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마땅한 부분을 견뎌야 하는 현실
인간은 산소로 호흡하기 때문에
그것은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또 인간이 노화되게 만드는 것도
바로 산소라는 사실.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임에도
못마땅한 부분을 견뎌야 하는 현실.
이게 꼭 산소[O₂]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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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하루는 남편과 산책을 하는데
남편이 그동안 쌓여 있던 불만을
조근조근 이야기했다.
이윽고
우리는 편의점에서 음료를 사고
바깥에 있는 파라솔 아래 앉아
목을 축이며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다.
남편의 이야기가 끝났을 무렵
나는 그에게 질문했다.
“듣고 보니 못마땅한 게 많은데
어떻게 내 옆에서 그렇게 견뎌?”
그리고 남편이 대답했다.
“견디지 않으면 같이 못 있어. 지연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걸 견딜만한
장점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견디는 거야.”
남편의 답변은 간단했지만
그 말의 무게는 꽤나 무거웠다.
억울함 보다는 선택이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참고 사는 게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고른다’라는 태도였다.
못마땅함이 사라져야
사랑이 유지되는 논리가 아니라
못마땅함을 포함하더라도
그걸 선택할 수 있는 용기였다.
완벽한 존재를 찾는 것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견딜 수 있는 지점을 찾는 것.
그게 바로 관계의 깊이를
더욱 깊이 파고드는 용기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