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의 길목
사람마다 성과의 기준은 모두 다를 것이다.
나에게 성과는 거창한 게 아니다.
어제보다 나아졌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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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내가
그간 이루어낸 성과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뭘 그렇게까지’ 했다.
물론 우리는
너무나 다른 사람이기에
'뭘 그렇게까지' 한
부분 역시 매우 다르다.
우리는 서로
'뭘 그렇게까지' 하는 부분을
참으로 신기하게 바라본다.
그리고
‘뭘 그렇게까지 해’
라고 말하며 지나간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서로 인정한다.
'뭘 그렇게까지' 하는
부분에 대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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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그는 오프라인 강의가 열리기 전날 모든 수강생에게 수업과 관련된 안내 메시지를 보냈다. 단순히 문자를 보낸 게 아니다. 문자에 담긴 내용은 강의 안내 멘트와 함께 웹사이트 링크를 보냈다. 그 웹사이트는 ‘찾아오시는 길’을 위해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하철 역 몇 번 출구에서부터 강의 장소까지 걸어가는 동안에 보이는 건물이나 눈에 띄는 간판 등을 사진을 찍어, 가는 길 순서대로 나열하고, 각 이미지마다 짧은 설명 메시지를 추가했다.
요즘은 주소만 알려주면 지도 앱을 이용해 특정 위치를 대부분 찾아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수강생에게 조금이라도 더 편의성을 제공하고자 웹페이지를 만들었다. 사진을 보고 따라오는 게 지도를 보고 찾아오는 것보다 훨씬 직관적이고 쉽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강 기간이 끝날 때까지 그 페이지를 계속 유지했다. 강의 장소가 익숙하지 않아서 찾아올 때마다 매번 지도를 봐야 할 수도 있고, 길을 헤매다 지각하는 일도 방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이 감동했다.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편의성을 제공받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반응을 보니 ‘꽤나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느껴졌다. 그래서 나도 따라 하기 시작했고, 역시나 사람들은 늘 감동했다.
웹 퍼블리싱 교육 전문가가 그런 페이지 하나 만드는 일쯤은 식은 죽 먹기이고, 고민 끝에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안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는 자신이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일을 실행했고, 그 실행 결과는 예상보다 좋았고, 결국 옆에 있는 사람, 나. 내가 따라 하게 만들었다.
두 번째
외주가 끝나면 10분짜리 프레젠테이션 영상을 만든다. 웹 개발 또는 디자인 작업 등, 외주가 끝나면 납품할 때 그 영상을 꼭 같이 첨부한다. 어떤 의도로 작업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 PPT 시각 자료를 만들고 오른쪽 아래에는 꼭 자신의 얼굴이 보이도록 배치한다. 어느새 신뢰감이 급속도로 쌓인다. 작업 의도가 설득이 되는 경우도 있고 안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 영상을 본 사람들은 그의 일하는 방식이나 의도를 알고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의견을 조율한다. 그리고 프레젠테이션 영상에 늘 환호를 보낸다.
그는 ‘내가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고, 나 여기 있어요.’라고 홍보하는 일에는 전혀 소질이 없다. 그러나 그의 강의나 외주는 재구매율이 매우 높은 편이다. 그리고 그가 가만히 있어도 같이 일해 본 사람들이 건너 건너 그를 소개해준다. 조용하지만 아주 강력하다. 특별히 홍보를 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그를 계속 찾는 이유는, 그가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늘~ ‘뭘 그렇게까지’ 하기 때문이다. 연애시절부터 13년째 보고 있지만 아직도 늘 신기하다.
