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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발꾼 Dec 14. 2020

하얀색은 따뜻했다가 차가웠다가

파발여정-DMZ 여행지 6.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채도높은 초록색의 자연경관이 안개가 낀 듯 희뿌옇한 창문들이 달린 하얀 건물이 감싸고 있었다. 뜨거운 땡볕아래 우리를 반겨주는 아트센터 화이트블럭이야기다. 백지, 하얀 도화지라는 말에 담긴 의미처럼 하얀색은 다른 색들을 위한 밑바탕이 되는 색이기도 하다. 마치 미술작품이 걸려있는 화이트 큐브 공간처럼 말이다. 하지만, 한걸음 뒤로 가보자. 화이트 큐브는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하나의 그림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렇게 크지 않은 건물과 복잡하지 않은 외관을 가지고 있는 아트센터 화이트블럭은 안에서도 밖에서도 주변과 조화를 잘 이루는 듯 보인다. 1층 카페에 앉아 시원한 달고나 밀크티를 마시며 창문 밖 풍경을 보고 있으니, 따뜻한 햇살이 들어왔다. 시원해 보이던 하얀색이 어느덧 따스한 하얀색으로 보였다.


아트센터 화이트블럭에서는 분단, 경계, 남북관계에 관련된 기획전, 워크숍을 자주 연다. 남북관계의 진전과 지지부진, 그리고 후퇴, 이러한 상황들이 반복되면서 '남북관계'라는 주제에 피로감을 갖게 된 사람들도 꽤 있다. 하지만, 물의 파동이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반복하다가 결국 한 0으로 수렴하듯이, 남북관계도 결국 수렴점을 갖고 있을 것이다. 다만 요동치는 파동 위에 올라 타 있으니 멀미가 나 큰 그림을 못 보고 있는 걸거라고 생각한다.


예술가들은 반발짝 정도 앞선 생각을 하려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반발짝이 허무한 공상으로 끝날때도 많지만, 그들의 생각이 우리를 파동속에서 끄집어내어 다른 관점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게끔 만들어주기도 하기 때문에, 이러한 작업들은 항상 소중하고 의미있다.


파발여정-DMZ의 여섯 번째 여행지로 헤이리마을에 위치한 아트센터 화이트블럭을 소개한다. 동시대 예술가들의 시선으로 DMZ와 분단 상황, 혹은 그 언저리 어딘가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아트센터 화이트블럭은 기획전을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웹사이트의 일정을 확인 후 방문하길 권고한다.


경기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72 / 연중무휴 / https://whiteblock.org/ 


선무 개인전 : 내게 날개가 있다면 / 2020.10.22 - 2020.11.29
검은해 전시 연계 토크 프로그램 : 해설이 있는 영화 상영 (영화 짝코 상영) / 2020.6.25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김유빈 큐레이터와의 인터뷰 문답>


인터뷰 공간 :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인터뷰 시작시간 : 2020년 8월 23일 2시 3분

연령대: 30대

집으로 느껴지는 나라: 독일 


지금 있는 공간에서 자신을 묘사한다면?

바람

여기는 자연물이 많은 공간이다. 바람처럼 빨리빨리 움직여야 하는 일을 하고 있기도 하다.


지금 있는 공간에서 자신의 일상을 묘사한다면?

균형

직업상 사람들을 많이 만나야 하고, 하루에서 일하는 시간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도 하다. 그래서 일을 하지 않는 날에는 온전히 혼자서 정적인 시간을 보내며 삶의 균형을 맞추려고 한다. 


지금 있는 공간의 성격을 묘사한다면?

온화함.

이 공간에서는 도심에 비해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다. 건물이 통유리로 되어있어서 자연과 계절이 흘러가는 것을 잘 볼 수 있는데, 거기서 오는 온화한 느낌이 있다.


지금 있는 공간의 풍경은? 

빛과 자연. 

전면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과 사계절 속에서 변해가는 자연.


화이트블럭을 오시는 분들은?

아무래도 이 곳이 도심에서 조금은 벗어난 헤이리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단골이나 매일 오시는 작가들보다는 처음 오시거나, 시간 내서 가끔 오시는 분들이 많다.


김유빈 큐레이터가 느끼는 DMZ는?

이질감. 

디엠지는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장소는 아니듯, 디엠지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일단 낯선 기분이 들고 평소에 하던 생각과는 굉장히 다른 생각, 이질적인 생각들을 하게 된다.


분단 미술에 대해 논문을 쓰고 있다고 들었다.

아직 완성된 것은 아니지만, 분단 미술을 다루는 또래 작가들에 관한 논문이다. 밀레니얼 세대 작가들이 분단 현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또 과거와는 달라진 관점에서 분단을 어떻게 시각예술로 표현하는지 조사하고 카테고리화 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독일에서 거주했었다고 했는데.

3년 정도 있었고, 처음으로 혼자 살아봤던 나라 이기도하다. 독일에서의 생활은 분단을 바라보는 관점에 영향을 많이 끼쳤다. 바이에른에 살았었는데 기차를 타고 조금만 가면 오스트리아나 스위스로 국경을 넘나들 수 있는 것이 신기했다. 특히 베를린 여행에서는, 동독, 서독으로 존재했던 곳이 융화되어있는 모습을 보며 감명 깊었다. 


인터뷰 종료시간 : 2020년 8월 23일 2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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