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시렁 발전소

또 다른 관심 표현 방식

by Jeoney Kim

눈이 마주친다. 슬며시 웃더니 아내의 귓가에 살포시 손을 대고 소곤소곤 말한다. 아내는 남편이 무슨 말을 하려나 귀를 쫑긋 세우고 들어본다.


“잔소리 좀 그만해.”


그러더니 그는 자기 혼자 또 씨익 웃는다.

나름대로 귀여운 그의 특별한 전략이다.


짜증 내고 인상을 쓰거나 화를 내며 큰 소리로

똑같은 말을 건넸다면 분위기는 심각해졌을 거다.


하지만

그는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하면서도

동시에 아내를 웃게 만들었다.


만약에

이때 아내가 짜증내거나 화를 내면

오히려 이상한 상황이 된다.

그러니 그의 전략은 꽤나 영리하다.

부드럽지만 강력한 방법이다.


반면에

아내는 남편의 기발한 처세에 이렇게 반응한다.


잔소리하는 것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그것도 관찰력이 좋아야 한다.

그리고 관찰력도 매사에 생기는 게 아니다.

기본적으로 관심과 애착이 기저에 있어야 한다.


”나의 관심 밖에 본인을 두고 싶어?

막상 내가 그렇게 하면 24시간 내 눈치 볼 거잖아.

아니야?”


“그건 그렇지.”

그가 재빠르게 대답한다.

그는 아내의 반응에 수긍하는 듯하면서도

또다시 말을 건넨다.


“열 번 말할 거, 줄여서 세 번만 말해.“


그녀도 재빠르게 반응한다.

”같은 얘기를 반복하는 건, 다 이유가 있는 거야. 혼자서 잘 못하고, 자꾸 잊어버리니까, 옆에서 도와주는 거야. 그걸 자꾸 잔소리로 여기지 말고, 본인을 도와주는 일이라고 고맙게 생각해 봐.“


그가 재빠르게 또 반응한다.

”그건 그렇지. 근데 조금만 말해도 돼. 나는 중학생 아들이 아니야.“


그녀 역시 또 반응한다.

”우리 아빠도 남자지만, 나한테 늘 이렇게 말씀하셨어. 세상의 모든 남자는 아이처럼 대하면 된다고.”


그 왈

”그건 그렇지. 어쩌고 저쩌고…궁시렁 궁시렁…“

끝없는 반응을 이어간다.


이쯤 되면 생각나는 말이 하나 있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했던가?!

그토록 이해되지 않던 말이 이해가 된다.

칼로 물을 아무리 썰어도 썰리지 않으니 말이다.


매일매일 궁시렁 발전소를 돌리며

내 말에 반응하는 타인의 모습,

타인의 말에 반응하는 내 모습,

서로의 모습을 관찰하는

우리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집을 공유하면서 우리는 서로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한 번씩 짚어보자.

너의 반응, 나의 반응을 알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야 할지가 보이니까.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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