세 번째
80%는 준비하는 데 쓰고, 20%만 일한다. 2015년부터 시작된 일이다. 그는 온라인 강의를 찍는데 장비 수집을 엄청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손품을 엄청 팔았다. 이걸 사서 이렇게 해 보고, 저걸 사서 저렇게도 해본다. 원하는 영상, 사운드 품질이 안 나오니 머리를 싸매고, 두통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그에게 포기란 없다. 끊임없이 연구한 결과 어느 정도 만족하는 품질의 영상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해결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 영상 한 번 찍는데, 할 때마다 이것저것 세팅해야 할 게 많으니 영상 찍는 일을 자꾸 미루게 되는 것이었다. 돈과 시간, 그리고 에너지를 더 쓰더라도 그는 그걸 해결하는 데 끊임없이 투자했다. 결국 그는 그가 원하는 지점에 도달했다.
그리고 지금 현재는 영상 촬영을 하기 위해 맥북에 케이블 딱 1개만 꽂으면 모든 준비가 끝난다. 뭘 더 할 게 없다. 케이블 1개만 컴퓨터에 연결하면 촬영 준비는 끝. 언제든 마음 내킬 때 바로바로 촬영할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치고 나서 불 필요한 장비를 처분하기 위해 당근에 팔았는데, 그 수익만 350만 원이 넘는다. 그가 얼마나 삽질을 많이 했었는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어쨌든, 수년간 끊임없이 ‘뭘 그렇게까지’ 시도한 그의 노력 덕분에 나 또한 너무나 간편하게 영상 촬영할 수 있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늘 고마워. 남편~ (찡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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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물어봤다.
내가 ‘뭘 그렇게까지’ 하나 싶은 거
딱 3가지만 말해 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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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가계부, 비고 사항에 거의 일기를 쓰다시피 기록을 남긴다. 이 부분을 참 신기해한다. 중독적으로 기록을 남기는 나는 늘 해왔던 일이지만, 남편 인생에는 그런 역사가 없었던 일이라 그런가 보다. 어쩌면 ‘굳이?!’라는 생각도 하는 것 같고, 남편 기준에선 덜 중요한 일에 에너지를 너무 많이 쓴다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나는 이 일을 계속 지속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 시간이 꽤 많이 지나서 가계부를 다시 볼 때, 비고란에 적힌 맥락이 없으면 내가 이 돈을 왜 썼는지 기억이 안 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런데 비고란에 그 당시 상황이나 돈을 써야 했던 맥락이 있으면 후회와 반성보다는, ‘아!, 그때는 이런 상황이라 이 돈이 꼭 필요했었지.’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내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장치 같은 역할도 하고, 어떤 맥락에서 이 돈을 썼는지 기억이 안 날 때를 대비하는 기록이기도 하다.
그리고 현재는 약간의 재미가 더 추가되었다. 혼자 기록할 때와 다르게 결혼 후 그와 가계부를 공유하면서 생긴 또 다른 재미가 있다. 비고란에 기록된 메모를 보고 그가 빵빵 터지는 일이 자주 생겼다. 그때 터져 나오는 그의 웃음소리는 늘 경쾌하고 웃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아 같이 따라 웃게 된다. 그러니까 계속해야 할 이유가 더 생긴 샘이다.
두 번째
바느질할 수 있는 건 내가 한다. 그가 늘 컴퓨터를 넣어 다니는 뒤로 메는 가방이 실밥이 풀려 정품 매장에 수선을 맡겨야 할 만큼 뜯어져 있었다. 만약 수선 맡기면 그동안 가방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기간이 생각보다 길어서, 내가 하나하나 티 안 나게 손으로 꿰매었다. 기존에 밖음질 되어 있던 실밥 구멍에 고스란히 바늘을 넣어 꿰매었고, 그 마무리는 뜯어진 흔적도 없었던 것처럼 깔끔했다. 그가 꽤나 놀랐고, 매우 만족스러워했다. 그 외에도 매트리스 커버가 떨어져서 똑같은 방법으로 바느질해서 거의 복원에 가까운 수준으로 꿰맨 적도 있다. 그러고 보니 바지, 셔츠, 양말, 속옷 등, 10년 사이 은근히 바느질을 참 많이도 했네.
