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열 한 번째 빨간 날

생활하면서 찾은 통영의 매력적인 장소들 (2)

by MinChive

1. 미륵산 케이블카

미륵산 케이블카가 생긴 것은 약 10년 전쯤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인터넷 남해안 여행지 중에 잊을 때쯤 한번씩 올라오는 곳 중에 한 곳이다. 미륵산 자체는 케이블카 안 타고 한번, 케이블카 타고 한번 이렇게 2회 다녀왔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운동이 목적이 아니고, 등산을 즐기지 않으신다면 케이블카를 타는 것이 훨씬 낫다. 산자락에서 나고 자란 입장에서, 미륵산이 주는 특별한 맛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더 좋은 코스들이 통영 주변에는 많다. 경치도 산에 있으면 볼 수 없는 풍경을 케이블카에서 볼 수 있다.


케이블카 이용 시에 한 가지 주의할 것은 기상상황에 따른 운행시간 변화다. 하절기는 9:30~16:00, 동절기는 09:30~17:00, 성수기(5~8월)는 09:30~18:00으로 운영된다고 적혀는 있으나 그날의 기상에 따라 안전상의 문제로 아예 운행을 안 하는 날도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개인적인 추천은 1월 1일 케이블카 조기 운영을 이용하는 것이다. 다른 곳의 케이블카들도 운영을 하는지 확인은 못해봤지만, 미륵산 케이블카의 경우 새해 소망을 기원하려는 분들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새해 첫날 조기 운영을 한다. 매표는 오전 5시부터 시작하고, 예약은 안 받고 있다. 대략 6시~6시 반 사이에 매표소에 도착하도록 계획을 짜면 조금 줄을 서긴 하지만 일출 시간에 맞게 도착할 수 있다. (보통 일출시간이 7시 30~40분 사이고, 미륵산 탑승장에서 30~40분 정도는 올라가야 정상에 도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서 한산면 가왕도와 남해안 바다 사이에서 떠오르는 새해 일출을 감상할 때, 그렇게 추워도 '아, 그래도 오길 잘했다.'라는 마음이 들 것이라 생각한다.


2. 통영스카이라인 루지

루지는 사실 처음 들었을 때, 겨울 스포츠 루지(썰매를 타고 얼음 코스를 활주 하는 스포츠)만 생각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눈 한 송이 안 내리는 통영에서 무슨 루지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겨울 스포츠를 뉴질랜드에서 처음 사계절 내내 즐길 수 있게 개발하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하여 만들어진 것이 지금 강화, 용평, 평창, 홍천, 합천 등에 있는 루지다.


통영의 루지는 미륵산 케이블카 바로 옆에 있다. 그런 까닭에 늘 케이블카-> 루지 혹은 루지-> 케이블카 순으로 가족 , 연인, 친구 등 단체로 오는 관광의 정식 코스처럼 이 두 곳은 세트로 묶인다. 통영 자체가 워낙 자연경관이 좋아서, 바닷가를 제외하면 보통 보는 것 위주의 관광이 많다. 육지쪽 액티비티 여행지는 아마 이곳 하나가 아닐까 싶다. 110cm 이상이면 누구나 탈 수 있고, 아이들이 무척이나 좋아한다. 성인의 경우 예전 2개 코스일 때는 좀 오래 타면 싫증이 약간 났었는데, 올해 4개 코스인 경우 지루함 없이 오래 탈 수 있으리라 본다.


루지를 탈 때에는 개인용 모자를 들고 가주는 것이 좋다. 물론 관리를 하긴 하지만 하루에도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기 때문에 수시로 관리를 해도 내가 쓸 때쯤에는 뭔가 땀에 살짝 젖어 있어서 약간 찝찝한 보관 상태의 헬멧을 만날 수도 있다. 본인의 머리 사이즈보다 한 치수 큰 헬멧을 고르고 모자를 쓰면 조금은 쾌적하게 루지를 탈 수 있다.


코스는, 예전 A/B코스만 있던 시절 기준 B코스가 A코스보다 훨씬 재미있다.(현재는 찾아보니 울트라, 레전드, 익스프레스, 그레비티 이렇게 4개 코스가 있는 것으로 나온다.) 코너링이 적어 속도를 내기도 좋고 바다가 더 잘 보인다. A코스는 운전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경우도 있긴 있는데(아마 현 레전드 코스로 추정), 다수는 B코스를 더 좋아한다.(현 익스프레스, 혹은 울트라 코스로 추정) 이번에 열린 코스들의 경우 급경사나(그레비티) 더 긴 코스들이 추가된 것 같으니 같이 즐기는 것도 좋아 보인다.

3. 박경리 기념관

박경리 기념관은 통영에서 단기 여행이 아닌 장기로 있으실 분들만 가보셨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 생각 없이 한 바퀴를 관람한다면 조금 부족해 보이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곳의 진면목은 통영을 조금 돌아다닌 뒤에 왔을 때, 거기에 해설사님의 설명이 들어갈 때 잘 느껴진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제대로 느낀 곳이다. 통영에 발령받고 처음 아무 생각 없이 방문했을 때는 기념관에 전시된 지도의 장소가 어디고, 저 글들이 아름다운 언어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았지만 피부로 막 와닿지는 않았다. 이럴 경우, 여기서 받아갈 수 있는 것은 그저 좋은 글귀들과 유명한 작가 박경리 선생님이 여기에 묻혀 있으시다는 사실뿐이다.


시간이 지나고 통영을 떠나기 전에 들렀을 때는 같은 곳이었지만 보이는게 차원이 달랐다. '아, 여기가 지금의 ooo이고 그때의 풍경을 선생님은 이렇게 봤구나.'가 느껴지는 순간 이 기념관의 가치는 두 배, 세 배로 뛴다. 거기다 해설사 선생님의 이야기가 같이 곁들여진다면, 이 기념관에서 얻어갈 수 있는 이야기는 더더욱 풍성해진다. 상암 월드컵 건축가인 류춘수 건축가가 이 기념관을 짓게 된 경위, '박경리'라는 필명이 지어진 과정 등등...


하동에 있는 박경리 문학관의 경우 '토지'를 중심으로 꾸며놨다면, 이곳 통영의 박경리 기념관은 박경리 선생님의 시와, 일생과, 통영이 배경인 '김약국의 딸들'을 중심으로 꾸며져 있다. 그리고 나오면 출구에 난 길을 따라 마지막에는 박경리 선생님의 묘로 가는 길이 이어져 있고, 우리가 익히 보던 문구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홀가분하다.'라는 문구가 보인다. 통영을 떠나기 직전에 와서 그랬는지... 저 문구를 보면서 예전에는 '뭐 아직 30대인 나한테는 아직 먼 얘기지만, 나도 저렇게 늙었으면 좋겠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날은 이상하게 '그래, 요즘은 곧 떠난다는 아쉬움을 지나 슬슬 홀가분한 것을 보니 나도 여기에서 참 잘 지냈고, 정리를 잘했구나.' 싶은 위로 아닌 위로를 받은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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