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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컴퍼니 Jun 09. 2017

핸드크림이라고 생각하면 좀 비싸니 향수라고 합리화해봤어

클라우스 포르토 시프레 핸드크림 삼나무 포인세티아&허니서클 향

'보이지 않는 손'. 영국의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가 저서 '국부론'에서 쓴 표현입니다. 이 매거진은 그것과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공통점이 있다면 애덤 스미스가 유럽 대륙을 여행하며 '국부론'을 쓴 것처럼 저도 여행하며 이 매거진을 만들기로 결심했다는 점뿐입니다. 저는 외출할 때 현관을 나서기 직전 마지막으로 의식처럼 향수를 뿌립니다. 겉옷 위에 입는 마지막 옷인 셈이지만 눈에 보이지는 않죠. 향기 덕후 퍼퓸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옷' 매거진은 향수와 향초, 디퓨저 등 향기가 나는 모든 것들을 다룹니다. 




죄다 강남은 붐벼서 싫다는 친구들이 태반이라 친구 따라 강남에 가본 적은 없지만 친구 따라 쇼핑하러 갔다가 생필품이 아닌 물건 사는 경우는 허다하다. 그렇게 산 것은 클라우스 포르토 시프레 핸드크림.

어차피 버릴 거지만 상자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 찰칵.

50ml. 평소 핸드크림을 듬뿍 바르는 편이 아닌지라 몸에 발라도 무방할 것만 같은 든든한 용량을 자랑한다. 향기는 삼나무 포인세티아. 내가 또 삼나무 성애자 아닌가. 귀신같이 삼나무향이 미세하게 남아 있는 꽃향기 핸드크림을 매장에서 포착하고야 만 것이다. 누가 저 겉포장만 보고 삼나무 향이 날 거라고 생각하겠는가. 물론 삼나무보다 꽃향기가 훨씬 진하다.

사이즈 가늠을 위해 오랜만에 스타벅스 카드 등장. 대략 이 정도. 길쭉하게 나오거나 연고처럼 구겨지는 핸드크림이 많은 반면 이 친구는 옆으로 퉁퉁하고 복원력도 좋다. 아무리 짜도 제자리로 돌아온다. 그립감이 좋다. 케이스 디자인도 예쁘다. 대신 핸드백에 넣으면 부피는 좀 나간다.

입구는 이렇게 생겼다. 특별할 것 없는 입구.

더 특별할 것 없는 질감. 끈적거리지 않고 촉촉하게 흡수된다. 록시땅 시어버터 핸드크림 느낌을 생각하면 안 되고, 바셀린이나 카밀 핸드크림 느낌에 가깝다. 

사실 단순히 향에 끌려서 샀다. 매장에 들어갔는데 여느 핸드크림 브랜드에서 맡아보지 못했던 향긋하고 인공적이지 않은 향이 나를 매료시켰다. 그럴싸한 설명도 팔랑거리던 귀에 프로펠러를 보태는 데 한몫했다. 보석으로 전해지는 향기라니 보석은 무슨 향이야 대체. 포르투갈의 아름다운 도시라는 포르토는 안 가봤지만 이 제품 덕에 좋은 향기가 나고 디자인적으로 예쁜 도시일 것 같다는 환상을 갖게 됐다. 하지만 가격은 사악하다. 샀을 당시 가격이 3만 2000원. 3200원짜리 핸드크림으로도 잘만 살아가는 나에게는 꽤나 큰 도전적 사치였다.

종류도 엄청나다. 핸드크림 외에도 솝 바, 리퀴드 솝, 바디 워시, 바디 로션 등 향기가 나면서 몸에 바를 수 있는 것은 뭐든지 만드는 곳이다. 아, 아로마 캔들이랑 디퓨저는 몸에 못 바르지 참. 어 그나저나 제품 이름 찾으려고 브랜드 홈페이지에 들어갔는데 리뉴얼됐는지 뚜껑도 캡 형태로 바뀌고 더 몸집이 슬림해졌다. 으앙 왜 내가 사면 리뉴얼해요?

그리고 이건 포르투갈에서 친구가 사 온 같은 브랜드 다른 향기 핸드크림. 국내에는 없는 향이다. 역시나 버릴 거지만 화려한 상자 디자인이 매력적이므로 사진으로 남겨둔다.

클라우스 포르토 허니서클 핸드크림. 허니써클, 허니서클, 허니시클이라고 제멋대로 쓰여있는데 네이버 지식백과에는 '허니석클'이라고 되어 있다. 난 그냥 허니서클이라고 써야지. 인동덩굴을 뜻한다고 한다. 포털 사이트 지식백과에 따르면 '인동덩굴의 향기는 소란스럽지 않다. 향기는 백색일 때가 더욱 미묘하고 은은하다'라고. 앞선 제품이 향긋하고 살짝 상큼한 꽃향이라면 이 제품은 달달한 향에 전형적인 화장품 향을 살짝 섞은 향이 난다. 약간 익숙한 향. 거기에 달콤함 두 스푼 정도 추가된 느낌. 질척대지는 않는 향. 이래서 소란스럽지 않은 향이라고 하나 보다.

너무나 특별할 것 없는 질감. 두 제품 간 질감에서 큰 차이는 없다.

묵직한 무게감과 뚠뚠함 때문에 들고 다니며 바르기보다는 사무실 책상 위에 두고 기분 전환하고 싶을 때 바르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핸드백에 넣고 다니며 바르고 있지. 두 제품 다 향이 좋고 흔하지 않아서 기분 따라 골라가며 바를 예정이다. 좀 더 상큼한 건 삼나무 포인세티아, 좀 더 달달한 건 허니서클이라고 보면 되겠다. 이렇게 보디로션보다 몇 배 비싼 핸드크림 컬렉션 완성이다!




글&사진 조랭이 / 지름 지름 앓는 직장인(일명 지지직) 운영자이자 보기 좋은 회사가 다니기도 힘들다의 주인공. 이 시대 직장인답게 언제나 지름 지름 앓고 있다. 오래 앓다가 한 순간에 훅 지르고 한동안 써본다. 그동안 지른 향수와 향초, 디퓨저 등 향기 나는 모든 것에 대해 리뷰하는 퍼퓸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옷 매거진을 만들게 된 계기는 순전히 여행하다가 퍼뜩 생각 나서다. kooocompany@gmail.com / kooocompan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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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퓸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옷 매거진 https://brunch.co.kr/magazine/perfu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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