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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발꾼 Dec 14. 2020

긴장과 설렘 사이

파발여정-DMZ 여행지 8. 캠프그리브스 유스호스텔

학창 시절, 놀이공원에 개장시간보다 더 일찍 갔던 적이 있다. 개장하자마자 아무도 없는 놀이공원을 가로질러 평소엔 한번 타기 위해 2시간을 넘게 기다려야 했던 놀이기구로 달려가기 위해서였다. 티켓을 검사하고 놀이공원 안으로 우리를 들여보내 주던 직원의 미소, 그리고 그 순간의 설렘. 그리 놀이기구를 좋아하진 않았어도, 자유와 해방감이 느껴졌달까? 아무도 없는 거대한 공간, 내가 마치 놀이동산을 통째도 빌린 것 같은 상상을 하게끔 했다.


차를 타고 통일대교를 건너가다가 검문소가 나왔다. 군인 한 명이 매일 하는 일인 듯 능숙하게 신분을 확인하고 안으로 들여보내 주었다. 미소는 없었다. 여러 겹의 차량 바리케이드를 거치니 다시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도로가 나왔다. 민통선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도로 위 표지판에는 개성과 평양, 판문점이 쓰여 있었다. 사실 몇백 미터 사이밖에 오지 않았기에, 풍경이 많이 달라지진 않았다. 여전히 차가 없는 도로와 평화로운 자연. 하지만 내가 느끼는 분위기는 한결 무거워졌다. 민통선 안의 공간은 나를 맞이하던 놀이동산처럼 텅 비어 있었지만, 자유와 해방감보다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하지만 조금 다른 설렘은 있었다. 미지의 공간에 들어온 듯 한 기분.


긴장과 설렘의 중간 어딘가의 감정으로 캠프그리브스 유스호스텔에 도착했다. 미군부대가 사용하던 기지를 리모델링한 이곳은 숙소 외에도, 전시공간과 산책로 등을 너무나 잘 갖추고 있었다. 사용하던 탄약고를 리모델링한 전시관이나, 곳곳에 예술작품들이 놓여있는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자연이 끝내줬다. 풀벌레 소리, 새소리,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를 들으니 가슴 깊이 넣어두었던 감성이 흘러나왔는지, 산책로 한편에 있는 뱀이 나올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써놓은 표지판도, 전시관을 들어가다 손잡이에서 발견한 개구리 한 마리도 너무 예뻐 보였다. 군부대가 나간 공간에서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고 있다니, 꽤 낭만적이었다. 

 

다시 돌아 나오는 통일대교. 맡겨놓은 신분증을 받고 돌아오는 길. 언제든 신분증 검사 없이 바람이나 쐬러 또 올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새 무리들이 하늘에서 우리들을 비웃 듯 민통선을 넘나들며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있었다. 


우리는 민통선내 캠프그리브스 유스호스텔파발여정-DMZ 여덟 번째 여행지로 소개한다. 민통선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이 여행지를 통해 과거와 현재, 인간과 자연이 묘하게 조화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그러한 연장선상에서 DMZ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거라 믿는다. 


캠프그리브스 유스호스텔은 민통선내의 시설로 최소 2주 전에는 예약신청을 해야 하며, 20명 이상 단체 숙박 신청만 가능한 곳이다. 까다로운 절차만큼 그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검문소를 지나가야 하기 때문에 아래의 웹사이트를 통해 반드시 예약한 후 방문하길 바란다. 


경기 파주시 군내면 적십자로 137 캠프그리브스 / https://dmzcamp131.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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