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라는 울타리가 주는 선물
허영심에 속아 온갖 유혹에 휘둘리면
자꾸만 자꾸만 쓸데없는 가정을 하게 돼.
이랬다면 어땠을까 저랬다면 어땠을까.
마치 내 현실은
결핍으로만 가득 채워진 것처럼.
기분 좋은 상상이 나쁜 건 아니지만
그것만 하기 때문에 위험한 것.
현실은 절대 좋은 일만 일어나지 않아.
손에 잡히지 않는 안개처럼
막연한 가정을 멈출 수 있다면
빛나고 반짝거리는
순간이
더 잘 보일 거야.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공유하는 순간.
감정 기복을 공유하는 순간.
같이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산책하는 순간.
위로가 필요할 때 위로받는 순간.
일하느라 에너지를 다 쏟고 맛있는 거 먹는 순간.
하기 싫었던 운동을 끝내고 쾌감을 느끼는 순간.
간단한 루틴을 지키고 스스로 대견함을 느끼는 순간.
내가 나를 위해 요리하고 자존감이 높아지는 순간.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느껴지는 신선함과 재미.
집중하고 몰입했던 일에서 성취감을 느끼는 순간.
일상을 공유하며 느끼는 왠지 모를 안정감과 평온함.
이렇게나 빛나고 반짝거리는 순간들을 말이야.
결혼하면서 집을 공유하는 생활을 이어가는데 내가 상상했던 것과 전혀 다른 현실을 마주하면서 좌절한 적이 있다. 그 당시에는 내가 피해자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모든 상황이 내가 생각한 것처럼 굴러가지 않으니 그저 배우자를 탓하고 싶었고, 나는 피해자인 척하고 싶었던 그런 모양새였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는 그 당시에 내 생각이 조금 삐뚤어져 있었다는 걸 안다. 그리고 글쓰기를 통해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을 꾸준히 했더니 내 감정과 상황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그래서인지 예전에 느꼈던 그러한 부정적인 감정들이 많이 해소되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집에는 피해자도 가해자도 없다는 사실이다. 그저 집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