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하면서 찾은 통영의 매력적인 장소들 (1)
1. 바다가 보이는 아름다운 도서관 통영시립충무도서관
코로나 19로 인해 방에 콕 틀어박히게 되는 요즘, 다시 곱씹을만한 것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머리에서 떠나지 않고 문득문득 생각나는 곳이 있다. 바로 충무도서관. 통영에는 시립도서관이 3곳 있다. (물론 욕지도서관이 있기는 하지만, 그건 욕지도로 들어가야 하니까 논외로 하겠다.) 통영시립도서관, 충무도서관, 산양도서관 이렇게 세 곳이 있는데, 풍경만 놓고 보자면 이 도서관이 제일 좋다.
어디든 장기여행을 하면 주변 도서관을 한 번씩 재미로 들르는 습관이 있다. 하물며 1년을 살며 남는 것은 시간이었으니, 그것을 안 했을 리가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제껏 들른 도서관 중에 1등이라 해도 될 정도로 참 괜찮은 도서관이다. 애초에 바다가 보이는 도서관이 기억 속엔 부산 '다대 도서관', 강릉 '로하스 작은 도서관', 거제 '남부면 작은 도서관', 제주도 '금능꿈차롱작은도서관' 정도 있는데 부산 다대 도서관을 제외하고는 다 작은 규모의 동네 도서관이라 좀 좁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반대로 다대도서관은 조금 과하게 크고 나름 도서관들 중에서는 유명하기도 하여 사람이 많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 점에서 충무도서관은 사람이 적당하고, 시설이 비교적 새 것이고, 분위기 또한 단란하고 아늑하다.
보통 여기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은 나들이 나온 가족, 대학생들, 혹은 자격증이나 기타 본인의 공부를 위해 오시는 분들이다. 위치상의 이유(차가 없으면 카페/음식점/pc방 등 주변 부대시설까지 걸어가는 거리가 꽤 됨.)로 학생들이 없고 어른들이 많다. 평일에 가보면, 여유롭게 책을 보는 분위기보다는 으른들의 타이트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나도 개인적으로 여기는 책을 보러 가기보다는 승진시험 및 여러 가지 공부를 하러 갔었다. 공부하다 힘들면 1층 바닷가 옆 벤치에서 책 보고, 타이트하게 해야 할 때는 열람실에서 숨 죽이면서 할 수 있는 이곳, 충무도서관은 지금도 도서관하면 생각나는 이상적인 도서관이다.
2. 멀어도 간다, 도남동 해안누리길
두 번째로 기억에 남는 곳은 경남 통영시 도남동 해안누리길(수륙 해안로)은 충무마리나리조트에서 한산마리나리조트에 이르는 자전거 전용도로(왕복 8.6km)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자전거보다는 '걷기 좋은' 산책로라고 생각한다. 괜히 호텔들이 이 주변에 지어진 거가 아니구나를 느끼게 한다. 위치상으로는 통영 케이블카, 통영 국제음악당, 통영 동원 로열 CC 등 주변 관광지를 비롯해 한산대첩 격전지인 한려수도 바닷길을 접하고 있어 관광지 접근성이 좋고, 풍경 또한 굉장하다.
처음에 여기 왔을 때는 그래도 나름 현지인들만 아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조금 있었는데, 지금은 sns에 소문이 꽤나 나 있어서 관광으로 오시는 분들이 많다. 보통 자전거 타신 분들 말고는 저 위에 사진에 나온 이동거리 4.3km를 다 걸으시는 분은 거의 없다. 각 코스마다 매력이 다 다르지만 보통 통영공설해수욕장 정도에서 다시 돌아서 나오신다.
처음에 여기 와서 차가 생기기 전에는 늘 거리가 부담스러워서 가지 못하는 곳이었는데, 차가 생기고 나서는, 마음이 답답하면 때때로 찾았다. 일이 잘 안 풀리는 날에는 점심도 거르고 운전 연습 겸 열심히 몰아서 가는 길에 보이는 빵집에서 빵 하나 사서 먹고 쉬다 오는 것이 점심시간의 별미였다. 그리고 이 곳의 진가는 바로 옆에 있는 통영국제음악당에 괜찮은 공연이 있을 때 느껴진다. 음악당에 좋은 공연이 있는 날에는 회사에 조퇴를 내고 열심히 밟아서 여기서 산책 후, 그대로 음악당에서 공연 하나 보고 오면 하루가 그렇게 보람찰 수가 없었다.
3. 풀내음 필요한 그대에게, RCE 세자트라 숲~통영 이순신공원
해안누리길의 라이벌이라고 볼 수 있는 길은 여기, 세자트라 숲~이순신 공원으로 통하는 길이다. 바다향이 짙게 나는 곳에서 미륵산을 제외하고 풀내음을 맡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길이다. 숲 이름이 무슨 사람 이름에서 따온 건가 싶다가, 그 뜻이 '지속가능성과 공존'이라는 산스크리트어라는 푯말을 보고 들어가면 느낌이 새롭다. 특히 공존 앞에 생략된 '무엇과 무엇'의 공존일까를 생각하게 된다. 1차원적으로는 숲이니까 자연과 사람이겠지만, 공존이라는 단어 앞에 그렇게나 많은 단어들이 들어올 수 있는 것이 신기했다.
이 곳에 들어오면 숲이 주인공이고 바다가 배경이 되는, 통영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이 연출된다. 아무리 섬으로 막혀 시야가 시원하지는 않은 통영 바다도 언제나 참 '넓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는데, 여기서 보는 바다는 참 '아늑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유채꽃밭 옆으로 보이는 바다는 그림의 한 폭처럼 색감이 풍성하다. 거기에 습지 생태원을 따라 따스하게 내려오는 햇살 샤워를 하면서 걷다 보면, 같은 햇살이어도 짭조름한 바다 에서 맞는 햇살과는 다른 상쾌함이 있다. 특히 입구에서부터 함께한 메타세쿼이어 나무들의 연둣빛, 초록빛의 잎새 사이를 지나가면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다. (이 얘기를 하면 주변에서 다들 '넌 어쩔 수 없는 산사람인가보다' 하신다.)
그렇게 이정표대로 쭉 따라가며 동백숲을 지나고 나면, 통영에서 동피랑만큼이나 유명한 이순신 공원으로 도착한다.
보통 관광을 오시는 분들의 경우 동피랑-강구안-이순신 공원 루트를 많이들 가시고 그게 마치 정석처럼 굳어져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루트로 오히려 이순신 공원을 많이 왔다 갔다 했다. 할 일 없는 주말에 힘들지 않고 땀 흘리기 좋은 루트다. 오르막길이 심하지 않은 왕복 2시간 반 정도의 거리로, 구경하는 시간을 포함해서 넉넉하게 3시간 반을 잡고 아침에 나가서 들어와서 점심을 먹으면 딱 좋다.
이순신 공원을 돌 때 팁이 있다면 이곳 역시 바다만 보기에는 아까우니, 바다를 등져서 반대편을 한번 보는 것이 좋다는 점이다. 제주도에서나 볼 수 있던 이색적인 나무들이 있고, 조경에 나름 신경을 쓴 부지들을 보고 있으면, 아래 사진들은 가을에 찍은 사진들인데, 특히 한 여름에 보면 그렇게 초록빛이 예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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