산에 살면서 나는 늘 서울을 갈망했다. 과장을 아주 많이 보태서 말하자면 도시 개발이 한창 이뤄지던 시대의 청년들이 서울에서의 성공을 다짐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의 결연함이 내 안에도 있었다. 시골에 남아 있는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정말 목숨을 걸고 일을 했던 그들과 딸린 식구 걱정 없이 내 앞가림만 잘하면 되는 내 상황은 전혀 달랐지만 언젠가 꼭 서울에서 자리를 잡으리라 다짐하는 마음만큼은 같았다.
그러던 나도 서울에서 산 지 4년 차가 됐다. 이 도시에 살기만 하면 더 이상 바라는 게 없을 줄 알았는데 욕심은 커져만 간다. 출세가 무엇인지, 무엇을 얼마만큼 해야 성공이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부족한 것 없이 사는 것 같은데도 계속 무언가에 굶주려 있는 느낌이다. 서울이라는 도시는 왜 계속해서 욕망하게 하고, 꿈꾸게 하고, 이토록 사람을 설레게 할까. 끊임없이 더 나은 방향을 향하게 하는 이 도시의 에너지가 때로는 고맙고, 때로는 숨 막힌다. 그런 도시에 대한 애정과 정말 싫다고 느끼는 감각까지, 이렇게 오랜 시간 어떤 감상을 일으키는 무언가가 사랑이 아니면 뭘까.
이 이야기는 이 도시와 사랑에 빠진 나와 당신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