또 한 가지, 반짇고리를 가지고 다니는 습관이 있다. 그 습관 덕분에 나름대로 일상에서 소소한 성과를 낸 적이 있다. 예전에 예식장에 갔다가 있었던 일이다. 휴대 전화기를 보통 겉옷 주머니에 많이 소지하는 편인데, 휴대 전화기가 날이 갈수록 무거워지니, 나도 모르는 사이 조금씩 계속 헐거워지고 있었던 코트 주머니가 완전히 구멍이 나 버렸다. 예식장이라는 장소와 상황 때문에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가방에 반짇고리가 있는 걸 확인한 후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반짇고리를 꺼내어 꿰매었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금세 괜찮아졌다. 별거 아닌 일이지만 굉장히 뿌듯했고, 오히려 마음에 여유까지 생겼다.
또 다른 사례는 20대에 있었던 일이다. 친구랑 놀다가 친구의 코트 주머니에 구멍이 난 걸 발견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바로 반짇고리를 꺼내어 꿰매 줬다. 그 친구는 나에게 ‘무슨 엄마 같다’ 이렇게 표현하며 그저 신기해했던 기억이 있다.
세 번째
대학 강의 출강 나갈 때 있었던 일이다. 1학기 4개월 동안 대략 70명의 학생들에게 매주 토요일 정오까지 과제를 내도록 요청하고 대신에 피드백을 1:1로 텍스트로 남겼다. 마감 기한 안에 과제를 제출한 학생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피드백을 받았다. 단 한 주도 빠짐없이 매주 그 일을 진행했다. 시간과 에너지가 너무나 많이 소모되고, 어쩌면 조금은 무모한 도전이었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모든 면에서 꽤나 힘들었고, 시간에 쫓기듯이 일하느라 많이 울면서 일했다. 정말 4개월 동안 다른 건 다 뒷전으로 하고 오로지 그 일에 집중했던 시기였다.
그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학생들이 지연이 수업만 듣는 게 아니야.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학생들에게도, 특히 본인에게는 너무 빡센 일정이야.”
그의 말에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학생도 일종의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학생 신분으로 학업에 책임을 다하는 사회적 역할을 성실히 한다면 공부하는데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게, 뭐 그렇게까지 억울할 일은 아니지 않은가.”
여기서 잠깐 나의 생각을 조금 더 명확히 하고 넘어가는 게 좋겠다. ‘직업’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고 따진다면 학생은 직업이 아니다. 생계를 위해 돈을 버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생 신분으로 지내는 기간은 미래의 자산을 쌓을 수 있는 가장 최고의 시기라고 생각한다. 진짜 직업이 생기고 자기 자신을 책임지고, 가족을 꾸리고, 가장이 되면 모든 우선순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이야기의 결론은, 1학기 강의를 마치고 나서, 학생들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참 많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어떤 부분이 좋았는지 매우 구체적으로 감사 메일을 보내온 친구도 있었다. 4개월 동안 정말 가장 힘든 수업이었지만, 강의 시작할 때 할 수 있는 일과 4개월 동안 배우면서 끊임없이 과제를 통해 연습하고 나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달라졌다는 걸, 그들이 몸소 체험한 것이었다.
내가 얻은 성과는 바로 그들이 혼자서 뭐라도 만들어 낼 수 있는 ‘실력’이었다. 나의 가장 궁극적인 목표이자 가장 궁금했던 부분은 오직 이거 하나였기 때문이다.
‘나에게 4개월간 배워서, 과연 그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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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를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꾸준히 반복해서 어제 보다 오늘 더 나아지면 된다. 하루 이틀은 별다른 차이가 안 나겠지만, 3개월씩 끊어 보면 엄청난 차이가 나고 있을 거다. 그리고 조금씩 변주를 섞어야 한다. 그렇게 오래 지속하다 보면 결국 보석 같은 지점을 만나게 된다. 남들은 그렇게까지 신경 쓰지 않는 것들인데, 나는 유독 신경 쓰고 있는 한 부분을. 그게 바로 당신의 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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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질문 하나 남기고 글을 마무리합니다.
당신이 '뭘 그렇게까지' 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