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발여정-DMZ 여행지 7. 지혜의 숲
주인공이 사무실 구석의 비밀스러운 터널을 통해 유명인의 머릿속으로 들어가는 체험을 하는 개봉 한 지 20년이 넘은 <존 말코비치 되기, 1999>라는 영화가 있다. 살다 보면 좋은 이유에서든 안 좋은 이유에서든 어떤 사람의 머릿속 혹은 사고방식이 정말 궁금할 때가 있다. 아쉽게도 비밀스러운 터널을 발견했다는 얘기는 현실세계에서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그 대안책이라면, 누군가의 서재를 들여다보는 것도 어쩌면 꽤 비슷한 체험일 수 있지 않을까? 어떤 이의 서재는 그의 사고방식 일부의 원천이라고 할 수도 있으니, 머릿속까진 아니더라도 뇌를 구성하는 로우 데이터(raw data)의 어떤 부분 정도라고 할 수 있으려나?
파주 출판단지에 위치한 지혜의 숲은 가치 있는 책을 모아 보존하며 함께 보는 공동의 서재라고 한다. 학자, 지식인, 연구소, 출판사, 유통사, 박물관, 미술관 등에서 기증한 도서를 소장한 공간이다. 분야별로 책을 나눠 진열하지 않고, 학자, 지식인, 단체, 출판사 등 기증자 별로 진열되어 있는 책들을 보다 보면, 전혀 모르는 기증자이지만,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일까 짐작을 해보게 된다.
이름이 맘에 든다. '지혜'의 숲. '지혜'라는 말이 좋아서인지, 내가 학교 다닐 때는 반에 한 명씩은 꼭 지혜라는 여학생이 있었다. 나랑 친했던 지혜만 해도 족히 다섯 명은 된다. 내 또래 친구들의 학부모들은 딸이 지혜롭기를 원했던 것 같다. 티브이, 팟캐스트 혹은 유튜브를 통해 지적 대화를 위한 지식들이나 알아두면 쓸모 있는 지식들을 전파하는 걸 듣고 있으면, 덩달아 아는 것이 많아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맘 같아서는 그러한 사람들의 머릿속에 들어가 보고 싶다. 그렇게 할 수는 없으니 그들의 서재라도 훔쳐보고 싶다. 지혜의 숲이 그러한 욕구를 조금은 해결해주길 바란다.
파주 출판단지에 위치한 지혜의 숲을 파발여정-DMZ의 일곱 번째 여행지로 소개한다. 책이 위상이 조금 떨어졌다 한들, 인간의 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책이라는 정보전달매체는 여전히 건재하다. 수많은 분단 관련 문학 및 서적들이 지혜의 숲 책장 곳곳에서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DMZ와 근접해 있는 이 곳에서, 독서를 통해 DMZ를 간접 체험해보길 바란다. 그리고, 독서를 하다 지쳐버렸다면 지혜의 숲과 연결되어있는 라이브러리스테이 지지향에서의 숙박을 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145 / 연중무휴 / http://forestofwisdom.or.kr/
라이브러리 스테이 지지향 http://jiji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